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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대중불교를 펼쳤던 의상대사가 출가하며 도를 구하던 황복사의 복원된 삼층석탑.


신라의 불교가 대중의 꽃을 피웠다면 그 뿌리는 원효와 의상에게 있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어린 시절 황복사에서 들었던 바람의 속삭임부터 장안에서의 수행, 관음의 인도, 그리고 부석사 창건에 이르기까지 의상의 생애는 신화와 현실이 자연스럽게 얽힌 하나의 긴 서사처럼 이어져 있다.
특히 의상대사가 걸었던 길은 단순한 승려의 삶이 아니라 시대의 변화를 이끌고 신라의 정신적 방향을 가다듬는 여정이기도 했다. 이번 바다이야기고래출현 글은 의상의 일대기 중에서도 그의 출가와 유학, 깨달음의 순간에 초점을 맞추어 구성했다.

첫 단락에서는 관음의 바다를 건너던 신화적 장면, 두 번째 단락에서는 황복사 삼층석탑의 역사와 발굴 과정의 성과를 통해 의상의 첫 발원이 남긴 실제의 흔적, 마지막 단락에서는 지엄 화상을 만나 화엄의 깊이를 깨닫는 순간을 소개한 백경게임랜드 다.




경주 신라를 빛낸 인물관의 의상대사 영인.


◆신화전설 1: 의상대사의 유학
사량부의 이른 새벽은 유난히 고요했다. 들녘에는 여명이 아직 내려오지 않았고, 얇은 안개가 땅 황금성릴게임사이트 을 덮어 세상의 숨소리마저 잠재우는 듯했다. 그 시간 황복사 삼층석탑을 돌고 있던 소년 의상은 또래와 달리 장난이나 호기심보다 깊은 사색에 잠겨 있는 아이였다. 그는 어린 마음에도 탑에서 뿜어나오는 묘한 기운을 느꼈다.
돌과 돌 사이에서 스치는 바람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라 어떤 존재의 숨결처럼 느껴져 소년을 멈춰 세우곤 했다. 어느 날 릴게임한국 그 바람 속에서 더 분명한 소리가 들렸다. 너는 먼 길을 가야 한다. 소년은 놀라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사람이 없었다. 그것이 바람이었는지 환청이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속삭임은 이후로도 매일같이 다시 들려왔다.
청년이 된 의상은 마침내 출가했다. 출가 후 그의 내면에는 늘 바다 건너의 세계에 대한 갈증이 자리했다. 진리를 찾으 릴게임5만 려면 익숙한 땅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그를 흔들었고 마침내 원효와 함께 당나라로 향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바다를 앞두고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된다.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고 스스로의 집착과 공포를 넘어선 원효는 모든 것이 마음에 달려 있다는 깊은 깨달음을 얻고 돌아섰다. 의상은 그 모습을 보며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 역시 마음속에서 요동치는 의문을 느꼈지만 기이하게도 한편에서는 계속해서 다른 울림이 들려왔다. 동쪽 나라의 법을 밝힐 자는 그대라는 말이었다.
혼자 남은 의상은 당나라를 향해 바닷가로 걸음을 옮겼다. 밤바다는 검은 허공과도 같았다. 파도는 거칠게 일렁이며 작은 배를 집어삼킬 듯했고 뱃사람들은 항해를 포기하려 했다. 그런데 파도 사이에서 등불 하나가 나타났다. 낡은 어선이 부드럽게 물살을 가르며 다가왔다. 배를 모는 사람은 소박한 어부처럼 보였으나 그의 목소리는 묘하게 울림이 있었다.
"스님, 바다가 기다립니다." 의상은 망설임 없이 그 배에 올랐다. 바다는 잠잠해지는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거대한 물길이 양쪽으로 갈라졌다. 의상이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자 어부의 형상이 서서히 밝은 빛으로 물들었고, 그 몸에서 수많은 눈과 팔이 아련히 드러났다. 바다 한가운데에서 드러난 존재는 관음보살이었다.
관음은 의상에게 말했다. "너는 화엄의 마음을 품었으니 이 바다를 두려워할 것이 없다. 그대의 걸음은 국토를 밝힐 것이며, 그대의 숨결은 중생을 살릴 것이다." 파도와 함께 빛이 흩어지자 배는 어느새 고요한 항구에 도착해 있었다. 의상은 바다를 향해 합장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비록 그에게 찾아올 시련과 외로움을 알 수는 없었지만 이미 마음속에는 새빛 같은 확신이 자리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유학의 길이 아니라 부처가 제시하는 인연의 길임을 의상은 그제야 깨달았다.




황복사지 삼층석탑이 있는 절터에서 출토된 석재들.


◆흔적: 황복사지 삼층석탑
경주 도심 남쪽 낭산의 동북쪽에 위치한 황복사 터에는 최근 복원된 삼층석탑이 자리하고 있다. 주변에는 당시의 기단과 초석 일부가 남아 있을 뿐이지만 이곳은 통일신라 초기 중요한 사찰이었다는 기록이 분명하다. 특히 삼층석탑은 의상이 어린 시절 수행하던 장소라는 점에서 주목받아 왔다.
삼국유사에는 의상이 출가하면서 황복사 일대에서 깊은 사색을 했다고 기록돼 있다. 민간 전승에는 탑돌이를 하던 의상이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들었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1976년 발굴 조사가 이루어지면서 탑 내부에서 중요한 사리공 명문이 확인됐다. 신문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탑을 조성하고, 중수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 기록은 황복사 삼층석탑이 단순한 승려 수행의 무대가 아니라 왕실과 국가의 발원까지 함께 담고 있었음을 보여 주는 중요한 근거였다.




황복사지에서 발굴된 귀부.


신문왕대는 신라가 삼국 통일 이후 국가 체제를 정비하던 시기였고, 왕실은 불교의 힘을 빌어 국운의 안정을 기원했다. 황복사 탑은 바로 그런 시대적 요구 속에서 조성된 것이다. 의상이 이곳을 수행처로 삼았다는 사실 또한 새롭게 해석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한다.
오늘날 복원된 탑은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화강암의 결을 통해 신라 장인들의 솜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탑의 비례는 안정감을 주면서도 하늘로 치솟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이는 젊은 의상이 마음을 가다듬고 출가의 결심을 다졌던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탑 주변을 거닐다 보면 탑돌이하던 옛 승려들의 발걸음이 돌 사이에 스며 있는 듯한 느낌을 주며 많은 이들이 이곳을 의상대사의 첫 발원지라고 부르고 있다.
황복사는 왕경의 중심에서 수행과 학문이 활발히 이루어졌던 장소였다. 의상은 여기서 처음으로 자신이 나아갈 길을 질문했고, 이후 당나라로 향하는 결심 또한 이 탑 앞에서 다졌다. 빠르게 변하는 도시의 풍경 속에서도 탑은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며 옛 신라의 숨결을 전한다.

지금도 탑을 바라보고 있으면 바람이 부드럽게 와 닿으며 마치 오래전 의상이 들었던 속삭임이 되살아나는 듯한 기분이 든다. 어쩌면 그가 남긴 첫 원력의 흔적이 오늘까지 이어져 조용히 울리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황복사지에 남아있는 귀부 등에 새겨진 王자.


◆스토리텔링: 의상 지엄을 만나 화엄을 일으키다
당나라 장안은 수없이 많은 문화와 사상이 모여드는 거대한 용광로와도 같은 도시였다. 그러나 그 화려함 속에 몸을 던진 유학생 의상에게 장안은 처음부터 환영의 공간이 아니었다. 말도 통하지 않는 곳에서 홀로 수행을 이어가야 한다는 막막함은 그의 마음을 더욱 가라앉게 했다.
그는 낮에는 사찰을 다니며 경전을 베꼈고, 밤에는 촛불 아래 자신이 걸어가는 길이 과연 옳은지 되풀이해 묻곤 했다. 그럴수록 마음속 빈자리는 더욱 커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저녁 장안 하늘에 드문 기운이 퍼졌다. 구름 사이로 은빛이 번져나왔고, 의상은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그 빛을 따라 걸었다. 시내를 벗어나 산길을 오르자 작은 암자가 나타났다.

그곳에서 지엄 화상이 수행하고 있었다. 의상은 정중히 인사를 올렸다. 지엄은 한참 동안 의상을 바라보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멀리서 온 이여, 그대의 몸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다." 의상은 그 말에 당황했지만 지엄은 이어 말을 이었다. "그 빛은 화엄의 문이 열리려 할 때 드러나는 징조이다. 바다를 건너온 순간부터 이미 그대는 법계의 중심에 서 있었다."




의상대사가 선묘낭자의 도움으로 배를 타고 신라로 귀국하는 장면을 그린 부석사의 그림.


의상은 지엄의 문하에서 다시 수행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느껴 스스로를 낮추기 바빴으나 지엄은 오히려 가장 깊은 가르침을 주었다. 어느 밤 스승과 함께 화엄경을 독송하던 중 의상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을 했다. 하나가 곧 전체이고 전체가 곧 하나라는 구절이 온몸을 울리며 다가왔다. 거대한 우주가 한 점으로 오므라지고, 한 점이 다시 우주로 퍼져 나가는 감각 속에서 의상은 자신이 지금까지 품어왔던 모든 의문이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것을 느꼈다.
세월이 흘러 지엄은 마침내 의상을 불러 말했다. "그대는 이제 신라로 돌아가라. 신라는 화엄의 문이 열리기를 오래 전부터 기다리고 있다." 의상은 스승 앞에서 마지막으로 며칠을 머물렀다. 떠나기 전날 밤 그는 꿈에서 커다란 연꽃밭을 보았다. 바람이 스치자 연꽃 하나하나가 열린 세계처럼 빛났고, 꽃잎마다 새로운 인연이 피어올랐다. 꿈에서 깨어난 의상은 확신했다. 자신이 가야 할 자리가 바로 그 꽃이 피는 자리라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신라로 돌아온 의상은 반도 곳곳을 돌아다니며 진신석가의 흔적을 좇았다. 때로는 동해 절벽의 암자에서, 때로는 깊은 산중에서 스스로의 수행을 이어갔다. 그는 결국 태백산맥 자락에 부석사를 창건하고 대중을 모아 법회를 열었다. 의상의 입을 바라보는 눈들이 늘어났다.
어린 지통은 의상의 한마디에도 눈빛을 빛냈고, 표훈은 그의 가르침을 넓게 펼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글을 정리했다. 때로는 사람들 사이에서 의상을 이해하지 못해 갈등이 일었지만 의상은 언제나 부드럽게 말했다. 모든 존재에는 서로 다른 꽃이 피는 법이니 그 꽃이 언제 피어날지는 부처님께 맡겨야 한다.
강시일 기자 kangsy@idaegu.com
*이 글은 문화콘텐츠 육성을 위해 스토리텔링 한 것이므로 역사적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