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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러려고 대통령을 했나?라는 자괴감이 들 정도로 괴롭기만 하다”(박근혜)
“내 몸에 도대체 왜 마약 성분이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다.”(박유천)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이런 일은 작가에겐 상처만 남는 일이라 대응하지 않겠다.”(신경숙)
사건보다 황당한 ‘해명’의 이유
지금껏 살면서 목격한 사건 중 사건 자체보다 해명이 너무 황당하고 기이해서 기억에 남은 세 경우다. 각각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국정농단이 드러났을 때, 아이돌
체리마스터모바일 출신 박유천이 마약을 결코 하지 않았다고 기자회견을 한 뒤 국과수 검사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됐을 때, 신경숙 소설가가 일본의 유명 소설을 베꼈다는 표절 의혹이 터졌을 때 한 말이다.
어떤 해명은 청자의 복장을 터지게 하지만, 화자의 본심만큼은 선명하게 드러나게 만든다. 박유천의 말은 ‘증거 따위는 내 알 바 아니야’라
바다이야기예시 는 뜻이라면, 신경숙의 말은 ‘표절 여부는 중요하지 않아, 내 기분이 가장 중요할 뿐’이라는 뜻이다.
“내가 이러려고…”에 숨겨진 뜻
그렇다면, 박근혜의 ‘이러려고’는 무슨 뜻일까?
사범대를 나와 강남 학군지에서 수학 교사를 했던 지인이 있었다. 쪽지시험 한 문
바다이야기비밀코드 제까지도 트집을 잡고 민원을 제기하는 부모들의 원성에 그는 “내가 이러려고 교사가 되었나” 하면서 교직 생활을 접고 로스쿨에 진학한 뒤 이혼 전문 변호사가 되었다. 의뢰인들은 주로 큰 재산을 나눠 가져야 하는 부유층이었다. 내 돈은 한 푼이라도 숨기고 상대의 돈은 한 푼이라도 더 뜯어내기 위해 서로를 악마화하는 진흙탕 싸움을 보면서 그는 “꼭 부자들이 싸
바다이야기 놓은 똥을 치우는 기분”이라며 “내가 이러려고 변호사가 되었나”하는 자괴감을 내비쳤다. 그래서 이혼 사건을 줄이고 국선변호사 일을 맡기 시작했다. 돈이 없어서 변호사를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돕는 보람을 느끼면 자괴감이 좀 나아질까 해서였다. 하지만, 국선변호사를 공짜로 부려도 되는 하인처럼 막 대하는 사람들을 겪으면서 또 괴로워졌다. 결국 그는 “내가 이
게임릴사이트 러려고 국선을 하나? 차라리 경제적으로라도 충분히 보상받는 이혼 변호사가 훨씬 낫다”며 원래 자리로 돌아갔다.
임금·처우 중시할수록 직업적 자괴감 커져
발달심리학에서 청소년기는 ‘동일시’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가치, 직업적 방향까지 윤곽을 잡아나가는 시기다. 친구, 학교 선생님과 주변 어른, 연예인 등 자신이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나는 무엇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자문하고, 그 답을 하나의 ‘문장’이나 ‘동사’로 어렴풋이 찾아나간다.
예를 들어, 학생들을 잘 이끌어주는 선생님에게 반한 청소년이라면 ‘나도 아이들을 잘 성장시키는 일을 하고 싶다’는 문장에서 출발해 이를 점점 구체화하다 보면, ‘유치원 교사’ ‘초중고 교사’, ‘대학 교수’ 등 여러 명사 선택지 중 하나에 도달하게 된다.
반면, ‘어린 세대를 성장시키는 일’이라는 교직의 본질과 가치에서 출발하지 않고, ‘안정적인 공무원이라서’ ‘방학이 있으니까’ ‘일과 가정의 양립이 용이하니까’ ‘부모님이 원하니까’ 등의 이유로 교직을 택하게 된다면, 학생들의 반항과 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릴 때마다 ‘내가 이러려고 교사가 됐나’ 하는 자괴감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게 발달심리학의 설명이다.
물론 최근 학부모들의 ‘갑질’과 민원은 도를 넘은 수준이라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래도 ‘업의 본질’을 보고 직업을 택한 사람과 ‘업의 비본질’을 보고 직업을 택한 사람의 고통에 대한 좌절내구력과 회복탄력성은 현저히 다르다.
업의 본질 추구할수록, 일의 고통 잘 견뎌
‘내 노래를 듣고서 단 한 사람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가수가 된 사람은 촌구석의 재래시장 무대에서도 기쁘게 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부와 인기를 얻기 위해’ 가수가 된 사람에게 재래시장의 무대는 모멸감과 수치심만 줄 뿐이다.
40대에 발달심리학을 배우고서야, 내가 왜 기자라는 직업을 그렇게 힘들어했고, 그토록 빨리 사표를 썼는지 알게 됐다. 나는 그럴듯한 ‘명함’을 갖기 위해 기자를 택했기 때문에. 거듭되는 인터뷰 거절과 취재원들의 항의, 기사에 대한 지적에 너무 쉽게 지쳤다.
업의 본질이 아니라 업의 외피를 선택했을 때, 우리는 업이 주는 고통 앞에 속절없이 흔들리고 무너진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이 내가 추구하는 생의 의미와 깊이 연결돼 있을 때에만, 일에서 오는 고통을 감당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그 고통을 감당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대체로 업의 본질은 내가 세상에 나눠주고 해줄 수 있는 것에 있지, 내가 그 일을 통해 얻고 받는 것에 있지 않다.
‘나는 왜 이 일을 하는가’ 되돌아볼 때
무슨 일을 하든지 오해를 하고 비난을 하고 시비를 걸어오는 사람들은 ‘상수’처럼 있다. 내가 업의 본질에 집중하고 있다면, 그들은 ‘비본질’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내가 업의 외피에 매달리는 순간, 어느새 그들이 ‘본질’의 자리를 차지해버린다.
비가 오는 날 길을 나서기로 했으면, 우산을 쓰더라도 한두 방울 비에 젖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두 방울 비에 젖는다고 “내가 이러려고 길을 나섰나”라고 한탄하는 사람은 없다. 이 행보의 목적은 목적지를 도착하는 것에 있지 ‘비를 한 방울도 맞지 않는 것’에 있지 않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간이다. “내가 이러려고 회사에 충성을 다했나” “내가 이러려고 결혼을 했나” “내가 이러려고 자식 교육에 그렇게 돈을 썼나”(그중 가장 웃픈 건 “내가 이러려고 수능을 봤나”는 고3들의 탄식이고 내 아들도 그중 한 명이다)는 한숨이 새어 나온다면, 이때야말로 내가 왜 일을 하고 내가 왜 관계를 맺는지 되돌아볼 때다.
만약 애초부터 방향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내가 나를 달랬던 말로 위로를 전하고 싶다. 당신은 방향을 잃은 것이 아니라, 이제야 방향을 묻기 시작한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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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으라”는 말은 상실에 대한 위로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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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이후 afterthislife@nat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