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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로 초입을 지나 백운산으로 가는 길은 상태가 좋다. 백운산까지만 갔다가 다시 광덕고개로 되돌아오는 등산객이 꽤 많은 듯했다. 다만 좀 가파르다. 그렇다고 매우 힘든 정도는 아니다. 우리는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백운산 정상에 닿았는데, 이러다가 도성고개까지 하루 만에챠트박사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했다.
하루종일 숲에서 걷다가 땀과 먼지 범벅인 채로 잠들어 보자. 아침에 일어나서 밥을 먹고 또 하루 종일 걸어보자. 3일 동안 산에 푹 빠져보자.
산에서 3일째 아침, 국망봉자연휴양위노바 주식
림 캠핑장 D사이트. 국망봉 초입에 자리한 이 캠핑장은 큰 나무가 많아 캠핑을 하기에 아주 좋다.
평생 자연과 거리를 두고 산 사람과 대화를 나눴다. 이 사람은 도시에서만 생활한다. 쉬는 날 지방에 놀러가거나 숲이나 공원에 나가 산책을 하지 않는다. 여태껏 산에 가본 적은 다섯 손가락에 꼽을 수 있야마토3
다. 이 사람은 산에서 3일간 머물다 왔다는 나의 이야기에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그거 대체 왜 하는 거야? 갔다오면 뭐가 좋아?"라고 그가 내게 물었다. 나는 대답했다.
"음, 원초적이 되잖아요. 배낭 메고 하루종일 걷다가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텐트 치고 자고. 도시에서는 수많은 걱정을 안고 사는데 산에 가면 걱정이 없어요. 생각들황금성3
이 사라져요. 그래서 갔다오면 개운해요. 목욕을 한 것처럼."
그는 여전히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지칠 때까지 몸을 쓰고 웅장한 경치를 보고, 꿈을 꾸지 않고 푹 자는 것과 같은 원초적인 경험은 지금 시대 아주 귀하다. 걱정과 불만, 불안과 불면으로 가득한 도시에선 저런 감정과 마주치기가 쉽지 않으니까. 그런 점에서 백증권정보지
패커(이외 각종 아웃도어 마니아)는 매주 산에서 금을 줍는 사금꾼들이다. 그들이 산에서 만든 기억은 금빛처럼 반짝일 것이 분명하다.
당연히 산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많은 '금'을 캘 수 있다고 나는 자신한다. 하지만 국내에선 오랜 기간 산에서 머무르기가 좀 애매하다. 해외의 유명 트레킹 코스처럼 화려하면서도 긴 코스가 얼마 없고, 사람들은 대체로 일을 많이 하기 때문에 주말 말고 평일에 연차를 써서 산에 가는 것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그에 따라 지금 백패킹 마니아들은 대체로 1박2일 동안 단출한 산행을 주로 한다. 상황이 바뀔 수도 있다. 주 4.5일제 이야기가 여러 곳에서 솔솔 피어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위 상황을 고려해 산에서 3일 동안 머물러보기를 계획했다. 중간 보급 없이 오로지 산에서 걷고 먹고 자는 것이다. 낙동정맥이나 백두대간의 코스들이 적당한데, 접근이 좀 어려워 상대적으로 쉬운 코스를 골랐다. 한북정맥 2구간이라고 통칭하는, 경기도 포천과 강원도 화천 경계의 광덕고개~백운산~국망봉~견치봉~도성고개 능선을 종주해 보기로 했다.
광덕고개 정상에 휴게소가 있다. 등산로는 휴게소를 지나쳐야 나온다. 휴게소에서 음식을 팔기도 하는데 맛집으로 알려지진 않았다. 휴게소에 작은 주차장이 있지만 1박 이상을 계획한 산객들에겐 휴게소에서 주차를 허용하진 않는다. 300m 떨어진 다른 '쉼터'에 차를 댈 수 있다.
등산로 초입을 지나 백운산으로 가는 길은 상태가 좋다. 백운산까지만 갔다가 다시 광덕고개로 되돌아오는 등산객이 꽤 많은 듯했다. 다만 좀 가파르다. 그렇다고 매우 힘든 정도는 아니다. 우리는 출발한 지 1시간 30분 만에 백운산 정상에 닿았는데, 이러다가 도성고개까지 하루 만에 가는 것 아니냐는 걱정까지 했다.
백운산을 지나자 길이 잡목에 가려지기 시작했다. 반바지를 입고 온 유명한씨는 더운 날 긴바지를 입고 온 나를 보고 의아해 했다가 잡목 구간을 통과하면서 비로소 그 의도를 알았다고 말했다. 근처에 군부대가 많기 때문인지 헬기장이 자주 등장했다. 탐나는 비박지였고, 이런 사이트를 두어 개 지나쳤다.
도마치봉에서 내려가 이동하던 중 작은 계곡을 만났다. 물이 졸졸 흘렀다. 초반이라 배낭에 물이 가득했던 우리는 입맛만 다시고 그대로 지나쳤다(이후 물을 구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얼마 안 가 도마봉에 올랐다. 텐트 4동 정도 칠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보고 우리는 운행을 멈췄다.
도마봉에 도착했을 때 시간은 오후 3시쯤이었다. 우리는 텐트를 치면서 감격했다.
"이렇게 일찍 텐트를 펴다니!"
유명한씨는 텐트를 완성하고 널찍한 자리에 누워 챙겨온 만화책을 꺼내어 읽었다. 잠들기 전까지 우리는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이전까지 우리는 코스를 길게 잡고 산에서 머무는 시간을 짧게 잡았다. 그러니까 최단시간 최장거리 완주가 목표였다. 따라서 백패킹을 하는 것이 어쩔 땐 부담이었다. 그때와 반대로 코스를 짧게 잡고 산에 머무는 시간을 늘리니 한없이 여유롭고 즐거웠다. 우리는 계속 웃었다.
산에서 만화책 보는 남자 매력터져! (어머!)
다음날 아침 남은 코스를 가기 위해 일찍 나섰다. 이날은 국망봉을 넘어 민둥산까지 가기로 했다. 거리가 길지 않아 전날과 같이 들뜬 분위기였다. 하지만 하늘이 흐려지기 시작했고 잡목이 정강이를 할퀴거나 붙잡고 늘어졌다. 그래도 우리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국망봉이 코앞에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등산로 상태가 점점 나빠졌다. 육안으로는 길이 잘 보이지 않았다. 수풀 속에 발을 집어 넣고 더듬더듬 등산로를 찾아 앞으로 나아갔다. 얼마 후 반바지를 입은 유명한씨의 정강이는 긁힌 자국으로 어지러웠다. 반소매 티셔츠를 입고 길을 헤친 탓에 내 팔에도 상처가 가득했다. 유명한씨와 나는 왜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산행을 했을까? 잡목 구간이 짧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망봉까지 우리는 날카로운 나뭇가지와 가시 덤불의 주먹질에 속수무책 당했다.
30분이면 갈 수 있는 코스에서 1시간 넘게 헤맸다. 능선 곳곳에 예쁜 초롱꽃이 피어 있었는데 큰 위로가 되진 않았다. 가까이에 솟은 봉우리가 국망봉인줄 알았는데, 아니어서 좌절하기까지 했다. 전날과 달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풀을 헤치고 겨우 국망봉에 도착했다. 어려운 구간을 끝냈다며 안도했는데, 마실 물이 똑 떨어졌다. 능선 중간에서 물을 구할 곳은 없었다. 전진이냐 하산이냐? 고민하다고 우리는 아래쪽 국망봉자연휴양림으로 대피하기로 했다.
국망봉 바로 아래쪽으로 이어진 등산로를 따라 내려갔다. 가파른 길을 600m쯤 내려가자 무인대피소가 나왔다. 20여 년 전 겨울, 일가족이 이 코스를 올랐다가 조난을 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이 대피소는 그 이듬해 생겼다.
광덕고개~국망봉 구간은 군사 작전 구역을 방불케할 정도로 군용 벙커가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국망봉자연휴양림으로 가는 중에도 여러 개의 벙커를 발견했는데 그중 하나는 1969년에 지어졌다.
가파르고 험한 내리막을 2시간 30분 정도 걸려 내려왔다. 국망봉자연휴양림까지 임도를 타고 30여 분 더 가야 했는데, 무척 지친 상태라 예쁜 길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 캠핑장 도착. 운동장처럼 넓은 D사이트엔 우리뿐이었다. 메타세쿼이아가 분위기를 낭만적으로 만들었다. 환상적인 둘째날 밤이었다.
국망봉자연휴양림의 D사이트. 원래 이곳은 오토캠핑장이다. 우리가 방문한 날엔 때마침 아무도 없었다.
우리가 머무는 텐트는 작았고 식사는 별 볼일 없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기가 천국이라면서 즐거워했다. 근처 계곡에서 물이 콸콸 흘렀고 샤워실에서 뜨거운 물도 나왔다. 고생 없이 이 순간을 맞았다면 저 작은 요소에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혹은 천국 같은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된다면 우리는 행복하다고 느낄까? 여러모로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나는 한참동안 달을 바라보다가 텐트에 들어갔다.
평화로운 셋째 날 아침, "산 한 번 더 탈까요?"
흡족한 마음으로 셋째 날 아침을 맞았다. 햇빛이 쏟아졌고 새가 지저귀었다. 나는 함께한 유명한씨에게 3일간 어땠는지 소감을 물었다. 그가 대답했다.
"산에서 2박3일을 보낸다는 계획을 기자님께 듣자마자 이건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일반 캠핑으로는 3~4일 해본 적 있는데 종주하면서 2박3일 또는 그 이상은 경험한 적 없었어요. 떠나기 전에 무척 설?어요. 그런데 와보니 상상했던 등산로가 아니어서 놀랐습니다. 수풀이 우거진 줄 모르고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왔는데 이 때문에 작지만 상처가 많이 생겼어요. 구급약품도 더 세심하게 챙겨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코스를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을까요?"
"인적이 드물어 온전히 하이킹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정맥을 걷는다는 것도 뭔가 큰 의미가 있다고 느꼈고요. 하지만 일부 구간이 정비가 되어 있지 않아 아쉬웠어요. 친구들에게 이 코스를 소개한다면 호불호가 심하게 나뉠 것 같네요. 불호 쪽이 더 많을 것 같아요. 물론 저는 좋았습니다."
우리는 텐트를 걷었고 널찍한 터 아무 곳에나 젖은 텐트를 펼쳐서 말렸다. 산에서 이처럼 여유로운 건 참으로 오랜만이었다.
캠핑장에서 만난 사람
관리자 박망봉(가명)씨
국망봉자연휴양림 '국립' 아님
국망봉자연휴양림에서 하루 머물고 내려가는 길에 관리자와 만났다. 그는 위쪽에서 배낭을 멘 채 내려오는 우리를 보고 놀라워했다.
"광덕고개에서 출발했다고요? 대단하네요. 차 없이 백패킹으로 여기 오는 사람은 드물어요. 국망봉에 가는 등산객도 얼마 안 돼요. 여긴 많이 위험하거든요. 독충이 많고 뱀도 많아요. 돌산이라 위험한 절벽도 꽤 있고요. 조심해야 해요."
그에 따르면 국망봉자연휴양림은 '국립'휴양림이 아닌 개인 소유의 캠핑장이다. 나라에서 일부 보조금을 받아 운영된다. 최근 들어 손님이 줄고 있는데 그는 숙박 쿠폰이 손님을 다 빼앗고 있다며 한숨을 쉬기도 했다.
산행길잡이
이번 종주 코스 광덕고개~국망봉 능선은 한북정맥에 해당된다. 보통 '한북정맥 2구간'이라고도 불린다. 원래 이 2구간은 국망봉에서 더 나아가 견치봉(1,124m), 민둥산(1,009m)을 넘어 도성고개까지 이어진다. 취재팀의 최종 목적지는 도성고개였는데, 국망봉에 이르러 식수가 떨어지는 바람에 국망봉자연휴양림으로 하산했다. 광덕고개부터 백운산까지 길 상태는 매우 좋다. 사람이 많이 다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후부터 등산로는 수풀 속으로 자취를 감춘다. 발을 더듬으면서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할 정도다. 이 때문에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잡목이 길을 막고 있어 물을 구하러 가기도 힘들다.
국망봉에서 국망봉자연휴양림까지는 거리가 길고 많이 가파르다. 정상에서 600m쯤 아래로 무인대피소가 있다. 급할 때 이용하면 된다. 임도에서 국망봉자연휴양림까지는 30분 거리다.
교통
포천시 일동버스터미널에서 광덕고개로 가는 시외버스가 하루 11회 출발한다 (08:05~ 20:30). 택시로 가면 3만 원 정도 나온다.
맛집
갈비 말고 두루치기 추천
포천시 이동면은 '이동갈비'로 유명하다. 따라서 길 전체가 갈비집으로 이뤄진 곳도 있다. 이동갈비는 꽤 비싸다(보통 1인분에 4만5,000원). 갈비 말고 다른 메뉴를 찾는다면 더덕구이와 두루치기로 유명한 '옛날식당'으로 가는 것이 좋다. 이 집은 더덕구이(1만8,000원)와 두루치기(1만5,000원) 말고도 반찬이 맛있다. 무려 15가지다. 이 반찬들은 모두 '무한리필' 가능하다. 직원들의 친절함도 그에 버금간다.
주소 : 포천시 이동면 화동로 1695
전화 : 031-532-4647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