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픽사베이)
록페스티벌에서 우연히 발견한 동질감
지난 9월 말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에서 개최된 ‘부산국제록페스티벌’에는 나와 아내 그리고 올해 일곱 살 된, 우리 집 알파세대 아들도 동행했다. 매 주말 아침 우리집 루틴 하나는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리는 것이고, 또 하나는 바이닐 레코드를 재생하는 것이다. 이 주말의 습관 덕에 알파세대인 우리 아이는 로큰롤 뮤직에 별 거부 반응을 내비치지 않게 되었다. 이게 우리 가족이 부산국제록페스
바다이야기합법 티벌을 위해 열차에 몸을 실을 수 있었던 이유다.
페스티벌 라인업에 팝 뮤지션 미카와 록 밴드 스매싱 펌킨스가 오른다는 것을 알고, 일찌감치 선택했던 부산록페. 그곳에서 우리 부부는 꽤 놀라운 광경을 목도했다. 1980년대 생인 아내에게도 사실 스매싱 펌킨스는 동시대 음악가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매싱 펌킨스는
릴게임손오공 1991년 데뷔 앨범을 낸, 그러니까 너버나, 펄 잼, 사운드가든 등과 같은 ‘시애틀 그런지 록’ 장르로 분류되는 세대의 음악이다. 되려 이들은 X세대인 나와 동질감을 가지는 장르다. 헤비메탈 이후 찾아온 그런지 록이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의 음악 시장을 석권했었다.
이런 스매싱 펌킨스의 무대에 ‘Z세대’라 불러도 무방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할 20대 청춘들이 열광하는 장면을 서울도, 인천도 아닌 부산에서 이번에 목도했다. 그들은 밴드 프론트 맨인 빌리 코건이 머리를 기르고 있는 이미지를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올해로 59세가 된 빌리 코건은 어느 순간부터 뱀파이어와 같은 민머리 스타일을 고수한 지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부산에서 나는 X와 Z가 동일한 문화 아이템을 두고 교집합을 형성하
릴게임 는 걸 직접 체감했다.
디지털의 공습, 그것이 두려웠던 X세대
여기에서 X세대에게 유행했던 트렌드를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먼저 내가 대학생이었던 1990년대에 유행했던 두 가지 패션 스타일이다. 스키니 진과 부츠 또는 컨버스 스니커즈로 매칭된 록 패션. 또 하나는 엉
릴게임방법 덩이에 반쯤 걸쳐진 배기진 팬츠와 NHL 하키 유니폼 또는 NBA 유니폼으로 스타일링 된 힙합 스타일. 당시는 오렌지족이 유행이었고, 압구정은 해외 유학파 및 해외 어학 연수파들이 밀집하는 핫플레이스이기도 했다.
기술적 면에서는 ‘삐삐’라 불리는 호출기 시대에서 ‘시티폰’이라는 원시적 휴대폰을 거쳐 PCS폰 모바일 시대에 접근하던 시기다. 여기에 유선 전화 모뎀으로 작동하는 PC통신이 ‘어른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커뮤니케이션 창구였다. ‘밀레니엄’이라는 용어가 화두였고, 다가오는 21세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는 시대이기도 했다. 심지어 경제적으로는 IMF라는 불황을 사회 진출의 초입에서 직면한 시대였다. 그래서 한껏 희망에 부풀었다가, 또 암울한 터널을 지나기를 반복하는 엇갈림의 시간들이었다. 마치 지금의 세대가 그러하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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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나는 헤비메탈을 위시한 록 뮤직을 들었다. X세대에게는 가요보다 해외 음악이 더 좋은 어떤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X세대보다 조금 더 어린 밀레니얼 세대로 넘어가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들의 문화 대통령이 되었고, 새롭게 등장한 1세대 아이돌 그룹들은 그간 팝 뮤직의 인기를 완전히 전복하는, 요즘의 K-컬쳐 파워를 능가할 만큼의 에너지를 표출하고 있었다. 메탈리카 등의 CD를 포터블 플레이어에 담고 다니던 시절, 나는 대학로의 어떤 무대에서 서태지와 아이들이 ‘환상 속의 그대’를 부르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기도 했었다. 그때의 관객 반응은 “쟤들은 뭐야?” 투였지만.
지금의 청계천이 복개되기 전, 그곳에는 수많은 복제품 시장이 존재했고 소위 ‘빽판’이라 불리는 불법 복제 바이닐 레코드도 있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 카메라가 함께 공존했다. 너무 앞서 나간 듯한 디지털 카메라에 대한 반작용으로 우리는 로모 카메라로 불리는 토이 필름 카메라는 물론이고, 니콘, 콘탁스, 캐논 등의 필름 사진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부르짖으며 아날로그의 회귀를 주창하고 있었다. 다이어리에 계획표를 빼곡히 채워 넣고, 각종 컬러 펜과 스티커로 개성 있게 꾸미는 것도 우리 시대의 임무였다.
디지털로 살아온 젠지, 아날로그는 되려 신문물
세월은 쏜살같이 흘러버렸다. 당시 청춘이었던 X세대는 많게는 50대 이상, 적어도 40대 중후반이 되었다. 그런데 신기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우리가 당시 향유했던 문화들이 다시금 유행 혹은 트렌드로서 문화 전반의 선두에 나선 것이다. 그때 우리에게 2,000만 화소 HD급 영상을 제공하는 디지털 카메라는 신문물이었다. 손바닥만큼 작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질 좋은 사진과 영상을 얻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만 한 세상이었다. 핸드폰의 조악한 사진으로 싸이월드를 꾸미던 시절도 있었다. 테크놀로지는 급속도로 발전해 그때의 모든 것은 구식이 되어버렸다.
요즘 손에 들린 모바일 폰은 그때의 디지털 카메라보다 훨씬 더 고화질, 고품질의 이미지와 영상을 생성해낸다. 모바일이 디지털의 모든 것을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상이 되었다. 끗발 날리던 디지털 카메라 시장이 주춤해졌다. 이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면 현실보다 더 쨍쨍한 품질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바로 여기서 인식의 전환이 발생한다. 바로 Z세대가 ‘과거 X세대가 누렸던 어떤 것’을 공유하려는, 회귀의 움직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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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세대는 디지털과 익숙한 채 살아온 사람들이다. 흔히 우리는 그들을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부른다. 그들에게 아날로그는 되려 신문물이 된다.과거의 우리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디지털 문명에 거부 반응을 보이며 아날로그를 찾던 것과 유사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Z세대는 디지털 환경에 매우 익숙한 세대지만 동시에 아날로그 감성에 굉장히 강한 동경과 흥미를 보인다.
이들에게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굳이 필름을 들고 사진관에 방문해서 현상과 인화를 하는 행위, 무한으로 플레이되는 스트리밍 음악 앱 대신 번거롭게 판을 갈아줘야 하는 바이닐 레코드로 음악을 듣는 것은 굉장히 이색적인 행위다.
말로 해도 다 기록해주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대신 다이어리에 직접 쓰고 꾸미는 등의 작업 등은 아주 신선하고 매력적인 놀이가 된다. 이는 새로운 세대가 추구하는, ‘실물적 경험’에 부합하는 실천들이 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요즘 ‘인생 네컷’과 같은 즉석 인화 사진, 필름 카메라, 물리적 다이어리, 벽걸이 또는 포터블 CD 플레이어, LP 플레이어 등과 같은 레트로 감성 가득한 아이템들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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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함과 느림의 고의적 선택
Z세대가 굳이 아날로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바로 불편함과 느림을 고의적으로 선택함으로 인해 발생하는, 오히려 차별화된 라이프스타일을 강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X세대와의 교집합이자 차별점이 또 하나 도출된다. X세대에게 이런 아날로그의 이용은 당시 급진적이었던 기술 발전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이 생성해낸 반대 급부’였다. 동시에 힙스터적 선택의 산물이기도 했다.
반면 Z세대에게 아날로그적 경험은 ‘하나의 이벤트’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니까 X세대는 아날로그만으로도 자신의 고유한 라이프스타일을 채울 수 있었던 것에 반해, Z세대의 아날로그는 디지털과 필연적으로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일시적 이벤트라는 것이다. 원래 삶의 근간이 되는 디지털을 그들 삶에서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디지털 카메라지만 아날로그적 느낌을 가진 제품들이 인기몰이 중이다. 후지필름과 리코 사에서 내놓는 제품들이 단적인 예다. 후지필름은 마치 싸이월드 감성을 불러일으킬 만한 레트로 느낌의 카메라 ‘엑스하프’를 내놨다. 이 제품은 고사양의 모바일 카메라에 완전히 반하는, 저해상 느낌의 감성 사진 촬영을 주무기로 한다. 리코 사는 스테디셀러였던 GR3 모델의 최신 버전인 GR4를 최근 발매했다. 이 역시 디지털 카메라지만 아날로그 무드가 담긴 필터를 통해 필름 카메라와 유사한 결과물을 만드는 것으로 인기를 끈다.
이렇게 Z세대는 과거의 제품들을 새로운 어떤 것으로 받아들이며 재미있게 놀기도 하지만, 역시 그들이 열광하는 것은 요즘의 것에 옛 정서를 담아내는 제품들이다. 디지털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들에게 디지털을 기반으로 아날로그적으로 놀게 해주는 것. 이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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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X세대와 Z세대 사이의 교집합은 과거와 현재의 격차만큼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다. 기본적인 근간은 동일하면서 그것을 향유하는 스타일에서 현격한 차이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앞서 우리 시대의 패션을 언급한 바 있다. 그때의 감성이 지금도 다시 유행으로 돌아와 있다. 역시 문화는 30년 주기로 돌아오는 것임에 틀림없다. 나이키 조던 운동화는 우리 시대에 인기 있었던 것 이상으로 지금도 인기가 있다. 슈프림과 같은 스트리트 브랜드가 그때도 있었다. 유행하는 아이템이 유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식의 차이가 여기서 시작된다. 그때의 X세대 혹은 이른 밀레니얼 세대의 구성원들이 Z세대의 아이템을 걸치며 자신이 트렌디한 패션 피플이라 칭하는 경우가 있다. 청춘 시절 그렇게 입었었기에, 지금 그렇게 입어도 될 것이라는 인식론적 오류가 발생한 셈이다. 이를 우습게 비꼬는 용어가 ‘영포티’다.
물론 나를 포함한 그때의 세대가 ‘마음만은 청춘’이라는 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나 역시 내가 젊다고 생각하며 살아가는 이 중 하나다. 하지만 차림새까지 그때를 상기시키는 것으로 바꾸는 건 조심스러운 선택이다. 라이프스타일에 있어 패션은 연령과 환경에 맞게 스타일링되어야만 한다.
이제 나는 똑같은 스투시 티셔츠를 걸쳐도 로고가 큰 것보다는 기능적으로 잘 디자인된 제품을 입는 게 좋다. 조던 운동화를 신는다면 굳이 반바지나 배기 핏 진 팬츠보다는 슬랙스에 매칭시키는 게 멋져 보인다. X세대는 지나간 세대이지 지금의 핵심 세대가 아니다. 그래서 Z세대와 문화 코드를 공유한다 할지라도 주인공의 자리는 그들에게 내줘야 한다. 영포티 또는 영피프티라는 손가락질을 당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그들에게 무대를 비워주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 세대와 공유한 문화를 새롭게 향유하는 젊은 세대를 응원하면 된다.
[글 이주영(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1004호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