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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6-28
조회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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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해진미가 놓인 식탁 테이블. 눈길은 그러나 음식에 머물지 않습니다. 저 멀리 떨어진 그녀에게로 향합니다. 그녀의 눈은 거대한 중력처럼 그를 끌어당겼습니다. 파란 호수처럼 빛나는 그녀의 안광이 그의 마음을 여러 번 흔듭니다. 그 역시 확신합니다. “그녀도 나를 좋아하고 있어.”
사내가 운명이라고 확신했지만, 그녀 옆에는 어엿한 짝이 떡하니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가 ‘외삼촌’이라고 부르는 남자. 그렇습니다. 운 발급기관명 명적 사랑을 느낀 여인은 그의 외숙모였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금단의 열매를 기어이 따먹고 말았지요.
‘금기’를 넘나든 사랑에 빠져든 남자의 이름은 테오도르 제리코. ‘메두사호의 뗏목’이라는 위대한 작품으로 예술사의 족적을 남긴 인물입니다. 전대미문의 해양사고를 그린 ‘메두사호의 뗏목’에는 ‘근친상간’으로 얼룩진 가정사가 파편처럼 둥둥 원리금균등할부 떠다니고 있는 셈입니다.
복잡한 가정사의 테오도르 제리코는 어두운 사건을 사실적으로 묘사한 화가였다 .
명문가 자제 제리코
테오도르 제리코. 노르망디 저축은행월복리 주도 루앙에서 태어난 명문가 자제였습니다. 끼니 걱정, 돈 걱정 없이 유복하게 살던 티 없이 맑은 어린아이가 제리코였지요. 어디를 가나 ‘도련님’ 소리를 듣고 다니는 타고난 금수저였던 셈이지요.
그의 첫 재능은 아버지가 파리로 이주를 결심하면서 발견됩니다. 1796년 그가 다섯살 되던 해 아버지 조르주는 담배 사업을 직장인연체자대출 시작하고자 파리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제리코에게는 천운의 기회나 다름없었습니다. 위대한 화가로 즐비했던 파리에서 좋은 스승을 만난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테오도르 제리코가 그린 젊은 소년의 초상화.
주부무서류대출 천성이 게으르고, 놀기 좋아하는 아이였지만 그림을 그릴 땐 만큼은 누구보다 진지합니다. 붓을 한번 쥐면 그 속에서 결코 헤어 나오는 법이 없었습니다. 끼니를 먹을 때도, 누군가가 대화를 요청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1806년 루이 르 그랑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대화가’ 피에르 부용을 사사합니다. 제리코와 함께 공부했던 동료 중 하나가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외젠 들라크루아였습니다. 그야말로 화가로서 탄탄대로가 열리는 듯 보였습니다.
젊은 시절의 테오도르 제리코.
루브르를 놀이터로 삼은 소년
‘모방은 창조의 씨앗’입니다. 제리코에게도 그랬습니다. 그는 학교가 끝나면 루브르 박물관으로 달려갑니다. 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그리기 위해서였습니다. 루벤스, 티치아노 , 벨라스케스 , 렘브란트가 그의 캔버스로 옮겨집니다. 그리고, 지우고, 다시 그리는 지난한 과정. 제리코는 그저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거장의 조각들이 제리코 내면에서 또 다른 씨앗으로 발아하고 있어서였습니다. 친구들은 루벤스의 작품을 그대로 소화하는 그에게 ‘루벤스의 요리사’라는 기분 좋은 별명을 붙여줬습니다.
“그래, 나처럼 그리고 싶다고?” 제리코는 벨기에 화가 피터 폴 루벤스의 작품을 보면서 화가로서 꿈을 키웠다. 그림은 루벤스의 자화상.
제리코가 가장 좋아하는 피사체는 ‘말’이었습니다. 귀족의 자제로서 어렸을 때부터 승마를 즐긴 덕분이었습니다.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말은 무엇보다 제리코 내면에 응축된 에너지를 표현하는 데 탁월한 객체였지요. 제리코와 말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1808년 어머니가 죽었습니다. 홀로남은 아버지와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지요. 거친 두 사람 사이의 ‘방파제’였던 어머니가 사라지면서였습니다. 아버지 조르주는 아들이 그림을 그리는 걸 썩 못마땅해 했습니다. 제리코가 외삼촌인 카리엘을 찾아간 이유였습니다. 어머니의 추억 조각을 찾기 위해서. 아버지로부터 도피하기 위해서.
“기왕이면 전신을 그려주지?” 제리코의 ‘흰 말의 머리’.
운명적 사랑이 하필이면...
그가 마주한 건 어머니의 따스함이 아니었습니다. 강렬한 사랑의 열망이었습니다. 몰려오는 성적 충동이었습니다. 외삼촌 카리엘이 아내라고 소개한 인물 ‘알렉상드린 모데스트를 본 뒤였습니다. 카리엘보다 27살이나 어린, 그야말로 어린신부였지요. 조카 제리코보다도 불과 6살 많았을 뿐입니다. 외숙모라기보다는 누나에 가까운 존재.
어쩐지 두근거리는 가슴을 주체할 수가 없었습니다. 사랑이라는 감정 없이 돈 때문에, 가족 때문에 마지못해 결혼해야 했던 알렉상드린 역시 제리코가 싫지 않은 눈치였습니다.
“조카, 제리코군. 어서와요.” 제리코가 그린 젊은 여인의 초상. 알렉상드린이 모델로 추정된다.
외삼촌 별장 마구간에 처박혀 종일 말을 그리고 와서는 알렉상드린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행복한 나날이 이어집니다. 이때 그린 말 그림으로 1812년 파리 살롱에서 입상에 성공합니다.
1814년 아버지 조르주마저 죽었습니다. 제리코는 궂은 일 한번 해본 적 없는 도련님의 전형. 외삼촌 카뤼엘이 그를 물심양면 지원해준 배경이었습니다. 조카 제리코의 그림을 향한 열정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 때문입니다.
테오도르 제리코의 청년의 머리에 대한 연구.
로마로 떠나다...위험한 사랑을 피하기 위해
“로마에 다녀오너라.”
외삼촌 카뤼엘은 제리코에게 이탈리아 로마로의 여행을 권했습니다. 르네상스 거장들의 숨결이 아직 남아있는 곳, 그래서 모든 화가들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었지요. 제리코는 외삼촌의 제안을 기꺼이 받아들입니다. ‘그림’을 더 배우고 싶다는 욕구도 있었겠지만, 사실 그의 마음속에는 금기된 사랑을 넘게될까 조마조마한 마음이 자리하고 있었지요. 일종의 사랑으로부터의 도피였던 셈.
피렌체·로마·나폴리를 여행한 제리코는 미켈란젤로와 티치아노의 작품을 보며 전율했습니다. 어렸을 때처럼 그들의 작품을 그대로 답습하지는 않았습니다. 풍부한 감정을 미학적으로 그림에 반영해 ‘낭만주의’식으로 재해석합니다. 제리코는 화가로서 한발짝 더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이게 바로 로마의 활기라네.” 제리코의 ‘로마에서의 경주’. 1817년 작품.
이탈리아에서 돌아 온 제리코. 그의 눈엔 파리의 화려함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의 눈을 사로잡은 건 오직 단 하나. 외숙모 알렉상드린이었습니다. 2년 동안 만나지 못했지만 그녀는 여전히 옥처럼 빛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제리코는 선을 넘고 말았지요. 알렉상드린 역시 불처럼 타오르는 욕망을 제어하지 못했습니다. ‘근친상간’이 벌어지고 있던 셈이었습니다. 1817년의 일이었습니다.
이듬해 8월. 알렉상드린이 아이를 낳았습니다. 남편 카리엘은 확신합니다.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는 걸. 추궁 끝에 모든 걸 털어놓습니다. 내연남은 자신이 적극적으로 지지해 준 조카 제리코였습니다. 이제 막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엄마도, 아빠도 알지 못한 채 멀고 먼 친적집으로 보내집니다. 알렉상드린은 수녀원에 유폐됐지요. 당대 프랑스에서 ‘근친상간’ 스캔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그것도 명문 가문에서는 더욱 그랬지요. 치욕적인 스캔들은 어떻게든 가려져야 했습니다. 제리코 역시 집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제리코의 ‘석고 가마’. 스산한 풍경이 제리코의 마음을 반영한 느낌이 드는 작품이다.
정신의 침몰과 연결된 메두사호의 침몰
사랑을 잃는다는 건, 망망대해에서 뗏목에 의지해 삶을 건사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리코는 마치 정신병자처럼 방 안에 처박혀 그림만 미친듯이 그려댔지요. 근친상간을 했다는 죄책감, 발각됐을 때의 수치심,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알렉상드린과 태어난 아이. 혼란과 상실감 속에서 그는 자신을 학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의 눈에 들어온 사건이 ‘메두사호의 침몰’이었습니다.
1816년 7월 메두사호는 서아프리카 세네갈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영국에게 빼앗긴 세네갈을 되찾은 뒤였습니다. 황제 나폴레옹 3세는 이를 기념해 이곳에 정착할 시민들을 운송하라고 명령했지요. 공무원, 군인, 과학자, 정착민을 가득 채운 메두사호가 아프리카 서안을 항해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였습니다.
“다 죽게 생겼는데, 무슨 놈의 계급이고 신분이냐.” 침몰한 메두사 호와 승무원의 반란을 그린 삽화.
“쿵...쿵...”
잔잔한 바다를 거닐던 메두사호에 굉음이 일었습니다. 모래톱에 부딪힌 것이었습니다. 선장과 선원은 상황을 파악하지 못합니다. 술에 취해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배가 원래 다니던 항로를 벗어나도 이를 알지 못했습니다. 가까스로 뗏목을 만들어 탈출을 시도합니다. 13일의 표류. 147명 승객 중 살아남은 사람은 고작 15명.
인류가 추구해 온 생명 존중의 가치도, 귀족이 추구해야 할 우아한 모습도, 죽음의 공포 앞에선 무력합니다. 힘이 센 사람이 약해 보이는 사람을 바다에 빠뜨리고, 먹을 것이 떨어지자 시신을 먹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악마’로 변해버린 가족과 동료를 본 일부 승객들은 스스로 바다에 몸을 던졌습니다. 조금이라도 좋은 기억으로 세상을 마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신이시여, 왜 지옥을 지상에 만드셨나이까” 제리코의 ‘메두사호의 ?목’.
처참한 광경을 그림에 담다
제리코는 이 사건을 화폭으로 옮기겠다고 결심합니다. 살고자 도덕을 버린 생존자들. 성적 욕구로 무참히 윤리를 짓밟아버린 제리코. 존재의 끝자락에 선 생존자들에게서, 스스로 광인이 되어버린 자신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는 몇 날 며칠에 걸쳐 그림에만 열중합니다. 관리인이 가져다주는 음식을 먹을 때만 잠깐 그의 방문이 열렸습니다. 그가 외출할 때는 오직 시체 영안실을 방문할 때뿐이었습니다. 메두사호 뗏목 위에 버려진 시체를 묘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실제로 그는 동물 사체를 집으로 가져와 부패하는 과정을 직접 본 것으로 전해집니다.
고문당해서 목이 잘린 사람들의 머리를 묘사한 제리코.
그의 방은 죽음의 썩은내로 가득합니다. 제리코가 이를 역하게 여기지 않았던 건 어쩌면 그의 삶 역시 썩을 때로 썩어버려서가 아니었을지. 1819년 ‘메두사호의 뗏목’이 그렇게 완성됩니다. 굶주림, 절망, 폭력, 음울. 세상의 모든 부정이 이 작은 뗏목에 모두 담겨 있습니다. 제리코가 내면의 어둠을 캔버스에 쏟아부어서였습니다.
가로 7m 세로 5m에 달하는 작품은 존재의 비극을 그대로 담아낸 낭만주의 회화의 대표작으로 손꼽힙니다. 오랜 지인 외젠 들라크루아가 작품을 본 뒤 “(너무 흥분한 나머지)집까지 미친 듯이 뛰어갔다”고 얘기했을 정도였습니다.
잘린 발과 손을 연구한 제리코의 그림.
돌아온 건 끔찍한 비난
그러나 프랑스 비평계의 시선은 차가웠습니다. 인간의 어두움을 대면하는 데 인색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림은 언제나 아름다움을 찬미하는 도구여야 한다는 선입관 때문이었습니다. 제리코는 비난에 지쳐 영국으로 떠났다가 2년이 안 되어서 돌아옵니다.
“화가 네놈도 나만큼이나 미친 게로구나” 제리코의 ‘도박광’.
그에겐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도, 핏덩이 같은 아들도. 손에 쥔 건 오직 붓. 다시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합니다. 대상자는 ‘광인’(狂人)이라고 불리던 세상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었습니다. 초상화였을지, 자화상이었을지. 가난한 자, 병든 자, 미쳐버린 자. 온갖 소외인들이 낭만주의 대가의 필치로 되살아나고 있었습니다. ‘광인의 연작’이었습니다.
1823년 8월. 아주 더운 여름의 파리. 그토록 좋아하는 말을 타던 제리코가 낙마 사고를 당합니다. 척추가 부러지는 대형사고. 후유증은 깊었고, 그는 다시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1824년 1월의 일이었습니다.
“나 이렇게 가노라.” 제리코의 죽음. 화가 아리 셰퍼 작품.
그가 죽은 지 16년 후. 건실한 청년이 그의 무덤 앞에 섰습니다. 외숙모 알렉상드린의 아들, 다시 말해 제리코의 아들 조르주 이폴리트였습니다. 생떼같은 자식을 세상이라는 바다에 던져버린 비정한 아버지였지만, 조르주는 그래도 부친의 존재를 잊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모습을 새긴 청동 조각상을 올리고, 그 아래에는 ‘메두사호의 뗏목’ 조각을 놓았습니다. 아들 조르주가 아버지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참배였습니다.
예술이라는 뗏목에 걸린 도덕의 사슬을 끊고 광기라는 새로운 섬으로 여행을 떠났던 화가 제리코. 우리는 덕분에 지극히 어두운 예술의 풍경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16년만에 자신을 찾아온 조르주에게 그는 어떤 표정을 지었을지.
파리 페르라셰즈에 잠든 제리코. 청동 조각은 아들이 만든 것이다. [사진출처=LAMA]
“사랑이 나를 미치게 하는구나...” 제리코가 죽기 전 마지막으로 그린 그림 ‘마제파의 전설’. 전설 속에서 사내는 왕비와 함께 있다가 발각돼 죽을 때까지 미친 말에 알몸으로 묶이는 형벌을 받았다. 제리코의 삶과 어쩐지 닮아있다.
<네줄요약>
ㅇ‘메두사호의 뗏목’은 비참한 해양사고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예술사의 길이 남는 작품으로 통한다.
ㅇ화가 테오도르 제리코는 외숙모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는 근친상간으로 본인마저 정신적 상처를 안고 있었다.
ㅇ트라우마를 안고 그림에 천작하고 있을 때 메두사호 침몰사건이 벌어져, 이를 그림에 옮기는 데 매진했다.
ㅇ버려진 친아들이 16년 후 제리코의 무덤에 찾아와 ‘메두사호의 뗏목’을 조각하기도 했다.
역사(史)에 색(色)을 더하는 콘텐츠 사색(史色)입니다. 역사 속 외설과 지식의 경계를 명랑히 넘나듭니다. 가끔은 ‘낚시성 제목’으로 알찬 지식을 전달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격주 주말 알롱달롱한 역사를 들고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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