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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회사 어때?>
세상에는 기업이 참 많습니다. 다들 무얼 하는 회사일까요. 쪼개지고 합쳐지고 간판을 새로 다는 회사도 계속 생겨납니다.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기도, 수년을 하던 사업을 접기도 합니다. 다이내믹한 기업의 산업 이야기를 현장 취재, 데이터 분석 등을 통해 쉽게 전달해드립니다.
[헤럴드경제(울산)=김성우 기자] #. 생산을 마친 ‘안티모니괴(덩어리)’가 나무 팔레트에 얹혀 출하를 기다린다. 모습은 조금 탁한 색상의 은괴와 유사하다. 가격도 서로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한괴에 2 1억5000만 0㎏씩, 한 팔레트당 48개. 가격은 무려 8800만원에 달할 정도다. 생산을 담당하는 황윤근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귀금속2파트 파트장은 “만드는대로 국내외 거래처에 바로 판매가 될 정도로 찾는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미·중 무역갈등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폭등,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 등으로 최근 전략광물에 대한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결장 커지고 있다.
국내 전략광물과 희귀금속 생산의 최전선에 서 있다고 할 수 있는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 최근 다녀왔다. 주로 연·아연을 생산하는 업체로 알려진 고려아연은 귀금속인 금과 은부터 비스무트와 안티모니·황산·인듐 등 희소금속 10여 종의 희귀금속과 전략광물을 생산하는 글로벌 제련 회사다. 아연·연·은·인듐은 전세계 기업 중 생산량 학원강사경력 1위에 올라 있다.
고려아연이 영위하는 제련업은 남미와 호주 등지의 광산에서 들여온 정광(제련원료나 공업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도록 가공한 광석)을 다듬어 핵심 금속을 뽑아내는 일이다.
다른 제련사들이 같은 정광을 가지고도 기초금속(아연·연·동) 수준으로 뽑아내는 데 그치는 반면, 고려아연은 극미량으로 섞인 다양한 희귀금속도 정품 멀티샵 제련해 상품화할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희귀금속을 빼낸 뒤 최종 부산물도 산업용 골재 및 시멘트 원료로 활용하고 있다.
창고에 적재된 안티모니들 [김성우 기자]
때문에 업계에서는 ‘고려아 외환은행 대출상담사 연으로 간 정광은 버릴 게 없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현장에서 만난 고위 관계자는 “현재 상업화에 성공한 희귀금속 외에도 부산물에서 다른 희귀금속을 뽑아내고, 향후 이들도 시장에서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시장의 상황에 맞춰 상품으로 내놓기 위해 부지런히 연구하고 제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고부가 가치를 생산하는 핵심 비결 중 하나는 온산제련소 생산 시스템에 제련부산물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퓨머(Fumer) 공정’이다.
퓨머란 고려아연 같은 제련소에서 아연·연 등 메인 광물을 제련하고 남은 잔재물에서 추가로 희소금속(인듐·안티모니·금·은 등)을 회수할 수 있게 된 제련 설비다. 아연·연 등 기본 비철금속을 제련(플랜트)하고 발생한 슬러지·침전물을 퓨머 설비에 넣어 다시 제련하면 다른 금속 성분을 추가 추출할 수 있다. 고려아연은 플랜트-퓨머-플랜트라는 과정을 거치면서 추가적으로 핵심 광물을 더 뽑아낸다.
이를 구현하기 위한 생산시설도 다양하다. 현재 총 7개 공장(▷1공장 아연·귀금속 단지 ▷2공장 동, 열병합발전소, 퓨머, 산소단지 ▷3공장 연단지(제2비철단지), 소성로 공장 ▷4공장 석탄과 원료 저광사 ▷5공장 LNG복합화력발전소 ▷6공장 물류단지 및 상생협력관 ▷케이젬 동박공장)이 운영중이고, 증설 예정부지인 8공장도 미리 준비하고 있다.
현장에서 직접 살펴본 희귀금속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제품은 안티모니였다. 철강재에 합금으로 사용되면서 제품의 경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하는 안티모니는 최근 탄약·미사일·포탄 등 군수물자 생산이나 차량용 강판 분야에서 필수적인 금속으로 활용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 중국 상무부와 해관총서가 미국의 규제 조치에 맞서 안티모니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하면서 세계적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공장 전경 [김성우 기자]
고려아연은 이러한 글로벌 시장의 혼돈 상황을 적극 공략했다. 습식제련 공법을 생산공정에 본격 적용하면서,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능력을 비약적으로 키워낸 것이다.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건의할 정도로 우수한 독자기술인 헤마타이트 공법과 격막전해기술 등은 순도 99.9%(쓰리나인) 이상의 높은 수준의 안티모니를 생산하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기술력 향상과 적극적인 시장 공략은 실적 향상으로 이어졌다. 고려아연은 1분기 3조8328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61.4% 성장한 분기 기준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2711억원으로, 같은 기간 46.9% 증가해 101분기 연속 흑자 기록도 이어갔다.
특히 1분기 전략광물 부문 매출총이익(719억원) 중 약 73%가 안티모니에서 기인하는 점도 주목된다. 현재는 고려아연은 현재 생산하는 안티모니의 70%를 국내 시장에 공급하고, 나머지 30%를 수출하고 있다. 올해 생산된 물량의 약 10%는 미국으로의 수출을 고안 중이다.
생산량도 더욱 늘린다. 현장에서 만난 권기성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3본부장은 “안티모니를 더 추출할 수 있는 정광을 들여오고 정광에서 제품을 뽑아내는 능력인 이른바 ‘회수율’도 높이는 데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기존 생산랑은 연간 3500톤 수준인데, 올해는 4000~4500톤 수준으로 많게는 20% 이상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짜 은’이라고도 불리는 희귀금속 인듐의 생산도 온산제련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목이다. 흔히 연필심보다 부드럽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연하고 무른 성질을 지닌 인듐은 전기 전도성이 좋다. 때문에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태양광 등 첨단산업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인듐 역시 중국의 수출 통제로 인해 최근 가격이 요동치고 있다.
비철금속 시장조사기관 패스트마켓의 인듐 시장가격 추이를 보면 최고값 기준으로 2020년 1월 ㎏당 165달러, 2024년 1월 ㎏당 265달러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3월 들어 ㎏당 400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만큼 고려아연의 ‘몸값’도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고려아연이 현재 판매하는 인듐의 톤당 가격은 약 5억원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고려아연은 안정적인 생산 통해 국내외 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평가다. 2004년 인듐 공장을 준공했고, 순도 99.99% 이상 높은 순도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오랜 시간 현장에 근무한 작업자가 많아 정량을 생산하는 작업도 탁월하다.
이날 방문한 현장에서도 작업자가 고온 전기로에서 나와 액체산태인 인듐을 고체화하고 있는 ‘주조 공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두 개의 전기로에서 내려오는 파이프 아래 주조 틀이 놓이고, 녹은 인듐을 틀 규격에 맞게 담아내는 업무다. 여기서 주조틀에 투입된 인듐을 적은 오차로 일정한 규격으로 찍어내는 것이 작업자의 기술이라고 한다.
온산제련소 작업자가 인듐을 주조하고 있다. [김성우 기자]
전종빈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전자소재팀 책임은 “전기로 하나는 스페어(예비)용으로 둬서 만에 하나 파이프가 막히는 상황에 대비하고 생산에 지장이 없도록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라면서 “하루에 5㎏ 들이 100개 정도의 인듐을 생산해 평균 10톤, 많게는 12톤 이상씩 제품을 생산한다”라고 설명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관심도 남다르다. 온산제련소에서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최 회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 국면에서도 틈만 나면 울산을 방문해 생산 상황을 점검하고 직원들을 격려했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1월 임시주주총회 직후 첫 공식 일정도 온산제련소 방문이었다.
잇따른 방문에서 최 회장은 “어려운 상황에도 묵묵히 각자의 업무에 매진하고 있는 제련소 직원들에게 감사한다”며 “고려아연이 국가기간산업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많은 지지와 성원을 보내준 제련소 직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현장에서 일하는 기술자들의 자부심은 고려아연의 또다른 ‘비밀병기’다. 권기성 본부장은 “우리가 하는 일은 안티모니·인듐 등의 전략광물을 생산하면서 경제안보를 수호하는 중요한 역할”이라면서 “미·중 무역 갈등, 글로벌 관세 전쟁 등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경기불황이 이어지는 상황을 이겨낼 수 있도록 열심히 뛴다는 사명감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생산을 마친 고려아연 순도 99.99% 인듐 [김성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