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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법원은 저의 정직 2년 징계가 무효임을 선언했습니다. 법원은 교회의 자율성과 신앙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그 안에서 이뤄지는 차별과 인권침해에 대해 사회와 법이 결코 외면할 수 없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저는 이 판결이 한국 사회와 교회에 보내는 중요한 신호라고 생각합니다. 종교의 이름으로, 신앙의 이름으로 더 이상 차별과 배제가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선언입니다. 오늘의 판결이 교회 내외의 모든 성소수자와 약자, 그리고 차별과 혐오에 대학원생 대출 맞서 싸우는 모든 이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이 되기를 바랍니다.”?이동환 목사가 세상을 향해 꼭 소리 내어 읽고 싶었던 발언문이다.
꼭 읽고 싶었던 ‘승소’ 발언문
이동환 목사는 항소심(2심) 판결 선고를 하루 앞둔 2025년 4월23일 밤까지 세 종류의 발언문을 완성하려고 했다. 재판부가 이동환 목사 주장을 받아들여 ‘피 국민행복기금 개인회생 고인 기독교대한감리회(이하 감리회)의 정직 처분은 무효’라고 선고할 때, 반대로 이동환 목사의 항소를 받아들이지 않을 때(기각), 또는 이동환 목사가 낸 소송을 부적법한 것으로 보고 내용 판단 없이 종료할 때(각하)를 각각 대비한 글이었다. 서울고법이 4월24일 오후 1시50분에 하기로 한 판결선고 직후에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세 개 중 하나의 발언문을 낭독 차량연비개선 할 예정이었다.
감리회 소속 이동환 목사는 2019년 8월31일 제2회 인천퀴어문화축제 때 ‘성소수자를 향한 낙인과 혐오, 차별과 배제에 반대한다’는 축복식을 집례한 일로 2022년 10월20일 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감리회가 부과할 수 있는 정직 최대 기간) 벌칙을 확정받고, 2023년 2월3일 이 판결을 무효로 해달라는 소송을 서울중앙 행위무능력자 지법에 제기했다. 2024년 8월21일 선고된 1심 판결 결과는 각하였다.(제1529호 기사 참조)
“아내는 ‘느낌이 좋다. 승소 발언문을 먼저 쓰라’고 얘기했는데, 저는 ‘각하나 기각이 나오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어요. 착잡한 마음으로 기각, 각하(발언문)를 먼저 썼어요. 승소(발언문)를 제일 마지막에 쓸 때 ‘정말 고금리대출 이걸 (기자회견장에서) 읽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썼어요.” 좀처럼 잠을 못 이룬 이동환 목사가 발언문을 다 쓰고 겨우 잠든 시각은 선고 당일 새벽 4시가 넘어서였다.
그런 그에게 서울고법 민사9부(재판장 성지용)는 “원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판결을 선고했다. 이동환 목사는 참담했다. “목회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성소수자 축복 기도가 징계 사유가 될 수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사랑과 축복, 포용과 환대가 교회의 본질임에도 이를 실천한 목회자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법원이 이를 정당하다고 인정한 오늘의 현실이 매우 부끄럽고 참담합니다.” 꺼내고 싶지 않았던 기각 발언문을, 이동환 목사는 기자회견 장소에서 힘겹게 낭독했다.
감리회는 이동환 목사의 축복식 집례가 감리회 법인 ‘교리와 장정’에서 금지한 ‘동성애를 찬양하거나 동조한 행위’로 봤다. 감리교회의 운영과 조직, 감리교인의 권리와 의무 등을 규정한 장정은 ‘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범과(범법)로 정하고 있다. 하지만 감리회 교리엔 그런 내용이 일절 없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 앞에서 자유롭고 평등하기 때문에 성별, 연령, 계급, 지역, 인종 등의 이유로 차별하는 것을 배격하며 모든 사람들이 더불어 사는 사회 건설에 헌신한다’는 것이 교리 내용(‘교리와 장정’ 제1편 제2장 교리 중 제4절 일부)이다.
감리회 교리는 ‘차별 배격’하는데…
그런데 1심과 2심 모두 감리회가 이동환 목사에게 정직을 선고할 때 적용한 범과 규정이 무효라고 보기 어렵고 이 규정이 이동환 목사의 양심의 자유와 같은 기본권을 침해했다고도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헌법이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종교와 국가기능을 엄격히 분리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단체 조직과 운영은 자율성이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는 점에 더 무게를 뒀다. 항소심 재판부는 감리회의 범과 규정이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직업 활동의 자유 등 원고(이동환 목사)가 가진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는 측면이 있으나, 이는 종교단체인 피고(감리회)의 종교의 자유, 정교분리의 원칙, 종교단체의 조직과 운영의 자율성 보장 등 다른 가치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점에서 원고가 가진 위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종교(단체)의 자율성도 중요하고 당연히 보장받아야 하지만, 종교단체가 정한 규정이 위헌적일 때는 법원의 판단이 있어야 하고 법원이 그 위헌적인 규정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저와 변호인단은 (서울고법) 재판 과정에서 ‘동성애를 찬양하거나 동조하면 처벌한다는 범과 규정 자체가 위헌적이다. 왜 똑같은 그리스도교인인데도 어떤 교인은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죄인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고 주장했는데, 재판부는 어쨌든 감리회에서 정한 규율이기 때문에 그 자율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봤어요. 매우 아쉬워요. 아무리 종교단체라지만, 누군가의 인격을 침해하고 누군가를 혐오하는 행위를 과연 종교의 자유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동환 목사가 맨손으로 얼굴을 문질렀다.
다음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수자인권위원회가 4월25일 발표한 성명 내용 중 일부다. “성적지향은 찬성하거나 반대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보면서도, 명백히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규정인 ‘교리와 장정’ 제3조 제8항(동성애를 찬성하거나 동조하는 행위를 금지 행위로 정한 범과 규정)에 대해서는 ‘종교의 자율성’을 이유로 심사할 수 없다고 판단한 재판부에 묻고 싶다. 종교의 자유라는 좋은 허울에 숨어, 사법부로서 약자의 권리를 보호할 책임을 방기한 것은 아닌가. 나아가 독소조항에 대한 판단을 저버림으로써 교회의 혐오와 차별을 더욱 조장한 것은 아닌가. 차별과 혐오에 반대하며 연대와 환대를 실천한 이동환 목사가 받은 큰 고통에 응답하는, 그만큼의 용기도 사법부에 없는 것인가.”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를 축복한 일로 기독교대한감리회로부터 정직 2년의 벌칙을 받았던 이동환 목사가 2025년 4월28일 크리스천 퀴어·앨라이 운동단체 ‘큐앤에이’ 사무실 앞에서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동환 목사의 법정 투쟁은 비단 감리회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극우 개신교 집단이 주축이 돼서 성소수자를 ‘타락한 존재’ ‘죄인’으로 낙인찍고 성소수자에게 폭력을 일삼는 한국 교회를 바꾸는 것이 최종 목표다. 포용이 복음의 본질이기 때문에 현재 증오의 종교로 인식되는 개신교를 사랑의 종교로 바꾸고, 교회가 바뀌면 세상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박경미 이화여대 신학대학원 교수는 책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본래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나타난 사랑을 그 출발점으로 삼는다. 배제하고 증오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포용의 대상을 확대해가는 것이 복음의 본질에 속한다. 이것은 당시 사회에서 ‘죄인’이라고 낙인찍힌 사람들을 친구로, 하느님의 자녀로 받아들여 함께 밥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었던 예수의 하느님 나라 운동과 바울을 비롯한 초대 교회의 신앙고백에서도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어도 이 투쟁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 항소심의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하기로 한 이동환 목사에게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지 물었다. “하나는 제 신념이에요. (성소수자를 차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포용이) 제가 믿는 신의 뜻에 부합하는 일이라는 신념이 제겐 있어요. 그러면서 성소수자 벗들을 많이 만났고, 그분들이 상처받고 아파하는 모습을 봤어요. ‘이 싸움을 포기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이 소송에서 최종적으로 질 수도 있고 이길 수도 있지만, 교회 안에서 ‘성소수자와 약자를 향한 차별, 혐오와 배제는 잘못됐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성소수자 벗들이 오늘 하루를 버틸 힘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깃발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분들에게 이 세상에서 숨 쉴 구멍이 되고 싶어요.”
“성소수자 벗들의 숨 쉴 구멍 될 것”
이동환 목사가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저와 함께 연대해주시는 분이 많아요. ‘내 일’처럼 나서주시는 많은 연대자들, 우리 ‘공대위’(성소수자 환대 목회로 재판받는 이동환 목사 공동대책위원회) 여러분, 변호사님들이 있으신 덕분에 버틸 수가 있습니다. 2심 판결도 그렇고, 벽이 굉장히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계속해서 문을 두드릴 것이고, 그래서 (일반) 법원에서 전향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그가 미리 썼던 승소 발언문의 마지막은 다음과 같이 끝난다.“이 승리가 교회와 사회의 진정한 변화로 이어지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내고 행동하겠습니다. 차별과 혐오, 배제와 폭력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하나님 나라의 정의와 사랑이 온전히 실현되는 그날까지, 여러분과 함께 나아가겠습니다. 오늘의 승리가 더 큰 희망과 변화를 만들어내는 씨앗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발언문을 낭독할 날이 오기를 이동환 목사는 오늘도 간절히 바라고 있다.
오세진 기자 5sjin@hani.co.kr
※관련 기사
https://h21.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55994.html
〈하나님, 누가 죄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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