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은 기자들에게 혹독한 해였다. 비상계엄의 충격과 조기 대선이라는 격변 속에 기자들은 흔들림 없이 진실을 좇아야 했고, 겨울 한파와 여름 폭염에도 현장을 지키며 쉼 없이 기사를 써 내려가야 했다. 그렇게 세상을 조금씩 바꾼 굵직한 보도들, 하지만 그 뒤엔 기자뿐만 아니라 함께 땀 흘린 수많은 ‘조력자’들이 있었다.
기자협회보는 송년호를 맞아 올해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기자들에게 물었다. “당신의 기사를 가능케 한 진짜 주인공은 누구입니까?” 그들의 답변 속엔 타사 기자, 같은 회사 동료, 용기를 낸 제보자, 곁을 지킨 가족 등 다양한 얼굴들이 있었다. 화면 밖에서, 지면 밖에 손오공릴게임예시 서 함께 싸운 이들에게 보내는 기자들의 감사 편지를 공개한다.◇경쟁을 넘어 협력한 사람들 언론사 간 보도 경쟁은 치열하다. 하지만 올해 기자들은 때때로 타사 기자들과 손을 잡았다. 진실 앞에선 경쟁보다 연대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명태균 게이트를 파헤친 안대훈 중앙일보 기자는 “모든 언론사 기자들”에 감사를 표했다. 그는 “명태균 관련 의혹을 취재하는 과 바다이야기5만 정에서 확인해야 할 팩트가 너무 많았다”며 “그런데 취재를 하면서 수많은 언론사 기자들이 자기들 나름대로의 취재 방식과 루트를 가지고 퍼즐을 하나씩 맞춰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앙일보 홀로, 또 저 홀로 그 큰 그림을 다 맞추긴 어려웠을 텐데, 다른 언론사에서 좋은 기사를 많이 보도해준 덕분에 저도 퍼즐 조각을 보탤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션파라다이스예시 헌정사 첫 현직 대통령 체포 현장을 포착한 이종근 한겨레신문 사진기자도 타사 기자들에 공을 돌렸다. 그는 “당시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사진기자들끼리 ‘풀(pool·공동취재)’을 하고 5군데로 포인트를 나눠 한두 사람씩 서 있었다”며 “운 좋게 대통령이 제 카메라 앵글 속으로 들어와 셔터를 눌렀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이 기자는 “저 혼자 잘한 게 아니라 바다이야기 역사적 현장을 놓치지 않기 위한 사진기자들의 열망 덕분에 제가 그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며 “궂은 날씨에도 늘 현장을 지키고 진실을 담기 위해 노력하는 모든 사진기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좋은 기사를 만들기 위해선 기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기자 중에선 리서처, 작가, VJ 등 타 직군 구성원들에게 고 야마토통기계 마움을 전한 이도 있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폭동 현장을 취재했던 이가혁 JTBC 기자는 “꼭 그때뿐만이 아니라 헌법재판소 앞, 한남동 관저 앞 등에서 언론인에 대한 공격이 있을 때 스태프 분들이 똘똘 뭉쳐서 안전을 지켜주곤 했다”며 “그럼에도 매번 주목을 받는 게 기자들이라 미안한 마음이 컸다. 기자상을 받았을 때도 다 같이 공을 나눴으면 했고 상금도 전부 팀원들에게 줬다”고 말했다.
그는 “언론사가 기자 위주 조직이 아닌 건 오래된 일”이라며 “올해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는데 그럼에도 안전하게 보낼 수 있었던 건 모든 분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을 발휘해 주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리서처, 작가, 조연출, 에디터, VJ뿐만 아니라 운전 형님, 회사 방호 요원 분들, 환경미화 여사님들까지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희 경기일보 기자도 회사 구성원 모두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만든 기획취재팀, 일명 ‘경기알파팀’의 기획보도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그는 “이 보도는 회사 구성원 모두가 같이 만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김 기자는 “정치부, 사회부 막내 기자들이 한 달간 본래 업무에서 완전히 배제돼 오직 기획취재에만 매달렸다”며 “그러니 다른 선배들이 이 친구들 일까지 대신 해줘야 했다. 자기 바이라인이 나가는 것도 아닌데 다들 후배에게 기회를 주고 싶어 했고 그래서 유독 이 기획은 회사 모두가 같이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용기를 나누고 곁을 지킨 사람들 기사를 쓰는 데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건 때로 제보자와 취재원들이다. CJ프레시웨이의 ‘수상한 기부금’으로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한 송수진 KBS 기자는 공익 제보자 덕분에 이 기사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외부에서 아무리 취재해도 내부에서 용기 있게 목소리를 내주시는 분들과 비교하면 자료 접근성은 물론 문제에 대한 체감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공익 제보자 분들이 있기에 진실에 한 발짝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수상 이후 마냥 기뻐할 순 없었다고 했다. CJ프레시웨이가 제보자를 찾아내 각종 불이익을 주는 상황을 배제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송 기자는 “그럴수록 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이 분의 용기와 진심을 공식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게 기자로서 제가 이 분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다. 만약 언론에 보도되면 세상이 바뀔까, 생각하는 분이 계시다면 용기 내서 같이 가보자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조수현 경인일보 기자는 고통 속에서도 자료를 공유한 납치 살인 피해자 어머니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딸이 생전 남긴 피해 증거자료 600장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며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느낀 어머니, 그럼에도 수사기관에 따져 묻고 사회에 알리기 위해 용기를 낸 어머니를 보며 조 기자는 “용기를 얻었고, 기사를 계속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제가 할 수 있는 건 기사로 사람들이 이 사건을 잊지 않게 하는 것”이라며 “힘을 잃지 말아 달라는 응원을 어머니께 보낸다”고 전했다.
올해 초 석 달간 전북 완주군 고산면 화정마을에서 청년 이장 역할을 했던 박현우 전북일보 기자도 마을 주민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박 기자는 “처음엔 낯선 청년들이 와서 조금 어려워했는데 하루 이틀 지나니 주민 분들이 금방 저희를 반겨주셨다”며 “걱정했던 건 저희가 떠나고 나서 헛헛해 하시는 거였다. 다행히 계속 연락을 주고 저희를 잊지 않아 주셔서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고된 하루가 끝난 후 가장 힘이 되는 건 가족이다. 특히 같은 길을 걷는 배우자는 때론 취재 방향을 잡아주는 든든한 조언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안상우 SBS 기자는 그런 점에서 5년 선배이자 아내인 이현정 SBS 기자에게 고마워했다. 안 기자는 “매일 밤 애 재우고 나서 ‘취재가 어렵다’고 하소연하면 아내가 기사 방향을 잡아줬다”며 “아내는 실제 취재력이나 기자로서의 마인드, 모든 면에서 저보다 훨씬 훌륭한 기자다. 지금 육아휴직 중이라 자신의 역량을 펼치지 못하고 있는데, 항상 미안하고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쉽게 쓰인 것만 같은 기사 뒤엔 언제나 보이지 않는 조력자들이 있다. 이들이 있기에 올해도 기자들은 좋은 기사를 쓰고, 언론은 제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만약 당신 근처에 ‘숨은 주인공’이 있다면 오늘만큼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 새해에도 그들 덕분에 우리는 또 다른 좋은 기사를 쓸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