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GPT]?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 명작 · 주목할 만한 신간을 소개합니다.
◇ 프롤로그
타임워프 영화 '어바웃 타임' 포스터와 결합한 AI 생성 이미지
고백하건대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은가' 따위의 질문에 "몇 년도로 돌아가 어떤 주식을 사고, 어디에 집을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사두겠다"는 식의 답만 늘어놓는 이들을 조금 시시하게 여겨왔습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랑하던 사람이나 다시 누리고 싶은 가장 행복했던 순간같은 건 없는 걸까? 경제적 수익의 극대화만 좇는 마음이야말로 가난한 것이라고 속편히 깎아내릴 수 있던 날들을 지나 30대 중반의 직장인이 됐습니다.
돌이켜보면 제 속단은 운 좋
사이다쿨접속방법 게도 큰 결핍 없이 자라온 이의 우월감, 이 소설의 표현을 빌리면 '귀족적 천진성'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제대로 발담그게 된 세상엔 어느 하나 쉬운 게 없었고, 돈은 마냥 천박한 욕망이라기엔 현재와 미래를 지탱하는 핵심 요소인 동시에 때론 이해하기 힘든 원리로 분배되고 있었습니다. 전세 사기로 전재산을 잃은 성실한 가장의 사연엔 마음이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아팠지만, 부모님이 턱 사줬다는 친구의 강남 신혼집, 6년 만에 70억이 오른 빌딩 소유주가 어린이 유튜버로 밝혀졌다는 소식엔 배가 아팠습니다. 무방비하게 쏟아지는 정보 속에서 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것들을 빼앗긴 듯한 기분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부동산 가격 폭등, 전세 사기의 공포, 돌봄노동의 굴레…. 김애란 소설집 '안녕이라
바다신게임 그랬어'는 작금의 한국 사회를 마주하는 서로의 표정을 거울처럼 생생하게 비춥니다. '서민통' (부유하지 않은 계층으로서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에 대한 넷상 신조어)이라는 우스갯소리가 공감을 얻는 시대, 통증에 가까운 불편함에도 끝내 눈돌릴 수 없는 이야기들은 '2025년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로 선정됐습니다.
바다이야기사이트 ◇ 당신의 이웃을 사랑하십니까??
"나는 김애란이 오랫동안 사회학자였고 이제야말로 유감없이 그렇다고 주장할 것이다." -신형철 (문학평론가)
이번 단편집은 '돈과 이웃'을 소재로 동시대 사회의 현실을 정면으로 들여다봅니다. 독자들은 작가의 초대에 따라 기득권층의 내밀한 홈파티에 참여하고, 전세 사기를 당합니다. 동남아 여행지 숙소에서 앳된 현지인의 보필을 받고, 작은 가게 사장님이 돼 어렵게 잡아둔 미팅에 바람도 맞습니다. 그 이야기 속 누구도 노골적으로 타인을 내려다보거나 올려다보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단한 탐욕 없이 평범한 좋은 사람이고 싶던 순간순간 고개를 들던 부적절한 마음을 작가는 정확히 포착합니다. 그 속에서 오래 머뭇거리는 인물들을 담은 7편의 단편 중 세 작품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홈 파티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던 시절, 배우 이연은 아는 동생 성민의 초대로 한 홈파티에 참석합니다. '계산이 정확한 사람'이라는 호스트 오 대표 아래 꾸려진 모임의 기존 구성원은 한 대학의 최고 경영자 과정에서 만난 의사와 변호사 등, 서로를 '같은 결'로 여기는 집단입니다. 새 손님 이연을 두고 나누는 저녁 자리의 대화가 소설의 주를 이룹니다.이연은 분명 겉으로는 환대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수지가 맞지 않는' 일인 연극을 업으로 삼은 데에 표하는 존경에는 은근한 우월감과 경솔함이 녹아있습니다. 최근 마주한 고아원 아이들, 가구 조립 아저씨의 행동에 대한 해석엔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 밴 이들만의 계급 의식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걱정을 빙자해 타인의 삶을 쉽게 재단하는 자리에서 먼저 벗어나려던 이연의 실수 하나가 잠시 파티의 균형을 흔듭니다.
좋은 이웃화자의 아파트 윗집에 젊은 부부가 이사 옵니다. 한 달 간 이어질 인테리어 공사 소음에 양해를 구하며 승강기엔 정중한 공지글도 붙입니다. '좋은 이웃이 되겠습니다.' 화자 부부는 묘한 박탈감에 휩싸입니다. 둘은 2019년 부동산 폭등 이전 내 집 마련을 망설이다 매수 시점을 놓치고 전세살이 중이기 때문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집 거실을 개조해 운영 중이던 독서 교실의 평화는 천장이 무너질 듯한 윗집의 공사 소음에, 매물로 나온 집을 구경하러 온 외부인들의 잦은 방문에 자주 침범당합니다.이 와중에 오래 함께해 온 독서 교실 학생 '시우'마저 마음을 괴롭힙니다. 어린 나이에 교통사고로 휠체어를 타게 된 데다 부모님 모두 시장에서 일하는 딱한 사정을 고려해 유일하게 방문 교습을 고수해주던 시우네 가족에게도 축하할 일이 생겼습니다. 이웃의 '좋은 소식'을 마주하는 화자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빗방울처럼여자 홀로 사는 한 신축빌라에 도배사가 찾아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남편과 함께 살던 이곳은 사실 전세로 첫 살림을 꾸렸던 신혼집이었습니다. 하지만 계약 만료 시점을 앞두고 집주인은 연락이 두절됐습니다. 보증금을 돌려받을 길이 막힌 상황에서 남은 선택지는 사기당한 빌라를 경매로 매수하는 일 뿐이었습니다. 매수 대출금 상환을 위해 밤낮없이 대리 기사로 일하던 남편은 어느 새벽 운전석에서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납니다. 사인은 과로로 인한 심근경색이었습니다.크나큰 비극 이후 삶을 이어갈 이유를 찾기 어려워하던 아내는 끔찍한 기억만 남은 집으로부터 벗어나 남편 곁으로 떠날 결심으로 차차 주변을 정리해 갑니다. 천장 도배도 그 일환입니다. 하지만 그사이 도배사가 물어온 작은 안부가 그를 멈춰 세웁니다. '무슨 일이 있습니까?'
꽤 자주 동석해 본 듯한 유쾌함과 무례함을 오가는 저녁자리, 계약 체결을 기점으로 세입자의 안위엔 영영 무관심하던 부동산 아주머니, 전세 사기의 공포에 시달리며 전전긍긍하던 한 시절이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제 일처럼 생생히 떠오릅니다. 치유는커녕 고통에 가까운 독서를 구태여 자처해야 하는가 의문이 들 땐 '모두가 병들었는데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던 이성복의 시 '그날'을 떠올려 봅니다. 어딘가 망가진 세상을 마땅히 고통하게 만드는 일이야말로 문학의 몫일 것입니다.
◇ 계산에 서툰 이웃을 꿈꾸며
며칠 전 지친 귀갓길에서 익숙한 절망을 마주했습니다. 아파트 공동현관에 들어서자 엘리베이터 문틈 사이로 실낱같은 내부 조명이 새어나왔습니다. 거의 닫혔다는 뜻입니다. 꽤 먼 거리였기에 서두르기를 포기하고 천천히 걸어가던 찰나 문이 활짝 열렸습니다. "00이, 착한 일 했네~" 안엔 할머니와 유치원생뻘 손녀가 있었습니다. 연신 고맙다는 저를 바라보는 아이의 표정은 저만큼 기뻐 보였습니다. 제 손의 붕어빵을 보곤 "할머니, 나도 이거 먹고 싶어."라며 웃었습니다. 혹시 할머니가 꺼려하진 않으실까 나눔을 고민하던 차에 둘은 내렸습니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자리에 서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홈 파티>의 배우 이연이 여러 배역을 맡으며 깨달았다는 진실과 달리 아이들의 세계에서는 이런 일이 너무도 쉽게 일어나는 듯합니다. 못 본 체하고 싶진 않았을까. '어린이는 멀리 간다'의 저자 김지은 작가의 말처럼 어린이는 '내가 다른 존재라면 어떨까 상상하기 부문의 최강 실력자'같습니다. 닫혀가는 모든 문을 주저없이 열어주기엔 너무 많은 걸 알아버린 어른으로서 그 동심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순간마다는 꼭 김애란의 소설을 읽고 나서처럼 미세하게 새로워집니다. 바쁜 날에도 가끔은 기꺼이 누군가를 기다려주고 내 몫이었을 빵 하나쯤은 선뜻 건네는 사람, 대단한 구원까진 못 베풀더라도 이기적으로 구는 일엔 조금 더 주저하는 사람이고 싶어집니다. 그 친구가 추후 강남 수십억 빌딩의 꼬마 건물주로 밝혀진대도…그 마음 변치 않고 싶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좌표를 인식한 채로도 상대를 질시하지도, 얕잡아보지도 않는 이웃이 될 수 있을까요? 속 좁은 제게 그런 일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이따금씩 반성하고 뒤돌아보는 일마저 포기해버리진 않으려 합니다. 새해를 앞두고 꽤 자주 실패할 것이 뻔한 다짐을 할 때 떠올리기 좋은 신형철 평론가의 다른 문장도 공유합니다."내가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순간, 나는 아주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됩니다."
[MBN 문화부 심가현 기자 gohyun@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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