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근절법 인터뷰]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 대학원 교수 방미통위 산하 '투명성 센터' 설립 조항에 우려 자의적 규제 기준에 "전가의 보도처럼 쓰일 것"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지난 9월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2025'의 '새 정부의 미디어정책 & 정부에 바란다' 세션에서 대담 중인 정은령 교수. 사진=김용욱 기자.



23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본회의에 상정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엔 팩 골드몽릴게임릴게임 트체크 단체를 지원하는 '투명성센터' 설립 조항(44조의17)이 담겼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옛 방통위) 산하의 투명성단체가 국가 예산을 사용해 특정 팩트체크 단체를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 '편향성' 논란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방통위 지원으로 출범한 '팩트체크넷'도 국민의힘으로부터 편향성 시비를 겪다가 윤석열 정부 게임몰 에서 예산이 삭감돼 폐지됐다.

지난 18일 서울 광화문 인근 카페에서 만난 정은령 세명대 저널리즘대학원 교수는 “국가가 팩트체크 단체를 직접 지원하는 형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투명성센터'가 어떤 팩트체크 단체를 지원하겠다는 것인지 기준이 모호해 편향성 논란이 반복될 우려도 높다고 밝혔다. 정은령 교수는 국제팩트체 카카오야마토 크기관 IFCN 현직 이사이며 2017년부터 팩트체크 플랫폼 SNU팩트체크센터를 운영했다. 네이버 지원을 받던 SNU팩트체크센터는 지난해 국민의힘 압박으로 활동이 무기한 중단됐다. 아래는 일문일답.
“국가의 팩트체크 지원? 검열 문제까지 불거질 수도”
-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투명성센터' 설립 조항이 생겼다. 방미통위 바다이야기고래출현 산하 '투명성센터'를 두고 특정 팩트체크 단체를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팩트체크에 대한 국가 지원의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저는 국가가 팩트체크 단체를 직접 지원해선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건 명백하다. 정부가 단체에 돈을 지원하기 시작하면 그 활동에 대해 내용 간섭을 하게 될 위험성이 있다. 검열의 문제까지 불거질 수 있는 오리지널바다이야기 문제다.”
- 법안이 통과되고 방미통위가 정상화되면, 투명성센터도 빠른 시일 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방미통위가 구성되면 시행령으로 구체적인 (투명성센터) 안이 나올 것이라고 들었다. 팩트체크 활동이 공적인 일이긴 하나 수익이 나오는 일은 아니기 때문에 재정 독립이 어려운 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많은 해외 유명 단체들이 정부로부터 지원받지 않는 건 이유가 있다. 독립성 유지가 어렵기 때문이다.”



▲ 2023년 6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10'에서 연설하고 있는 앤지 홀란 IFCN 디렉터. 사진=IFCN



- 100개 이상의 세계 언론사들이 참여하는 국제팩트체크기관 IFCN은 엄격한 '원칙 강령'(code of principles)을 두고 있다. 이 강령을 지키는 팩트체크 단체에게만 심사를 통해 인증 마크를 부여한다. 투명성센터 지원을 받는 단체가 이를 충족할 수 있다고 보나.

“정부 기관으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친정부적 콘텐츠를 내놓는다면 당연히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다. 정부한테 지원을 받을 수는 있지만 독립성을 지키지 못한다는 판단이 있으면 인증이 불가능하다. (IFCN 인증이 주어진) 프랑스 통신사 AFP는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는다. 대신 법에 '프랑스 정부는 간섭하지 않는다'는 부분이 있다.”
“'예산 갈라먹기' 우려… 정부는 '마중물' 역할만”
- 현재 한국에는 공신력 있는 팩트체크 기관이 없다. 투명성센터가 설립되고 나면 이 지원을 노린 신생 팩트체크 단체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어떤 문제가 생긴다고 보나.
“기준 없이 단체를 지원하게 되면 '예산 갈라먹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에서 친정부적 신생 단체들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활동했는데 다시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그런 식으로 지원하는 건 팩트체크를 정치 도구화시키는 것밖에 안 된다.”
- 팩트체크 저널리즘을 진흥하겠다는 것만 놓고 보면 공익성이 있어 보인다. 대통령실도 팩트체크 진흥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직접 지원이 문제가 된다면 어떤 방법이 적절했을까.
“지원을 하더라도 정치적으로 독립된 거버넌스가 만들어져서 이를 주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단체를 지원할 것인지, 어떤 방법으로 지원할 것인지를 그 거버넌스에서 정하는 거다. 재정을 정부가 직접 (지원)하면 제일 안전할 것 같지만 분명 정치권 압력이 들어온다. 마음에 안 드는 팩트체크를 놓고 여야 의원들이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가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문재인 정부 때 만들어진) 팩트체크넷 예산이 계속 깎여서 지속이 안 되지 않았나.”



▲빠띠 팩트체크넷 CI.



- 시민참여 팩트체크 사업 '팩트체크넷'은 문재인 정부 때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예산을 지원하고 한국기자협회, 방송기자연합회, 한국PD연합회,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공동 출자해 출범했다. 정부가 바뀌는 국면에서 예산이 삭감되다 2023년 사업이 중단됐다. 국민의힘은 예산 논의 때마다 팩트체크넷이 편향됐다고 주장했다.

“SNU팩트체크센터를 운영할 때도 비당파성을 제1원칙으로 내세웠는데 정치적 공격을 계속 받았다. 센터를 운영하던 저 역시 선거법 위반 형사고발(무혐의)과 민사 명예훼손 소송(원고 패소)을 당했다. 의도가 없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국민의힘은 국민의힘대로 마음에 안 드는 팩트체크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면 정부가 왜 이걸 지원하냐는 공격이 나오게 된다. 재정 지원을 분담하는 거버넌스가 생긴다면 (정부 지원이) 가능하다. 정부가 모든 책임을 맡는 게 아니라 플랫폼 기업, 정부, 민간기관, 도네이션(기부) 등 서로 다른 주체가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팩트체크를 진흥한다기보다 마중물 역할 정도만 할 수 있다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 개정안에는 별다른 단체 선정 기준이 없어 팩트체크를 하는 언론사도 투명성센터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기준이 없는 게 문제라는 거다. 언론사가 지원을 받게 되면 편집 독립권을 인정해줘야 할텐데 (투명성센터가) 일정한 기준을 요구할 수 있을까. 팩트체크를 하는 모든 언론사를 지원해 줄 수도 없을텐데 그럼 (언론사) 선별은 어떻게 할 것인가. 지금 법안에는 그런 고민이 전혀 없다.”
“윤석열 때 이 법 있었다면 어떻게 쓰였겠나”
- 윤석열 정부 때 허위조작정보 대응의 일환으로 '가짜뉴스피해신고센터'(언론진흥재단), '가짜뉴스심의전담센터'(방송통신심의위원회) 등의 기구가 생겼다. 실상은 반정부적 콘텐츠를 압박하기 위한 기구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투명성센터를 '가짜뉴스심의전담센터'로 바꿔 읽으면 어떻겠나. 각 정부마다 이른바 '가짜뉴스'를 뿌리 뽑겠다고 하는데 결국은 정부에 불편한 것들이 주로 대상이 됐다. 투명성센터는 정부가 아닌 당의 입법안으로 나온 것이긴 하지만 이것이 의도를 의심받지 않으려면 앞으로 정권이 바뀌더라도 (팩트체크 지원이) 유지될 수 있는 원칙들이 세워져야 한다.”
- 소셜미디어에 퍼지는 허위조작정보 문제가 심각한 건 사실이다. 인공지능(AI)의 발달로 의도적인 '가짜뉴스'를 만들기도 쉬워졌다. 팩트체크를 활성화시킨다고 해도 이 속도를 따라잡기가 힘든 수준이다.
“돈벌이가 되는 허위조작정보는 계속 만들어질 것이다. 거기에 환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팩트체크가 된다고 해서 설득이 어렵다는 것도 드러났다. 그럼에도 비당파성을 원칙으로 하는 팩트체크 작업들이 활성화된다면, 이 극화된 상황에서 어떤 중간 지대, 공론장 같은 것들이 생기는 여지가 만들어질 것이라 본다. 팩트체크는 굉장히 신뢰성 높은 고품질 콘텐츠이기 때문에 생성형 AI가 학습하기에도 최적화됐다. 이런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 내는 것이 언론사에게도 중요하다고 본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2023년 9월26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가짜뉴스 심의전담센터' 현판식을 하고 있다.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공



- 민주당에선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라고 설명하지만 언론계와 학계는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개정안 중) 허위조작정보 기준에 '공공의 이익을 침해하는 정보'가 있다. '공공의 이익'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전가의 보도처럼 쓰일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얼핏 보면 좋은 얘기인 것 같지만 대단히 모호하다. 이전부터 수많은 가짜뉴스 규제 법안이 나왔지만 결국 시행이 안 된 이유는 허위조작정보 개념을 규정하기 어려워서 그랬다. 허위조작정보 규제가 일부 타당성이 있다고 해도 이렇게 법원에 판단을 맡기는 식으로, 법이 허위조작정보를 규정하도록 둔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 법으로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는 것보다 팩트체크를 통한 자율적 대응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것인가.
“이전부터 (저는) 법적 규제에 대해 반대해왔다. 자율적인 노력을 해보자는 취지에서 팩트체크를 했던 사람이고 그 생각은 그대로다. 법적으로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겠다는 생각은 지금까지의 논의를 한 차원 넘어서는 부분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위험성은 분명해 보인다. 법은 정말 최후의 수단이다. 민주주의가 잘 작동하는 나라에선 이렇게 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 때 이 법이 있었다면 어떻게 쓰였을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