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7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행정안전부(경찰청, 소방청)·인사혁신처 업무보고를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연일 뉴스를 장식하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개 업무보고. 정부 부처 228개, 유관기관까지 모두 불러내 실시간 생중계하는 이 광경을 보며 드는 생각은 한 가지다. 대통령이 정치인으로서 자기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욕구와 리더로서의 책임감이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다.
투명성이라는 미명 뒤의 진짜 얼굴
표면적으로는 '투명성' '국민소통' '권위주의 탈피'라는 미명 하에 벌어지는 공개 바다이야기하는법 업무보고. 하지만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일들을 보면, 그게 정말 그런 취지일까 의문이 든다.
업무보고라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대통령이 돌발질문을 던지고, 답변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면박을 주고, 심지어 말을 끊으며 "말씀이 기시다" "아는 게 없다"고 공개적으로 질책하는 모습. 이게 진정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자리 카카오야마토 일까. 아니면 대통령 자신의 권력을 컨텐츠로 만드는 쇼일까.
더 큰 문제는 이 쇼의 주인공이 되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하는 것이다. 질책의 대상이 되는 공무원들, 이 사람들은 정치인이 아니다. 일생을 정부 조직 속에서 묵묵히 맡은 바 역할을 하는 관료들이다. 이들의 직무는 기본적으로 대중의 조명 속에서 본인을 내세우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 뽀빠이릴게임 는다. 언론에 나가 자신을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다수다.
정치인이 아닌 공무원을 무대 위로 올려놓은 폭력
그런 사람들을 죄다 집합시켜놓고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대통령과 일문일답을 하게 만드는 자리. 거기에 전 국민이 보는 카메라가 들어간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상황이다. 이것이 얼마나 큰 스트레스이고 심 검증완료릴게임 리적 압박인지를 대통령은 생각이나 해봤을까.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시청률이 넷플릭스보다 높다"며 낄낄 웃는다. 그 웃음의 대상은 대통령 앞에서 벌벌 떨며 답변하는 공무원들이다.
직장 내 괴롭힘, 갑질이라는 단어가 요즘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화두인지 누구나 안다. 상급자가 하급자를 공개적으로 질책하고, 상대가 항변 바다이야기프로그램 할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면박을 주는 행위.
그것이 바로 직장내 괴롭힘이고 인격살인이다. 그런데 이 모든 게 대통령 앞에서, 생중계되는 자리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게 현실이다. 실명·직위·얼굴까지 노출된 상태에서 온 국민 앞에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하는 것이다.
228개 부처가 생중계 준비에 많은 시간과 인력을 쏟아붓고 있다. 각 부처의 장관과 실무자들이 실질적 성과가 없는 쇼를 위해 수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대통령은 그렇게 마련된 공개 무대에서 하급자들을 자신의 권력과 카리스마로 누르며, 동시에 "봐라, 나는 일을 잘하는 대통령이다"라는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공정거래위원회 업무보고를 마친 뒤 시계를 보며 회의실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환호하는 진보진영의 위선
더 역설적인 건 노동자의 권리를 외치던 진보진영이 이 모습을 환호한다는 것이다. "사이다다"며 환호하는 좌파 유튜버들, 이를 자극적인 컨텐츠로 재생산하는 언론들. 강성 지지자들은 '당신 그거 했으면 되는데'라며 공무원들에게 사퇴를 촉구한다.
결국 이것은 개별 공무원의 실수나 역량 문제를 넘어, 한 사람을 온 사회 앞에서 '인민재판'에 넘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진보진영이 목소리 높여 외쳐온 게 뭐였나. 직장 내 괴롭힘 근절이고, 을의 입장 보호가 아니었나. 약자를 위한다고 외쳐온 정치인들이, 약자가 눈앞에서 괴롭힘당하는데 침묵하거나 동조한다.
이것이 진정 일관성 있는 태도인가. 차라리 자신들의 신념이 선택적이라는 걸 드러내는 게 낫지 않을까. 대통령 앞에서 벌벌 떨며 답변하는 공무원들을 보며 환호하는 그 모습. 이게 현재 한국 진보진영의 수준을 보여주는 것 아닌가.
리더십의 본질을 잃은 권력의 놀음
리더십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조직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리더는 내부에서 책임자에게 지적을 하고 개선을 요구한다. 하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는 자신이 그 문제의 책임을 먼저 안고, 구성원들을 보호한다. 그것이 진정한 책임감이다.
이 공개 망신 쇼는 공무원들에게 항변의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대통령이 뭔가를 지적하면, 상대는 그저 고개를 숙이고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 권력의 위계 속에서, 그리고 전 국민이 보는 자리에서 자신의 입장을 정당하게 설명하기는 불가능하다.
항변하거나 올바른 정보를 말하려 하면 "말이 길다"며 다시 대통령에게 면박을 받는다. 결국 공무원들은 심리적 약자가 되고, 대통령의 폭력성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건 정반대다. 대통령은 권위주의를 탈피한다더니, 오히려 권력을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그것을 컨텐츠로 만들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 약자를 누르는 모습은 가장 권위주의적이고, 가장 폭력적인 것이 아닌가.
이 모든 것을 보면서 느껴지는 건, 대통령은 자신이 권력자라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그것을 너무 즐기고 있다는 것이다. 대통령은 본인의 권력을 무기 삼아 사람들을 무릎 꿇게 한다.
천박함으로 물든 국정
나라 수준이 이 정도인가. 공개 업무보고라는 이름 하에 벌어지는 이 쇼는 결국 천박함의 다른 이름이다. 약자가 눈앞에서 괴롭힘당하는데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진보진영. 직장 내 괴롭힘 근절과 약자 보호를 외쳐온 가치들은 결국 선택적으로만 적용되는 것 같다. 자신들이 권력을 가진 순간, 그 모든 가치는 사라진다.
이 나라 정부는 약자를 만들고 있다. 실명과 직위, 얼굴이 노출된 채로 온 국민 앞에서 대통령에게 모욕당하는 공무원들. 이것이 약자를 위한 정부의 모습인가. 진보가 표방해온 가치가 이렇게 허물어지는 모습을 보며, 묻고 싶다. 대한민국 정치의 미래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


글/ 김채수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