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크우드를 이끄는 신현진 대표는 마을에 다양한 나무 제품을 나눠왔다. 무안=김도웅 프리랜서 기자
전남 무안의 한 어린이집. 서너살 된 아이들이 나무 의자에 앉아 찰흙을 조몰락거린다. 한 아이는 예쁘게 꾸미겠다며 의자 위에 그림도 그린다. 앉기 편한 낮은 높이와 잘 다듬은 둥근 모서리가 눈에 띄는 이 의자. 마을 곳곳에 단단한 버팀목을 선물하는 신현진 ‘유니크우드’ 대표(36)의 솜씨다.
“와, 이렇게 잘 쓰고 있다니. 힘이 절로 나는데요?”
바다이야기 유니크우드에서 기부한 나무 의자에 앉은 아이들. 다치지 않도록 세심히 마감한 모서리가 눈에 띈다.
의자를 살피며 이처럼 놀라는 신 대표를 보고 방성옥 어린이집 원장이 “고마운 마음에 아이들과 편지를 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아직 글을 모르는 아이는 글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씨를 따라 그리거나 종이접기를 했다고. 이 귀여운 답례품은 무안군 청계면에 있는 목공방 유니크우드 입구에 걸려 있다. 삐뚤빼뚤하게 적힌 글씨 ‘의자 검(감)사합니다’를 보면 누구라도 미소가 번진다. 올해는 청계면에서 태어난 지 1년 된 아기에게 의자를 선물하고 싶어 주민센터에 직접 연락해봤다는 신 대표. “우리 동네 출생률이 점점 떨어지는 상황에서 작은 도
릴게임갓 움이라도 될까 싶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어쩌다 마을에 가구를 나누는 목수가 된 걸까.
“서울의 한 광고기획사에서 3년 넘게 일을 했는데 그때 깨달은 게 있어요. 바로 소비자와 좋은 관계를 맺어야 한다는 거죠.”
무안에서 나고 자란 신 대표는 이십대 후반에 서울로 향했다. 여러 행사를 기획하면서 브랜드를 알릴 방법을
황금성오락실 몸소 익혔다. 그러다 2018년 일을 도와달라는 아버지의 부탁에 고향으로 돌아왔다. 목수인 아버지를 따라 처음엔 30㎏이나 되는 나무를 지게에 지고 산길을 오르내렸다. 신 대표는 “힘들었지만 나만의 목공방을 꾸릴 생각에 견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이듬해 그는 무안군이 청년 창업자를 돕기 위해 마련한 청년상가에 공방을 차렸고 이웃과 함께하는 브랜드를 본격적
한국릴게임 으로 만들겠다는 꿈을 키우게 됐다.
동네 주민 누구든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만든 평상.
유니크우드는 제품을 나누며 홍보를 시작했다. 가장 처음 기부한 건 매일 손이 닿는 도마였다. 신 대표는 “선물의 힘이 참 큰 것 같다”며 “7년째 마을에서 ‘도마 청년’이라 불리고 있다”고 웃었다. 이외에도 누구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커다란 평상이나 멋스러운 소품이 주민에게 가닿았다.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목공예 수업도 꾸준히 진행해왔다. 2020년엔 30명과 함께 목제 제품을 만들었고, 2024년엔 170명 넘는 이들이 참여하며 목공 배움터로 자리 잡았다. 이런 활동은 수익에도 도움이 된다. 무안 곳곳에 퍼뜨린 나무 제품을 보고 가구가 필요한 지역민들이 가장 먼저 그의 목공방을 찾는단다.
유니크우드는 주민의 요청에도 세심히 귀를 기울인다. 종종 마을 어르신이 가구를 만들어달라고 폐목을 가져오는데, 못 같은 게 박혀 있을 수 있어 다른 제재소에선 거절하기 일쑤다. 신 대표는 이런 나무를 다루기 위해 절단 기계와 금속탐지기도 마련했다. 자르기 전에 금속탐지기로 나무를 천천히 훑느라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그만큼 주민과의 관계도 단단해진단다. 그는 “목공방 이름이 유니크우드인 이유”라며 “어떤 독특한 나무라도 최대한 맞춰보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7년 동안 재밌는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전남도에서 주최한 ‘청년 공동체 활성화’ 사업입니다. 여기서 장려상도 받고 함께할 직원까지 만났거든요.”
신 대표가 지역민을 위해 제작한 나무 문패.
2023년 신 대표는 전남에 사는 청년 15명을 모집해 팀을 꾸렸다. 참가자들에게 목공 기술을 가르쳐주고, 함께 만든 도마·평상·문패를 나누며 주민과 소통하는 시간도 마련했다. 그 과정에서 광주광역시 출신인 한 청년이 무안에 정착해 유니크우드 직원이 됐다. 신 대표의 지원 아래 그는 올해 ‘엄마의 쉼표’ 프로그램을 도맡아 진행했다. 무안에 사는 젊은 엄마들과 함께 나무 의자를 만들어 어린이집에 기부할 수 있게 돕는 방식이다. 유니크우드에서 만든 것까지 합하면 아이들에게 전달될 의자는 100개에 달한다.
취재 후 마을을 둘러보는데 대문마다 나무 문패가 달려 있다. 신 대표가 인근 주민 159명을 위해 새긴 이름들이다. 단단히 자리 잡은 그의 흔적엔 인터뷰 내내 강조했던 지역에 대한 지론이 담겨 있었다.
“무한 경쟁에 지쳤다면 지역에서 기회를 찾는 건 어떨까요? 이때 중요한 게 ‘함께하는 힘’입니다. 여기저기 나를 알리다보면 어느새 지역민부터 찾아오는 브랜드가 되고 상권까지 형성되죠. 이런 게 뭉칠 때 빛을 발하는 로컬의 매력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