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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법 개정안 ◆



한국판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도입이 난항을 겪고 있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예산 심사와 연계된 세법 개정안을 심사하기 위해 조세소위원회 가동을 시작했다. 법인세 인상과 배당소득 분리과세 도입 등은 다음주부터 소위에서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한다. 심사에 앞서 의원실에 배포된 자료에 따르면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의 국내 생산 때 세제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도 쟁점 법안으로 올라 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국회에 사실상 연내 입법화 가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재부는 첨단산업 국내 생산 세액공제 도입에 대해 "연구용역을 발주한 상황"이라며 "올해 말 연구용역 종료 시 해당 결과를 바탕으로 제도 도입 여부, 공제 대상 등을 설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 김태년·진성준·정태호·안도걸 등 여러 의원이 이와 관련한 조세특례제한 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쟁점이 수두룩하다. 국내 생산 외에 국내 판매와 국내 사용도 세제 혜택 조건에 포함해야 하는지를 두고서 이견이 존재한다. 세제 혜택을 못 받으면 보조금 형태로 환급해줄 것인지도 쟁점이다.
산업계는 하루빨리 법안이 처리되는 것을 원하고 있지만 올해 조세소위에서 결론이 나오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 하다.
조세소위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우선 국내 생산 외에 국내 판매까지 세액공제 조건으로 두는 부분에 이견이 있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내 판매분에 한해 세액공제를 해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최은석 의원이 같은 의견이다. 반면 김은혜·김상훈·윤영석 등 국민의힘 의원은 국내 판매분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세액공 제 조건으로 국내 판매라는 조건이 붙으면 기업이 받는 혜택이 상당히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AI) 반도체로 불리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사실상 국내에서 생산한 전량이 수출되고 있다. 해외에 판매되고 있기 때문에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을 국내에서 생산해도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된다.
2차전지도 마찬가지다. 양 극재, 음극재 등 소재 업체도 수출 비중이 높다. 배터리 셀 제조 업체 역시 글로벌 자동차 회사에 납품하는 물량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대해 기재부는 국내 판매 여부와 상관없이 세제 혜택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기재부는 기재위 전문위원실에 보낸 의견서에서 "국내 판매 요건과 무관하게 생산비용 공제는 수입품에 대한 차별 조치이므로 통상규범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국내 사용 조건도 마찬가지다. 기재위 검토 보고서에 따르면 다수의 개정안이 공제 요건으로 국내에서 최초로 사용된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기재위 전문위원은 "국내 사용 여부에 대한 검증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공제 요건에서 삭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세액공제 환급특례 신설을 두고도 여야 의원과 기재부 사이에 의견이 엇갈린다. 진성준·정일영·정태호 등 민주당 의원과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세액공제 외에 직접 환급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재계도 미국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처럼 현금으로 환급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기재부는 직접 환급이 일종의 보조금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미국은 물론 일본, 유럽, 중국 등이 첨단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경쟁을 벌이고 있긴 하지만 보조금 지급을 일반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체제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재정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기재부가 반대하는 이유다. 기재부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세액공제에 대한 환급제도를 도입할 경우 서민, 농민, 중소기업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세제 지원과 관련해 동일한 요구가 제기될 우려가 있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기재위 전문위원실에 보냈다.
[문지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