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을 오후 /사진제공=필자



10월의 가을은 언제나 우리에게 특별하다. 겨울의 매서움이 찾아오기 전, 하늘은 유난히 높고 맑아진다. 그건 마치 높고 맑아 사람을 비추는 거울 같기도 하다. 선선한 바람은 살갗에 닿을 때마다 숨죽인 햇살과 어우러져 묘한 평온을 안겨주고, 나뭇잎은 붉고 노랗게 물들어가기 시작하는 계절이다. 발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자. 이 계절은 언제나 흐르지만, 가을 하늘만큼은 늘 우리 마음을 붙잡는 것 같다.

엄마의 분주했던 그 날을 기억하며 와인 잔을 기 바다이야기온라인 울인다. 잔을 비추던 파란 하늘과 햇살은 들판의 익어가는 곡식들처럼 황금빛으로 빛나고, 와인은 그 햇살을 머금어 부드럽고 깊다. 가을 하늘은 그렇게 어린 시절 순수함을 기억하게 하는 것 같다.
어린 시절 나는 엄마의 손을 꼭 잡고 사람들로 북적이는 장터를 따라 걸었다. 구수한 번데기탕 냄새가 코끝에 다가오면,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번데기 뽀빠이릴게임 통 앞에 멈춰 선다. 엄마를 졸라 누런 종이에 담긴 번데기를 하나 얻게 되면 후후 불어가며 먹던 그 고소하고 짭조름한 맛이 그렇게 좋았다. 번데기를 작은 손가락으로 쏙쏙 빼 먹었던 기쁨은 시골 장터에서의 제일 행복한 기억이었다.
엄마는 대청마루에 앉아 명절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장터에서 사 온 채소와 고기, 생선들을 재빨리 손질해놓 바다이야기게임방법 고 송편을 큼지막하게 빚는다. 가을 햇살은 대청마루 기둥에 기대듯 따스히 비쳐왔다.
그때는 몰랐다. 바쁘게 움직이던 엄마의 손길 하나하나가 우리를 위한 가장 큰 기쁨과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청마루에서 송편을 빚던 그 빠른 손놀림의 순간도, 모두가 사랑이었다는 것을, 나도 엄마가 되어서야 알게 되었다. 객지에 나가 고생하는 자식과 바다신2 다운로드 가족을 위해 손수 차려 만드신 음식들이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큰마음이 담긴 사랑이었을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뇌경색과 기억력의 감퇴로 최근 기억이 손상되고 먼 과거 기억의 저하가 나타나는 알츠하이머형 치매 판정을 받은 엄마, 어릴 적 그 반짝이던 미소를 온전히 다시 볼 수는 없다. 하지만 그날의 풍경과 분주히 움직였던 엄마의 사랑이 손오공게임 담긴 손놀림은 마치 시간을 농축한 귀한 귀부와인처럼 내 가슴속에 가장 달콤하고 깊고 소중한 추억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다.
오늘 와인 한잔은 그날을 떠올린다. 푸르른 가을 하늘과 여유로운 오후의 햇살이 와인 속으로 스며들 듯, 한 모금의 와인은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어린 날의 순수한 마음을 다시 불러온다. 와인은 단순히 취하고 마시는 술이 아니라, 마치 기억을 그려내는 수채화와 같다.
가을은 와인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이다. 너무 무겁지 않으면서도 계절의 깊이를 담은 와인, 가족과 친지들이 어우러져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그런 순간이 들 때면 이럴 땐 이 와인 귀부와인이 어떨까? 먼저 귀부와인에 대해 알아보자.
◆ 9월의 추천 와인 프랑스 보르도의 귀한 '귀부와인(Noble Rot)'프랑스 남서부에 있는 보르도(Bordeaux) 지역은 대서양에 인접해 있어 해양성 기후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여름은 비교적 온화하고 겨울은 따뜻하며, 강수량은 연중 고르게 분포한다. 이러한 기후 조건은 포도 재배에 유리할 뿐 아니라, 강과 하천의 수분으로 인해 발생하는 아침 안개와 낮의 햇살이 귀부 곰팡이(보트리티스 시네레아, Botrytis cinerea) 형성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특히 보르도 지역 내 그라브(Graves)와 소테른(Sauternes), 그리고 생트 크루아 뒤 몽(Sainte-Croix-du-Mont)은 귀부 와인으로 유명하다. 이 지역은 가론 강(Garonne)과 시롱 강(Ciron)이 합류하면서 생기는 큰 일교차와 습윤한 안개가 특징적이다. 아침에는 강에서 발생하는 안개가 포도밭을 덮고, 오후에는 햇살이 포도를 말려주며, 이러한 반복 과정 속에서 포도 껍질에 귀부 곰팡이가 형성된다.
토양은 주로 석회암과 점토질, 모래가 혼합된 자갈층으로 이루어져 배수가 잘된다. 배수성이 좋은 토양은 포도나무의 뿌리를 깊게 뻗게 하고, 이는 당도와 향이 응축된 포도를 만들어낸다. 특히 생트 크루아 뒤 몽 지역은 석회암 기반의 언덕 위에 자리 잡고 있어, 은은한 미네랄리티와 섬세한 산미가 귀부와인의 균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귀부와인(Noble Rot)에 적합한 주요 포도 품종들은, 껍질이 얇아 귀부균(Botrytis cinerea) 및 수분 증발에 매우 효과적이고 귀부균의 성장에 유리한 특정 환경에서 잘 자라기 때문에 귀부와인 생산에 주로 사용된다.
그 중에서 세미용 (Semillon)은 귀부와인의 핵심 품종 중 하나로, 특히 프랑스 보르도(Bordeaux)의 소테른(Sauternes) 지역의 귀부와인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된다. 슈냉블랑 (Chenin Blanc)은 프랑스 루아르(Loire) 밸리의 부브레(Vouvray) 등지에서 귀부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산도가 높아 귀부화 후에도 균형 잡힌 맛을 유지하며, 귀부균의 영향을 잘 받아 복합적인 풍미를 형성한다. 리슬링 (Riesling)은 주로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에서 트로켄베렌아우스레제(Trockenbeerenauslese)와 같은 최고 등급의 귀부와인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귀부화 후에도 특유의 높은 산도와 섬세한 아로마를 유지한다.
이 품종들에 귀부균은 포도 껍질에 미세한 구멍을 내 수분을 증발시켜 당도를 농축시키고, 특유의 풍미를 더해 귀하고 달콤한 와인을 생산하게 하는 것이다. 귀부 곰팡이에 노출된 포도는 수분이 증발해 당도가 극대화되며, 꿀, 살구, 복숭아, 말린 과일, 꿀에 절인 꽃 향 등 농밀한 풍미를 갖게 된다. 와인의 질감은 점성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산도가 적절히 뒷받침되어 단맛이 과하지 않게 느껴진다. 또한 귀부 와인은 장기 숙성이 가능하여 시간이 흐를수록 캐러멜, 견과류 풍미로 진화한다.
결국, 보르도의 기후와 토양, 그리고 강에서 비롯된 독특한 미세 기후는 세계적으로 명성이 높은 귀부 와인을 탄생시킨다. 그 결과 소테른, 생트 크루아 뒤 몽 등의 지역은 오늘날까지도 귀부 와인의 중심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9월의 추천 와인 '샤또 데 팔미에 2023(Chateau des Palmiers 2023)'





/사진출처=연일주류수입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소테른과 유사한 품질을 경험할 수 있다. 이 와인은 값비싼 소테른(Sauternes)와인의 대안으로 훌륭한 가성비 와인임이 틀림없다. 가론강을 사이에 두고 소테른의 강 건너 맞은 편에 위치한다.

생산국 : 프랑스 Bordeaux < Sainte-Croix-du-Mont 스타일 : 스위트 화이트 귀부 와인(Noble Rot Wine)품종: Semillon, Sauvignon Blanc, Muscadelle 블렌딩알콜: 12% 음용 온도:10~12°C외관 (Appearance): 농축된 깊은 황금색(Deep Gold)
향& 맛 (Aromas& Palate): 농축된 과일(살구, 복숭아, 무화과), 꿀, 시트러스 껍질(오렌지 껍질), 꿀, 사프란, 생강, 복숭아, 코코넛, 말린 호박고구마, 열대과일 등의 복합적인 아로마. 농축된 단맛과 산미, 알콜은 전혀 튀지 않고 밸런스가 좋다.
피니시 : 농축되고 복합적인 아로마와 부담스럽지 않은 달콤함이 산도가 완벽하게 중심을 잡아주어 결코 끈적이거나 부담스럽지 않은 우아한 여운을 남긴다.
-음식과의 페어링 (Pairings): 와인보다 덜 달거나 비슷한 수준의 디저트와 페어링해야 좋다 클래식한 페어링은, 푸아그라, 블루 치즈, 고르곤졸라 주 요리/전채 (Main Course / Appetizers)훈제 고기 : 오리 요리, 돼지고기 요리. 와인의 달콤함이 고기의 풍미를 끌어올린다.매콤한 아시아 요리(단맛이 매운맛을 중화), 해산물, 생선 요리나 갑각류도 좋다. 산미가 비릿함을 잡아준다.디저트(Dessert) : 타르트/파이: 신선한 복숭아, 살구, 혹은 사과 타르트/파이. 견과류 케?
오늘, 이 귀부와인을 기억하자. 잔 속의 황금색의 와인이 단순한 맛을 넘어, 10월의 풍경을 함께 담아낼 것이다. 그런 오늘의 마지막은, 우리에게 늘 처음이 되며 그리고 언젠가 그 처음의 기억은 또 다른 힘든 순간을 밝혀줄 등불처럼 남을 것이기에 늘 오늘은 행복한 날이 된다.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박영신 와인 칼럼니스트-
"좋은 와인은 시간을 탓하지 않는다. 묵힐수록 깊어지고, 기다릴수록 단단해진다. 사람도 그렇다."

현재, 경희대학교에서 와인 소믈리에를 전공.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조리외식경영학 박사 수료를 했다.
여러 국내 와인대회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하고 있으며, 다년간의 와인전문숍, 와인전문바, 그리고 와인스쿨 운영으로 실무 현장 경험을 쌓았다. 식음료와 교육 분야의 다양한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으며, 그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와인 문화의 깊이를 탐구하고 있다.
로피시엘=박경배 기자 pyoungbok@lofficielkorea.com 기자 admin@slotmega.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