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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넷플릭스는 워너브러더스 인수를 공표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넷플릭스는 할리우드에 재앙이 될 것이다.”
17일 개봉하는 영화 ‘아바타: 재와 불’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은 최근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의 할리우드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 인수 소식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이렇게 말했다. 테드 사란도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가 워너브러더스 영화의 극장 개봉 전략을 유지하겠다고 밝혔지만 캐머런 감독은 사란도스 CEO가 지난 4월 공개석상에서 “극장용 영화는 구식 바다신게임 모델”이라고 발언한 것을 인용하며 “사기를 위한 미끼”라고 치부했다.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을 위해 1주일이나 열흘 정도 개봉하고 온라인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美 영화관 단체 "매출 25% 증발" 반발
넷플릭스가 지난 5일(현지시간) 할리우드의 대표적인 스튜디오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영화· 바다이야기부활 TV 스튜디오·스트리밍 사업 부문을 720억 달러(약 106조 원)에 인수하는 최종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크게 반발한 건 미국 영화관 업계다. 미국 영화관 사업자를 대표하는 단체 시네마 유나이티드는 “워너브러더스가 배급하는 영화가 없어진다면 연간 영화 티켓 매출의 25%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미국감독조합과 미국작가조합도 비판 오징어릴게임 적인 입장을 밝혔다.
넷플릭스가 워너를 인수하면 단순히 시장 지배력이 커지는 것을 넘어 시장을 독점해 경쟁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1923년 설립된 워너브러더스는 ‘카사블랑카’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고전 명작부터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슈퍼맨’ ‘배트맨’ 시리즈 같은 블록버스터 영화, 케이블채널 HBO의 야마토게임하기 ‘왕좌의 게임’ ‘섹스 앤 더 시티’ 등의 TV시리즈 등의 인기 지식재산(IP)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활용한 OTT 플랫폼 HBO맥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종 인수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7일 “시장 점유율이 큰 넷플릭스가 워너를 인수합병하게 되면 점유율이 더 커지기에 문제가 될 수 있다”면서 정부의 릴짱 개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영화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국내 영화·드라마, 넷플릭스 종속성 커질 것"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영화와 드라마 등 영상 산업의 지각변동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기대보다는 우려가 큰 분위기다.
미국과 마찬가지로 영화관 업계가 특히 수심이 깊다. 넷플릭스의 워너 인수가 영화관의 쇠락을 앞당길 것이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김형석 영화평론가는 “영상 IP의 OTT 플랫폼 집중 현상이 심화하면서 앞으로 영화관 산업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최고 히트작 중 하나인 '오징어 게임' 시리즈. 넷플릭스 제공


올 10월까지 워너브러더스가 배급하는 영화가 국내 영화관의 티켓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6%이고, 지난해는 13.4%를 기록했다. 넷플릭스가 캐머런 감독의 말처럼 워너 영화를 1주일가량만 극장에서 개봉한다면 국내 영화산업 매출이 급감하기 쉬운 구조다. 국내 멀티플렉스 관계자는 “디즈니가 OTT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뒤에도 자사 영화의 극장 개봉을 이어갔듯이 넷플릭스도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할 뿐”이라며 말을 아꼈다.
가뜩이나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큰 국내 영화·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는 해외 OTT에 대한 종속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토종 OTT 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드라마·영화 제작사가 최우선시하는 플랫폼이 넷플릭스인데 워너 인수로 시장 점유율이 더 커지면 이 같은 종속은 더욱 가속화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국내에선 해외 기업인 넷플릭스를 규제할 법이 없어 토종 OTT는 점점 위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넷플릭스를 통해 창작의 기회를 얻은 이들이 적지 않기에 모두가 같은 입장인 것은 아니다. 최근 넷플릭스의 대대적인 지원으로 영화 ‘프랑켄슈타인’을 완성한 멕시코 출신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은 영화관의 대체재가 없다는 사실을 강조하면서도 “스크린의 크기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건 아이디어의 크기”라고 중도적인 입장을 취했다. 넷플릭스와 협업한 적이 있는 국내의 한 제작자 또한 극장용 상업 영화 제작 편수 감소를 걱정하면서도 “대중의 영화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는 만큼 그에 맞는 제작 방식의 변화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경석 기자 kav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