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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후위기에 대해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권고적 의견’을 밝힌 것은 전세계에서 진행되고 있는 3천여건의 ‘기후소송’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사법재판소는 ‘세계의 법정’에 해당하는데, 이런 권위와 위상을 지닌 기관이 ‘기후위기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국제법 위반 사안에 해당한다’며 정부의 법적 책임을 못박았기 때문이다. 기후소송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연체 대출 정부, 기업, 기관 등을 상대로 제기하는 소송으로, 온실가스 배출로 기후변화 원인을 제공했거나 그 피해의 감축 노력이 소홀한 데 대해 법적 책임을 물어 현실을 바꾸고자 하는 운동이다. 이번 국제사법재판소의 결정에 힘입어 기후 가해국과 피해국 사이에, 또 개별 정부와 기업, 기관 등에 기후변화 대응의 책임을 묻는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
이자부담 영국 런던정경대(LSE)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는 해마다 ‘세계기후소송 동향’ 보고서를 내는데, 지난 6월 지난해까지의 현황을 담은 최신의 보고서를 펴냈다. 이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기후소송들이 얼마나 많이, 어떻게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파악할 수 있다.
국제사법기관 3곳, “기후변화는 국제법 사안”
이번 보 농협전세금담보대출 고서에서 연구소는 1986년부터 2024년 말까지 전세계 60여개국에서 제기된 기후소송이 전체 2967건(미국 1899건, 기타 전세계 1068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했다. 파리협정이 맺어진 2015년 당시 기후소송은 120건이었는데 2021년 300건 이상으로 급증했고, 10년 사이에 25배가량 불어난 것이다. 다만 그 증가율은 살짝 둔화되어, 지난해 현대카드통신요금 새로 제기된 기후소송은 226건으로 집계됐다. 단지 건수만 늘어난 게 아니라, 기후소송 분야는 “법률 이론, 행위자, 전략적 접근 방식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다각화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무엇보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가의 법적 의무가 “국제법적인 차원에서 점점 명확해지고 있다”는 것을 주목할 만한 사실로 꼽았다. 유엔 산하 ‘세계의 법 파산상담개인회생헬프119 정’인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결정은 그 정점이라 할 수 있는데, 국제사법재판소를 포함해 주요 국제 법원에서는 모두 4건의 기후변화 관련 자문이 진행됐거나 진행 중이다.
런던정경대 그랜섬 기후변화환경연구소가 올해 펴낸 ‘세계기후소송 동향’ 보고서.
해양 관련 국제분쟁의 해결을 맡고 있는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는 이미 지난해 5월 재판관 6명의 만장일치로 “대기에 인위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건 해양 환경 오염에 해당한다”는 ‘권고적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이번달 3일에는 아메리카 대륙의 최고인권재판소인 미주인권재판소(IACHR)가 국가가 기후변화 문제로부터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해야 할 책임이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아프리카 대륙의 국제사법기관인 아프리카인권재판소(ACHPR)는 올해 5월 시민사회로부터 청원을 받아 기후변화 대응이 인권 문제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주요 국제사법기관 네 곳 가운데 세 곳이 이미 기후변화 대응은 국제법적 의무라고 확인한 것이다.
사법적 참여 증가에 책임 묻는 방법론도 혁신
대법원·헌법재판소 등 각국의 최고 법원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해야 할 법적 의무에 대한 풀이를 주도적으로 내놓고 있는 것도 주목할 만한 현상으로 꼽혔다. 보고서는 “2015년부터 2024년 말까지 전세계적으로 276건의 기후 관련 소송이 최고 법원에 접수됐으며, 이중 117건은 미국에서, 159건은 기타 지역에서 접수됐다”고 짚었다. 또 결과가 나온 250건의 소송 가운데 50%는 기후행동의 ‘강화’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이런 판례들은 책임과 집행을 둘러싼 복잡한 법적 문제에 대한 사법적 참여가 증가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히 기후소송은 남반구에서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2024년 말까지 남반구에서 260건 이상의 기후소송이 접수됐는데, 이중 60%가량이 2020~2024년 사이에 제기됐다고 한다. 남반구의 기후소송에선 정부 기관, 규제 기관, 검찰 등이 중요한 구실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눈에 띈다. “2024년 남반구에서 발생한 소송의 56%가 정부 기관에 의해 제기된 반면, 북반구에서는 단 5%만이 정부 기관에 의해 제기됐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바누아투의 기후변화 장관 랄프 레겐바누(가운데)가 지난 23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국제사법재판소의 ‘기후소송’ 관련 회의를 앞두고 열린 집회에 참석해 연설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정부 행위자들뿐 아니라 기업 행위자들에 대한 감시도 강화되고 있다. 보고서는 “전세계적으로 2024년 제기된 기후소송의 20%가량이 기업이나 기업의 임원을 대상으로 했다”며, “지난해보단 소폭 감소했지만 관련 분야와 문제의 범위는 확대됐다”고 짚었다. 또 “주요 배출 기관에 기후 관련 피해에 대한 재정적 책임을 묻기 위한 노력이 학계와 법률 분야의 혁신을 지속적으로 촉진하고 있다”고도 봤다. 최근에는 마치 담배 회사가 폐암 발병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하는지 따지는 것처럼 기업·기관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해 발생시킨 피해를 정량적으로 추적하는 새 연구 방법론도 제기되고 있어, 앞으로 다양한 기후소송에 힘을 실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전략적 다각화…유형도 8가지나
기후소송은 이제 전략적으로도 다양한 유형으로 분화된 상태라, 보고서는 최근 기후소송의 유형들을 모두 8가지로 분류했다. 가장 대표적이고 핵심적인 기후소송의 형식은 정부에게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묻는 ‘정부 프레임워크’(Government framework) 소송이다. 2015년 이후 전세계적으로 120건 이상의 소송이, 2024년에는 14건의 소송이 ‘정부 프레임워크’ 소송에 해당했다. 특히 보고서는 “한국의 획기적인 판결은 동아시아 최초의 정부 프레임워크 판례로 기록됐다”며, 지난해 우리나라 헌법재판소가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 정책이 헌법상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관련 법률에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던 것을 대표 사례로 언급했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개최한 기후 헌법소원 최종선고 관련 기자회견을 마친 뒤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책임을 묻는 ‘기후 고려 통합’(Integrating climate cosiderations) 소송은 전체 기후소송 가운데 가장 많이 쓰이는 유형으로, 주로 개별적인 화석연료 개발 프로젝트를 상대로 제기된다. 지난해 97건이 제기됐다. 환경 오염의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그 오염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를 배상하라 요구하는 ‘오염자 부담’(Polluter pays) 소송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모두 80건으로 집계됐는데, 이중 11건이 지난해 제기됐다. 보고서는 “아직 기업의 전세계 배출량을 특정 기후 영향과 직접 연결짓는 데 성공한 사례는 없지만, 지역적 환경 피해에 대한 중요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페루 농부가 독일 기업을 상대로 10년 동안 싸워 패소했으나 일부 의미 있는 결과를 얻어낸 것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이밖에 기업의 전체 전략에 이의를 제기하는 ‘기업 프레임워크’(Corporation framework), 예측가능한 위험을 무시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적응 실패’(Failure to adopt),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나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대해 정부·기업 등을 상대로 제기하는 ‘전환 위험’(Transition risk), 탈탄소화 등을 속이거나 과장한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기후 세탁’(Climate washing), 기업이나 금융기관이 기후변화 대응에 부합하지 않는 자금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막는 ‘수도꼭지 잠그기’(Turning off the taps) 소송 등이 있다. 지난해 신규 제기된 소송 가운데 4건이 기업 프레임워크, 7건이 적응 실패, 1건이 전환 위험, 25건이 기후세탁, 7건이 수도꼭지 잠그기에 해당했다.
한편 국제사법재판소의 이번 권고적 의견 결정에 대해, 기후소송 분석 작업을 이끌고 있는 조애나 세처 런던정경대 그랜섬기후변화환경연구소 부교수는 “세계 최고 법원이 국가에게 기후 피해를 예방할 뿐 아니라 완전히 복구할 법적 의무가 있음을 처음으로 명확히 한 것”이라며 “이는 손실과 피해, 역사적 책임, 그리고 실존적 위협에 직면한 공동체의 권리를 더욱 구체적으로 요구할 수 있는 길을 열어, 공정하고 효과적인 ‘기후 배상’ 요구에 결정적인 힘을 실어준다”고 논평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