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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해준송효
날짜 : 25-07-25
조회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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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원산갈마지구)는 적어도 겉모습은 휘황찬란했다. 준공식은 성대했고, 다채로운 건물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관광객 2만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호텔을 비롯한 숙박시설도 들어섰다.
2019년 10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금강산을 찾았다. 김정은 위원장이 이때 한 발언은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까지도 비판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신용회복지원제도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라며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을 추진한 선임자는 당연히 김정일 위원장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김정은 위원장은 현대아산이 지은 시설물에 대해 “건축 미학적으로 심히 낙후”됐다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의 시설들”이라고 한국저축은행안전 말했다.
미묘한 발언의 시점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좌절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절치부심하던 때였다. 금강산 관광은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이 만든 햇볕정책의 산물이다. 동시에 김정일 위원장의 결심으로 태어난 상징성을 지니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금강산 시설에 대해 보 무직자전세보증금담보대출 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진다고 말한 것은,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나 이에 상응해 김정일 위원장이 취했던 남북 관계 개선 정책을 부정하는 발언이다.
이렇게 금강산 시설물에 대해 험담했던 김정은 위원장은 원산갈마지구에 대해서는 크게 만족한다고 했다. 원산갈마지구와 금강산지구를 비교해보면 김정은 위원 루나파크사춘기직장인 장의 불만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김 위원장이 ‘건축 미학적으로도 심히 낙후’됐다고 지적한 것처럼 금강산지구에 현대아산이 지은 시설물은 대개 임시 건물이었다. 반면 원산갈마지구 건축물은 화려하다. 김 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을 비판하면서 “민족적 특색이 없이 잡다하게 지어졌다” “싹 다 들어내고 우 창업박람회 리식으로 새로 지으라”고 지시한 이유가 짐작이 가는 대목이다.
이후 북한은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을 위해 설치한 시설물을 모두 철거했다. 2024년 2월에는 금강산국제관광지구법 및 그 시행규칙까지 폐지했다. 이제 금강산 관광은 더 이상 햇볕정책과 남북 경제협력의 상징이 아니다. 북한은 지금 금강산에 새로운 시설물을 짓는 중이다. 김 위원장 지시대로 ‘우리식’으로 새로 짓고 있다. 금강산에 짓고 있는 시설물은 원산갈마지구를 보면 유추 가능하다.
원산갈마지구는 ‘해안 관광지구’라는 특색을 살렸다. 또 김 위원장이 강조해 조성한 백두산 삼지연 일대는 ‘산악마을’의 특색에 맞게 관광지로 조성했다. 그렇다면 금강산은 ‘민족의 명산’이라는 특징을 살리는 방향으로 관광지구를 건설하고 있을 것이다.
조선중앙통신은 “각양각태의 현대미를 발산하는 수백 동의 건물들이 완벽한 예술적 호환성과 련결성을 이룬 원산갈마지구”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원산갈마지구에는 각양각색의 수많은 건물이 해안선을 따라 늘어서 해양관광지로서 장관을 연출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갈마지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자력갱생으로 이 정도 수준의 시설물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이 정도 수준 또는 그 이상으로 결실을 맺을 생각이 없다면 남북 협력사업에 대해 꿈도 꾸지 말라는 메시지인 것이다. 이는 관광사업뿐만 아니라 남북 경제협력에 모두 적용될 것이다.
6월24일 김정은 위원장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에 참석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
2018년 트럼프 “북한 해변 굉장하다”
우리 정부나 현대아산으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대북 송금 사건이 정치 쟁점이 되었다. 2003년 현대그룹 정몽헌 회장은 자살했고, 김대중 정부 때 금강산 관광을 비롯해 대북정책의 핵심 인사였던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구속되기도 했다. 금강산 관광은 남북 경협사업이고 정치와 무관한 관광사업이었지만 남한의 정치적 소용돌이 한복판으로 빨려 들어갔다.
또한 금강산 관광은 관광사업임에도 대북 제재 대상이 되었다. 현대아산과 북한은 관광 비용을 일시금으로 지급하기로 계약했는데, 이것이 이른바 대량 현금(벌크캐시)이 북한에 들어간다는 이유로 제재 대상이 되었다.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기에 난관이 생긴 것이다. 이런 난관을 해결하려는 방안으로 개별결제 방식이 제기되기도 했다. 관광객들이 북한 관광지에 입장할 때마다 개별적으로 비용을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는 금강산 관광을 위한 계약을 흔드는 것이며 개별결제 방식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단체 관광이 아닌 개별 관광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역시 가능하지 않았다. 남북 관계의 현실에서는 단체 관광 방식이 정착된 이후 남북 관계가 더 발전한 이후에나 가능한 일이다. 금강산 관광은 이제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된 사건이 되고 말았다. 남북 경제협력 역시 금강산 관광과 같은 운명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준공식 때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에서 주목할 대목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우리나라는 동서 두 면이 바다와 접해 있고 금강산과 칠보산·마전·금야·리원·염분진을 비롯하여 아름다운 동해 명승지들이 많은 조건에서 앞으로 관광업 분야에서 해안의 풍부한 관광자원을 합리적으로 리용하는 데 집중할 데 대한 방침을 견지하여야 한다”라고 언급한 것으로 보도했다.
이 말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한 해안 관광 발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때 김 위원장에게 북한 해안에 세계 최고 호텔을 지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에게도 “북한이 가진 해변은 굉장하다. 미사일을 바다로 쏠 때마다 보았다”라며 북한 해안에 관심을 표했다.
결과적으로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 말대로 미사일을 발사하던 원산 갈마반도를 해양 휴양지로 만든 셈이다. 원산갈마지구 준공식을 성대하게 치른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담겨 있는 셈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원산갈마지구를 ‘세계에 당당히 자리매김하게 될 국보급의 해양 공원’이라고 수차례 언급했다. 나아가 금강산과 칠보산 같은 동해안 관광자원을 합리적으로 발전시킬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금강산·원산갈마지구·칠보산을 연결하는 동해안 관광지구를 구상하고 있다. 원산에서 금강산까지는 직선거리가 50㎞에 불과하다. 칠보산은 금강산 못지않은 명산이다. 500m에 이르는 장쾌한 해안절벽이 있고, 개마고원과도 연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처럼 북한 해안은 관광자원이 풍부하다. 설악산·DMZ까지 연결한다면 세계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북한은 관광산업 진흥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새로운 법률 정비에 나섰다. 2023년 8월3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사상 처음으로 ‘관광법’이 채택되었다. 과거에는 금강산관광특구법(2002년)처럼 특정 지역별로 제한된 법만 있었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관광 전반을 아우르는 일반법을 만들었다. 이 관광법에는 국내관광 활성화, 국제관광 확대, 관광객 편의 보장, 생태환경 보호 등 현대 관광정책에 부합하는 원칙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5월, 원산갈마지구에 대해서는 별도의 특별법까지 제정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대북정책에 따라 동해안 해안·산악 관광 시대가 열릴 수도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김 위원장이 가진 관광에 관한 관심은 국내관광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은 여러 경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원산갈마지구를 ‘세계에 당당히 자리매김’하겠다는 발언이나, 관광법에 국제관광 확대가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은 원산갈마지구를 개방하면서 우선 러시아 관광객을 받겠다고 했다. 원산갈마지구 수용 인원이 2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러시아 관광객만으로 이 수요를 충족하기가?쉽지 않다. 러시아 극동지역은 인구가 적고, 모스크바 서부 인구 밀집 지역은 원산갈마지구까지 거리가 너무 멀다.
결국 한국, 일본, 중국과 동남아 관광객을 유치해야 한다. 미국 관광객을 유치한다면 금상첨화다. 원래 북한은 원산갈마지구 완공을 2019년 4월로 잡았다가 2020년 4월로 연기했다. 이 시기는 하노이 북·미 회담 결렬의 여파로 남북 대화도 단절된 시기였다. 당시 필자는 청와대 통일정책비서관으로 일하고 있었다. 남북 관계 활성화를 위해 원산갈마지구 준공식에 한국 참가단을 최대 500명 규모로 보내는 것을 검토했다. 또 관광 활성화를 지원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도 준비했다. 관광은 굴뚝 없는 산업이지만, 다른 한편 개방의 성격도 지니고 있다는 데에 초점을 맞추었다.
하지만 완공은 계속 늦춰졌고, 그사이 코로나19까지 확산했다. 원산갈마 관광활성화 지원을 통해 남북 관계를 발전시켜보고자 한 것은 필자의 구상에 그치고 말았다.
북한은 올해 노동당 창건 80주년과 내년 초 노동당 9차 당대회를 거치면서 경제와 국방 분야 5개년 계획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발표를 할 것이다. 이는 북한의 몸값이 달라졌다는 뜻이다. 관광을 비롯하여 남북 경협을 재개하기 위해선 몸값을 과거와는 다르게 치러야 한다는 의미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완공을 통해서 이런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관광산업, 남북 관계 회복의 시험대 될까
하지만 관광객 모집과 대북 제재라는 두 가지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김정은 위원장의 구상대로 금강산-원산갈마지구-칠보산을 연결하는 동해 관광벨트가 실현된다면 환상적인 관광지가 될 것이다. 해안과 산악이 연결될 뿐만 아니라 사계절이 존재한다. 세계 어디에서도 보기 어려운 장관이 펼쳐질 것이다. 이러한 구상을 가로막는 마지막 장벽은 대북 제재다.
제재를 면제받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 관광객 모집을 위해서라도 한국과 미국의 협력이 필요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이는 적극적인 관심, 새롭게 출범한 이재명 정부의 비전을 고려하면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가 선순환하면서 동해안 해안·산악 관광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그 모습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있는 과거와는 여러모로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다른 모습을 준비하는 정도에 따라 동해안 해안·산악 관광 시대가 현실화할 시기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김창수 (전 코리아연구원 원장)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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