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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9일 일본 출장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가까이 자신의?발목을 잡아온?'사법 리스크'를 떨쳐냈다. 1·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최종 무죄 판단을 받으면서다. 실적 악화로 위기에 처한 삼성에 어떤 변화가 일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이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다. 33년 만에 글로벌 D램 시장점유율 1위를 SK하이닉스에 내줬고,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사업 환경도?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사법 3000만원 대출 리스크로 인해 중단됐던 그룹 지배구조 개편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이에 대대적 조직 쇄신과 함께 중장기 로드맵을 내놓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17일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자본시장법 및 외부감사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으로 기소된 이 회장 사건 선고 기일을 열고 "상고를 모두 기각한다"고 판결했다.?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한국장학금대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올해 2월 이 회장의 23개 혐의에 대해 무죄를 내린 2심 판결에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이로써 이 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혐의로 재판 새마을금고 공인인증서 에 넘겨진 지 4년10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됐다.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시작하면 햇수로 10년째 짊어진 사법 리스크에서도 벗어나게 됐다.
속도 내는 '빅딜'…글로벌 경영 행보도 확대
재계에선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리더십 공백 우려가 해소된 삼성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의 경영 공백으로 대규모 투자 결 자영업자대출문의 정과 글로벌 경영에 어려움이 있어왔기 때문이다.?먼저 대규모 인수합병(M&A)에 속도가 붙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치열한 글로벌 시장에서 단숨에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단이 M&A지만, 삼성은 2017년 3월 9조3000억원 규모의 하만 인수를 단행한 뒤 8년간 대형 빅딜을 성사시키지 못했다. 결단을 내릴 이 회장의 부재 탓이었다.
다만 올 양도소득세 계산 해 2월 2심 무죄 판결 이후 이 회장의 움직임도 조금씩 활발해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자회사 하만을 통해 미국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를 5000억원에, 5월에는 독일 공조업체 플렉트를 2조4000억원에 인수하는 등 그룹 차원의 빅딜에 시동을 걸었다. 이달 초에는 미국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 젤스를 인수하기로 계약하기도 했다. 이 회장이 최근 미국에서 열린 '선밸리 컨퍼런스'에 다녀왔다는 점도 추가 M&A 발표를 기대케 한다. 선밸리 컨퍼런스엔 글로벌 미디어, 정보기술(IT) 업계 거물들이 참석하는데 기업들의 M&A가 다수 논의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글로벌 경영 행보에도 속도가 붙었다. 이 회장은 2심 무죄 선고 다음날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그룹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와의 삼자 회동을 통해 미국이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 참여를 골자로 한 인공지능(AI)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올해 3월엔 중국을 방문해 글로벌 CEO들과 함께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고, 샤오미와 BYD(비야디) 본사를 방문해 중국 시장 점검에 나섰다.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모습 ⓒ시사저널 최준필
33년 만에 내준 D램 왕좌…HBM 경쟁력 확보에 총력
사법 족쇄를 푼 이 회장에게 당면한 가장 큰 과제는 반도체 경쟁력 확보다. 삼성전자 전체 실적의 절반 이상을 떠받쳐왔던 반도체 사업은 최근 수년 사이 실적이 크게 쪼그라들었다. 올해 1분기엔 33년 만에 글로벌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에 1위 자리를 내주는 등 위기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실기에 따른 뼈아픈 성적표다. 일각에선 2019년 삼성전자가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HBM 조직을 축소하고 개발 중단을 결정한 이유 중 하나에도 구속과 석방, 재구속 등의 오너의 부재가 적지 않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시급한 과제는 HBM3E(5세대) 개선제품과 HBM4(6세대)의 엔비디아 공급망 합류다. 삼성전자의 HBM3E 12단 제품의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는 현재 1년 가까이 소식이 없다. 이를 위해 직접 이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CEO를 만날 가능성도 점쳐진다. SK하이닉스와 벌어진 격차를 단숨에 좁히기 위해 HBM 관련 기술과 인력 확보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파운드리 부문도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다. 2019년 이 회장은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으며 파운드리 등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만 2030년까지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 반도체 1위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그러나 갈수록 파운드리 1위 TSMC와의 격차는 벌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TSMC 67.6%, 삼성전자 7.7%였다. 파운드리 사업부는 상반기에만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결국 고객사 확보를 위해 이 회장이 직접 수주 활동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법 리스크로 인해 논의가 멈춰 섰던 지배구조 개편도 피할 수 없는 과제다. 삼성의 지배구조는 이재용 회장 등 오너일가→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진다. 그룹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이 회장의 직접지분은 1.65%에 불과하다. 오너 일가를 합쳐도 삼성전자 지분은 5%가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보험업법 일부개정 법률안', 이른바 '삼성생명법'이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은 보험사(삼성생명)가 보유한 계열사(삼성전자) 주식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해 보유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으로 골자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통과할 경우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보유 지분 8.5% 중 5.5% 이상을 처분해야 한다. 이 경우 이 회장을 포함해 오너 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 약화는 불가피하다. 이를 막기 위해선 삼성전자 지분 확대가 필요하지만 12조원에 달하는 상속세 납부가 이어지며 보유 현금이 여유롭지 못한 상태다. 어떤 식으로든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민단체 역시 이를 주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날 대법원 판결에 대한 논평에서 "삼성그룹 이사회가 삼성물산 합병을 계기로 구성이나 운영 등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찾아보기는 어렵다"며 "삼성그룹은 각 회사의 이사회, 감사위원회가 지배주주에 대한 감시·견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거버넌스 개선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여전히 큰 취약점으로 꼽히는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소유 지분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방안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제시해야 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