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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스1) 윤왕근 기자 = 강원 강릉은 최근 동풍의 영향으로 수도권보단 한풀 꺾인 더위를 맞고 있다. 그러나 해발 400m 산속은 다르다.
2022년 대형산불로 숲이 사라진 이곳엔 아직 그늘이 없다. 대신 이른 새벽부터 예초기를 메고 오르내리는 이들이 있다. 푸른 숲을 다시 일구는 강릉국유림관리소 소속 영림단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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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전 9시쯤 강릉 시내의 기온은 28도 남짓. 최근 시원해진 동해안 날씨와 해발 400m에 위치한 '숲 가꾸기' 현장이기에 오히려 서늘할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하며 작업 현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막상 현장은 상상과 달랐다. 한 걸음 뗄 때마다 뜨거운 열기와 습기가 피부를 훑었다.
게다가 이곳은 2022년 동해안을 덮친 대형산불 피해지증권추천
다. 복구된 묘목이 자라기 시작했지만, 울창한 숲과 그늘을 만들기엔 아직 역부족이다. 현장에선 강릉국유림관리소 소속 '푸른영림단' 단원 9명이 예초 작업을 하고 있었다.
조남희 푸른영림단장은 "해가 중천에 뜨기 시작하는 오전 10~11시가 가장 숨 막히고 고역"이라며 "그늘이나 바람도 없고, 특히 땅에서 올라오는 지열은 도심의 아스팔트보다신천지예시
뜨겁다. 아지랑이 피는 게 눈에 보일 정도"라고 말했다.
무거운 예초기를 들고 쉴 새 없이 움직여야 하기에 여름철 작업은 더욱 고되다. 특히 올해는 이례적인 가뭄 탓에 땅이 말라붙고, 풀조차 제대로 자라지 않아 지열이 그대로 올라온다고 한다. 또 예초기 작동으로 열이 발생하면서 사실상 '히터'를 메고 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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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강릉국유림관리소 푸른영림단 소속 산림 근로자들이 11일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일대 국유림에서 무더위를 피하기 위해 예초기에 양산을 꽂고 일하고 있다. 이 곳은 지난 2022년 3월 강원 동해안을 덮친 대형산불 피해지 이기도 하다. 2025.7/11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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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단원들은 예초기에 양산이나 우산을 꽂아 파라솔 삼아 일하고 있었다. 근로자 A 씨는 "아마 전국 영림단 중에 이런 거 만들어 사용하는 곳은 우리밖에 없을 거다. 특허 내야 한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반소매, 반바지를 입는 등 조금 가벼운 차림으로 작업할 순 없는 걸까. 한 근로자는 "예초기 자체가 너무 위험하고, 돌도 많이 튄다. 또 땅벌과 말벌 때문에 옷을 가볍게 입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이들은 마치 미식축구 선수처럼 플라스틱 발목 보호대와 벌망 모자를 내려쓰고 있었다.
이들은 최근 일부 지자체에서 보급되고 있는 '냉각 조끼'조차 "예초기를 메고 있어 불편하다. 산에서 쓰기 어렵다"면서 "작업복이 좀 더 가볍고 통풍이 잘되는 재질로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혹서기 작업은 보통 새벽 5시에 시작해 오전 11시쯤 마무리된다. 그 사이엔 최소 30분 단위로 몽골 텐트에서 휴식을 취한다. 이 몽골 텐트가 이들의 폭염 피난처다. 산불 피해지인 이곳은 숲이지만 의외로 그늘을 찾아볼 수 없어서다.
무덥고 위험한 현장.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곳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교육이다.
이들 영림단원은 산림청 폭염 대응 지침에 따라 작업 전 안전 점검 회의(TBM·Tool Box Meeting)를 열고, 날씨와 열지수, 응급 상황 대응법까지 체크한 뒤 작업에 투입된다.
이날도 단장과 팀장이 팀원들에게 “작업하면서 계속 물 먹는 것 잊지 말아라. 무조건 30분 간격으로 쉬어라”고 당부했다.
정하용 강릉국유림관리소 자원조성팀장은 “산림청 폭염 매뉴얼에 따라 작업 시작·종료 시각, 휴식 시간, 음료 제공, 교육, 온도기록까지 철저히 이행 중”이라며 “형식적일 수 없다. 이들에겐 안전이 곧 생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원 강릉국유림관리소 소속 푸른영림단 산림 근로자들이 11일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일대 국유림에서 업무 시작 전 폭염 대응 회의를 하고 있다. 이 곳은 지난 2022년 3월 강원 동해안을 덮친 대형산불 피해지 이기도 하다. 2025.711 2025.7.1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영림단은 관리소에서 내려준 예산을 통해 발포 비타민, 심지어 산소 캔까지 마련해 여름을 나고 있다. 단원 개인도 목 선풍기나 쿨토시, 진드기 기피제 등을 반드시 갖고 다닌다.
혹서기 작업에서 가장 불편한 것은 식사다. 장거리 이동이 어려운 산속 특성상 도시락 보관이 쉽지 않기 때문. 한 근로자는 "김밥 같은 것을 싸 오면 여름엔 금방 상해버릴 때가 많다. 드론으로 냉장 배달되면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힘들고 무더운 현장이지만, 그래도 일감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게 이들의 바람이다. 최근 영남권 산불에 관련 예산이 집중되면서, 강릉지역 산불피해지나 산림 현장 일감이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일감이 줄었지만, 사명감마저 준 것은 아니다.
조남희 단장은 "덥고 위험해도, 산을 살리는 일이기에 뿌듯함이 먼저"라며 "산불로 잿더미가 된 이곳이 슬슬 푸름을 되찾고 있다. 수십 년 후엔 울창한 숲이 완성될 것"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원 강릉국유림관리소 소속 푸른영림단 산림 근로자들과 취재기자가 11일 강릉시 옥계면 남양리 일대 국유림에서 풀베기 작업을 하고 있다. 이 곳은 지난 2022년 3월 강원 동해안을 덮친 대형산불 피해지 이기도 하다. 2025.7.11/뉴스1 ⓒ News1 윤왕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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