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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업계를 중심으로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시중은행은 물론 인터넷전문은행, 간편결제 핀테크 기업까지 뛰어들며 시장을 키우는 모습이지만, 기술력과 제도 기반 없이 성급히 나서는 움직임이 오히려 시장 불신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 상표권 경쟁 불붙은 금융권…빅테크·핀테크도 가세 2일 특허청 및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케이뱅크 등 은행권을 비롯해 네이버파이낸셜, 카카오페이,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 주요 간편결제사들이 최근 스테이블코인 관련 상표를 대거 출원했다. 이는 정부 여당이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공식 정책 기조로 채택하면서 시장의 적금상품 추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KB국민은행은 △KRWB △BKRW △KRWH △RKWB △KBST △KBKRW 등 총 32건의 상표를, 신한은행은 △KRWSHB △SFGKRW △SKRW △KRSFG 등 21건을 각각 출원했다. 신한카드는 카드 업계 최초로 지난달 ‘SHCw’ 등 8건을 등록하며 후속 움직임을 보였다. 케이뱅크는 △K-STABLE △ 별내신도시아파트분양 K STABLE △KSTABLE 등 12건의 상표를 출원하고, 스테이블코인 직접 발행도 검토 중이다. 간편결제 업계에서도 선점 경쟁이 치열하다. 네이버파이낸셜은 △KRWNP △NPW △NWON △KRNX △KRNP 등 9종을, 카카오페이는 △KRKRW △PKRW △KKRW △KRWK △KRWKP 등 18종을 출원했다. 비바리퍼블리카(토스)도 △KRWTOSS 소자본창업대출 △KRWV △TKRW △KRVV △KTWV △TOSSKRW 등 총 24종을 등록했다. 금융권 외 기업들까지 스테이블코인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으로 형지글로벌은 자체 개발한 ‘형지페이’를 통합 결제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이를 기반으로 금융권과 논의해 스테이블코인과 연계한다고 했다. 이러한 상표권 출원 러시는 간편결제사들이 보유한 수천만 가입자 기반과 결제 대학졸업생대출 데이터를 활용해 스테이블코인 서비스 도입 시 즉각적인 시장 확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상표권 선점은 결제·송금·투자 등 서비스 영역 확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 기술 기반은 ‘취약’…상표 선점이 먼저인 현실 그러나 과열된 시장 분위기와 달리, 상당수 기업은 아직 전담 조직조차 꾸리지 못한 채 상표 출 새마을금고 신용대출 원에만 몰두하는 실정이다. 카카오페이, KB국민은행, 토스뱅크 등은 각각 ‘KRWKP’, ‘KRW ONE’, ‘KRW TOSS’ 등 브랜드명을 출원했지만, 기술적·제도적 기반 마련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에선 “일단 상표부터 확보하자”는 전략이 오히려 시장 불신을 부추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반면 기술적으로 준비된 기업도 있다. 블록체인 기업 오픈에셋은 2023년 ‘KRWO’ 상표를 등록한 데 이어, 은행과의 이중서명 구조 개념검증(PoC)을 완료하고 다중서명 기반 발행 특허도 출원 중이다. 정부 기술창업 지원사업인 TIPS 과제에도 선정돼 기술력과 사업성을 동시에 인정받았다. ■ 제도 정비는 아직 혼란…한은-금융위-국회 간 의견 엇갈려 스테이블코인 규제 체계 역시 혼란스러운 상태다. 국회는 금융위원회에 인가권을 부여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며, 더불어민주당 소속 민병덕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했고, 강준현·안도걸 의원도 입법을 준비 중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스테이블코인을 차세대 결제수단으로 육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은 신중론을 견지하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포럼에서 “비은행 금융기관의 스테이블코인 발행은 정부와의 논의가 필요하다”며, 무분별한 허용 시 자본유출과 통화정책 효과 약화를 우려했다. 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도 핀테크 주도의 발행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재확인했다. 한국은행 보고서 또한 “가치 훼손 시 디페깅과 코인런 위험이 있다”며 “은행권 중심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미국은 ‘GENIUS 법안’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공식화했고, 유럽연합(EU)은 미카(MiCA) 규제를 시행하며 발행요건과 감독 기준을 강화했다. 이에 국내에서도 조속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도 없이 스테이블코인이 확산되면 금융시장 혼란은 불가피하다”며 “상표권 경쟁보다 법·제도 기반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 전문가 “시장 신뢰 위한 기술·법제 기반 우선돼야”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표 경쟁보다 중요한 것은 실효성 있는 제도와 인프라 구축이라고 강조한다. 김익현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자기자본 등 발행인 자격요건 준수, 준비금 확보 방안 등 기본적인 준비뿐 아니라 기술정보, 운영인력, 활용계획, 보안, 이용자 보호에 대한 철저한 계획과 기술·법적 검토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정부 차원의 도입 의지가 본격화되면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성장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시장 신뢰와 안정적 생태계 조성을 위해선 지금이야말로 기반을 다지는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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