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환 굿프로덕션 대표는 “고맙다는 말을 요즘 많이 듣는다”고 했다. 그가 제작한 영화 ‘바다호랑이’ 사전 시사회에서다. 그는 “처음에는 이해가 잘 되지 않았다”고 했다. “사전 시사회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준 후원자분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라서다. “저랑 정윤철 감독이 감사하다고 해야 하는데, 영화 보고 나가시는 분들이 고맙다고 하니 처음에는 당황했어요.” 25일 개봉한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를 다룬다. 세월호 구조 활동에 나섰다가 여러 수난을 겪은 민간 잠수사들을 미국통신비 화면 중심에 둔다. 김탁환 작가의 르포르타주 소설 ‘거짓말이다’(2016)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 카페에서 만난 윤 대표는 “요즘처럼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들은 적이 없다”면서도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개봉하니 그저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바다호랑이'는 세월호 참사 당시 구조활동과 시신 수습에 나섰던 민간 잠수사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영화로운 형제 제공
윤 대표는 “2015년 4월에 세월호 참사를 영화로 만들기로 마음먹었다” 집 매매 계약 고 말했다.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참사 1주기 행사에 홀로 참여했다가 펑펑 울었을 때”다. 영화화를 모색하고 있던 2016년 8월 ‘거짓말이다’가 출판됐다. 윤 대표는 책을 읽고 “전혀 몰랐던 내용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김 작가에게 바로 연락을 했다. 그해 10월 영화화 판권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당시 김 작가가 계약 후 윤 대표에게 물었다고 한 집값 하락 다. “세무조사 받을 수 있을 텐데 괜찮으세요?” 세월호 참사에 대해 유난히 예민했던 박근혜 정부가 건재하던 시기였다. 판권 계약 후 한 달 정도 지나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가 벌어졌다. 대통령 탄핵이 이어졌다. ‘바다호랑이’ 제작에 파란불이 켜졌다. 영화 제작의 길은 험난했다. 시나리오 작업에 난항을 겪었고,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됐다 단수취급명사 . 윤석열 정권이 들어선 후 제작은 더 어려운 상황이 됐다. 공동 제작을 하기로 한 유력 제작자가 손을 뗐다. 영화화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돌파구가 마련됐다. 정윤철 감독이 2023년 배우들과 의기투합해 공연연습실에서 리허설하듯 ‘바다호랑이’를 촬영했다. 초기 촬영비는 1,000만 원 남짓에 불과했다. 이후 보충 촬영을 거쳐 영화가 완성됐다. ‘바다호랑이’는 외관은 투박하나 영화의 본질을 새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주인공 나경수(이지훈)가 바닷속에서 아이 시신을 수습하는 장면은 물 한 방울 쓰지 않고도 가슴을 울린다. 나경수는 세월호 시신 수습에 참여했던 고 김관홍(1973~2016) 잠수사를 모델로 하고 있다. 윤 대표는 “분명 예술적 성취가 있는 영화였으나 (외관만 봤을 때) 제작자 입장에서는 흔쾌히 개봉을 동의할 수 없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정 감독이 200번 넘게 영화를 보며 1년 동안 편집을 할 정도로 다듬고 다듬기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과분한 반응에 고생에 대한 보상받은 듯"
영화 '바다호랑이'. 영화로운형제 제공
판권 계약을 한 후 영화를 개봉하기까지 9년. 윤 대표는 “그동안 흘린 눈물이 얼마인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정 감독과 시나리오 고치면서 많이 울었고, 술 마시면서도 울었는데, 정 감독은 편집하면서 또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면서도 “세월호 유족과 잠수사들이 흘린 눈물에 비하면 새 발의 피”라고 했다. 사전 시사회로 ‘바다호랑이’를 본 이는 이미 4,000명가량이다. 최소 3만 원을 내며 크라우드 펀딩(총 모금액 1억8,000만 원)에 참여한 이들이니 유료 관객인 셈이다. 윤 대표는 “과분한 반응을 얻고 있어 고생에 대한 보상을 이미 받은 듯하다”며 “특히 김관홍 잠수사 아내와 자녀들이 영화를 봐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