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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타이베이 중심가에서 조금 떨어진 베이핑둥루 골목의 낡은 건물 9층. 최근 방문한 민주경제연합 사무실 내부는 조명과 카메라 장비로 가득해 작은 방송 스튜디오를 연상케 했다. 민주경제연합은 11년 전 대만의 입법원을 점거하며 중국과의 경제 협정에 반대한 공무원예상 ‘해바라기 운동’의 정신을 잇는 단체다. 수장인 라이중창 변호사는 “중국 자본의 대만 침투를 감시하고 친중 성향 정치인을 고발하는 시민운동을 통해 대만 민주주의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해바라기 운동은 대만의 정치 노선을 친중(親中)에서 친미(親美)로 전환시키는 분수령이 된 사건이다. 자유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대만이 일당(一黨) 체제인 중국 학자금대출 지급실행 에 흡수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2014년 시위에 불을 붙였다. 대학생과 청년들이 주축이 됐다. 중국과의 서비스무역협정 통과에 반대한 이들은 입법원(국회)까지 점거하는 격한 시위를 벌였다. 당시 야당이었던 대만의 진보 정당 민주진보당(민진당)은 경찰의 강제 진압을 공개적으로 반대했고, 일부 의원은 학생들과 함께 입법원에 머무르며 정치적 ‘보호막’ 한국신용정보평가 을 자처했다.
2년 후 민진당은 해바라기 운동의 열기를 토대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미국과 가까워지는 전략을 내세워 정권을 되찾았다. 이후 지난해 선거까지 3연속 집권에 성공했다. 지난해 취임한 라이칭더 대만 총통은 “도덕적이자 실용적인 선택”인 친미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존중하는, 진보 정당의 카드 등급 핵심 가치로서의 친미다.
◇민주주의·안보·테크 ‘3대 친미전략’… 대만, 중국 종속 위기서 탈출
라이칭더 총통은 이른바 ‘해바라기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평가받는다. 전임 차이잉원(2016~2024년 집권)에 이어 반중·친미 노선을 계승하고 있다. 1986년 국민당의 권위주의 통치에 맞서 창당한 대만 최초의 야당인 대환대출자격조건 만큼, 미국식 자유민주주의를 확고하게 지향한다.
민진당은 야당 시절인 1990년대부터 일찌감치 미국과 외교 접촉을 이어갔다. 이수페이 당시 당 주석은 미국을 방문해 “대만의 민주주의는 보호받아야 합니다”라는 메시지를 미 의회와 정책 연구소에 설파했다. 이 같은 노력은 훗날 미 의회 내 ‘타이완 코커스’(친대만 의원 모임) 창설로 이어졌다. 2000년 민진당 출신 첫 총통인 천수이볜의 당선 이후엔 민주주의를 갈망해 미국행을 택했던, 대만계 미국 이민자 사회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대만은 미 정계 보수 진영과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가장 큰 위기는 중국이 대만의 대체 불가능한 경제 이익이 되어가기 시작한 시점이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 경제가 팽창하면서 1990~2010년대 대만에서 “중국으로 간다”는 말은 기업 성공의 공식처럼 통했다. 2010년대 초 중국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 비율이 전체의 80%에 달했고, 중국 수출은 전체의 약 40%를 차지했다. ‘이러다 대만의 경제뿐 아니라 정치까지 중국에 빨려 들어간다’는 위기감이 해바라기 운동이라는 반작용으로 분출됐다.
2016년 차이잉원 총통의 당선으로 정권을 탈환한 민진당은 친미 기조를 더 단단히 다졌다. 외교 기조를 넘어 대만의 민주주의, 기술 산업, 안보 전략 세 측면에서 친미를 선택하고 밀어붙였다. 그동안 미국에 구축해둔 네트워크가 힘을 발하면서 미 의회는 2018년 ‘대만 여행법(Taiwan Travel Act)’을 통과시켜 양측 고위급 인사의 상호 방문을 가능하게 했다. 수교에는 훨씬 못 미치지만, 대만 정권이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수준인 ‘외교 관계 절반의 복원’으로 평가받는다.
대만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디어 기업 ‘원견천하’를 이끄는 왕리싱 사장은 “대만 내 친미 네트워크도 적잖은 힘을 발휘하고 있다. 미국이 미래의 대만 리더를 미리 선발해 관계를 구축한 ‘아이젠하워 재단 장학생(Eisenhower Fellowships)’ 출신들이 대표적”이라고 했다. 이들은 미국을 방문해 주요 기관을 견학하고, 국무부 및 정책 연구소 인사들과 교류하며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습득하고 돌아왔다. 왕 사장은 “대만의 많은 유명 인사가 이 장학금을 거쳐 갔다. 대만엔 정치인·언론인·관료·기업인 등 분야를 막론하고 친미 엘리트 그룹이 존재하고 영향력도 상당하다”고 했다.
대만의 민진당 정권은 미국과의 ‘이데올로기 동맹’을 발판으로 경제 협력을 확장하고 있다. 정부가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첨단 기술 산업을 중심으로 미국과 전략적으로 공급망을 연계하는 방식이다.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TSMC를 비롯해 반도체 기업 미디어텍, 제조 회사 폭스콘 등 대만 주요 기업은 미·중 전략 경쟁의 핵심 고리로 부상했다. 미국의 반도체 회사 퀄컴·엔비디아 등도 미·중 디커플링(경제 분리)이 본격화한 2018년 이후 대만과 거래를 강화했다.
그래픽=백형선
과거 중국을 거쳐 연결되던 대만·미국 간 공급망이 ‘대만 직거래’ 방식으로 전환되며, 대만은 지정학적 가치를 경제적 카드로 탈바꿈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된다. 지난해 1분기 대만의 대미(對美) 수출은 관련 통계 집계 후 30년 만에 대중(對中, 홍콩 포함) 수출을 앞질렀다. 민주경제연합을 이끄는 라이 대표는 “반중·친미 구도를 확립하기 위해선 아직 나아갈 길이 멀다”며 “대만은 단지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더 나은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앞으로도 미국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해바라기 운동
2014년 대만 청년들이 주도한 반정부 시위. 당시 친중 성향 국민당 정권이 중국과 체결한 서비스무역협정(CSSTA)을 국회 심의 없이 통과시키려 하자, 대학생과 시민들이 국회를 점거하며 반대 시위를 벌였다. 시위 초기에 시민들이 시위대에 해바라기 꽃을 주며 응원한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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