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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방 이후 첫 추모회와 기념비1945년 10월 '발안 제암동 대학살사건을 회상하자!!'는 전단지가 수원지역에 뿌려졌다. 이 전단지는 제암리 학살사건 추도회를 개최한다는 내용의 광고였는데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암동 학살희생자 추도회(堤岩洞虐殺犧牲者追悼會) / 일시 : 10월 20일 오전 10시 / 장소 : 수원 향남면 제암동교회(水原 鄕南面 堤岩洞敎會堂) / 주최 : 향남면 인민위원회(鄕南面人民委員會) / 후원 : 수원청년동맹(水原靑年同盟)
해방 이후 제암리 학살 사건에 대한 지 대출금계산 역민들의 기억과 추모가 비로소 시작될 수 있었다. 그 첫 번째 공식적 행사는 수원청년동맹이 후원하고 향남면 인민위원회가 주최한 '제암동 학살 희생자 추도회'였다. 첫 추도회는 1945년 10월 20일 오전 10시 '수원 향남면 제암동 교회당'에서 거행됐다. 1949년 수원시와 화성군으로 분리되기 전 수원군이었을 때였다.
주부당일대출 주최측은 참가 희망자는 10월 19일까지 수원읍 인민위원회(水原邑人民委員會)로 연락하면 편리를 도모하겠다는 내용과 함께 희생자 추도금을 내도록 했다. 전단지는 '패잔 일본인을 철저히 배격하자!', '사사카(佐坂) 등 공범자?즉시 처형 요구!', '조선 완전 독립 만세!'라는 구호로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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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리 학살사건 추도회 알림 전단. 사진=박현철 역사자료수집가
첫 추모행사는 수원군 인민위원회(위원장 박승극)와 수원청년동맹(위원장 김종대) 등 수원군 단위에서 준비됐던 것이다. 그러나 행사 주최는 향남면 인민위원회 위원장 한계창(韓啓昌, 1913∼? 무직자대출가능한곳 ) 등 지역의 사회운동가들이 주도했다. 이는 해방 직후 사회적 분위기를 잘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일제강점기 비타협적으로 싸웠던 사회주의자들이 해방 직후 지역사회를 장악하고 주도하고 있었던 시대적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제암교회당에서 첫 추도회를 마치고 제암리·고주리 학살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위해 이들은 '3.1운동 제암동 희생자 건 카드모집인협회 비위원회(三一運動 堤岩洞犧牲者 建碑委員會)'를 결성하고 기념비 건립 운동을 펼쳤다. 이에 이듬해 1946년 4월, '삼일운동기념비(三一獨立運動紀念碑)'를 마을 입구에 세웠다.
비의 뒷면에는 박세영(朴世永, 1902~1989)의 시를 이주홍(李周洪, 1906~1987)이 글씨로 써 넣었다. 오산 출신 안준식이 주관한 어린이 잡지 '별나라'에서 활동했던 박세영은 이런 인연으로 수원사람들과 관계가 깊었다.
"비바람 지나간 지 스물여섯 해/ 두렁바위 들꽃엔 이슬이 방울방울/ 불에 타고 총칼에 쓰러진/ 임들의 한맺힌 넋이드뇨/ 조국을 찾으려한 장한 그 뜻/ 이제 겨레의 산 힘 되었기에/ 왜놈은 망하고 인민의 나라 섰으매/ 거친 밤 촉새되어 울던 노래 그치라."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탑. 한동민
박세영의 시 아래에는 '돌아간 분들'이라 해?희생자 29명의 이름이 빗돌에 새겨졌다. 기존의 다양한 기록에 비해 현지의 생존자들의 증언을 통해 작성된 명단이라는 점에서 가장 정확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안정옥, 안종린, 안종락, 안종엽, 안종환, 안종후, 안경순, 안무순, 안진순, 안봉순, 안무순, 안유순, 안필순, 안명순, 안관순, 안상용, 조경칠, 강태성, 강태성 부인 김씨, 홍원식, 홍원식 부인 김씨, 홍순진, 김정헌, 김덕용, 김흥렬, 김성렬, 김세열, 김주남, 김주업, 김흥복 등 29명의 이름이다. 실제 호적(제적부)의 이름과 달리 마을에서 불렸던 이름으로 기록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1950년 6.25전쟁은 인간의 존엄과 역사적 자부심을 일거에 부수며 남북과 좌우를 가르면서 모든 것을 파괴했다. 생활이 아닌 생존을 강요받는 삶 속에서 독립운동을 기리는 작업도 멈춰 버렸다.
그래서 전쟁의 상처가 아물어 가는 1959년이 돼서야 '3.1운동순국기념탑(三一運動殉國紀念塔)'이 제암리에 세워졌다. 글은 월탄 박종화(朴鍾和, 1901~1981)가 지었고, 글씨는 대통령 이승만(李承晩, 1875~1965)의 것이었다.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국가적 사업이었지만 기념비(기념탑)를 세우는 것이 전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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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필드 선교사의 제암리 방문 사진. 사진=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
◇3.1운동 관련 3대 유적지우리나라 중·고등학교 역사 교과서에는 3.1운동과 관련된 역사적 장소가 3곳이 등장한다. 서울 탑골공원과 천안의 아우내장터, 그리고 수원군(현 화성시) 제암리이다. 천안에 독립기념관이 건립될 수 있었던 역사적 근거와 명분도 유관순 열사의 아우내장터와 가까웠기 때문이다.
제암리는 3.1운동의 학살 현장이자 순국지로 기억되고 추모가 이뤄져 왔다. 예전에는 '제암리교회 학살사건'으로 널리 알려졌다. 이는 학살사건 며칠 뒤 찾아온 스코필드 선교사를 비롯한 많은 외국인들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1919년 4월 15일에 일어난 학살사건은 제암리 교회와 고주리 일가족 학살이 같은 날 연속적으로 일어났던 사건이었다. 이에 '제암리·고주리 학살 사건'이라 부르는 것이 올바른 것이다. 이로써 학살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1919년 4월 15일 제암리에서 학살당한 23명의 불탄 시신들은 신원 확인조차 못한 채 인근 도이리 공동묘지에 평토장으로 묻혔다. 그리고 유족들 상당수는 호구지책을 위해 고향을 떠나 살아야만 했다. 제암리·고주리 학살사건은 역사 속에 묻혀지는 상황이 됐다.
그리고 1982년 9월 유해발굴 작업이 이뤄져 제암리에 23인 묘역을 조성해 이장했다. 학살사건이 일어나고 60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이로써 다시금 제암리 학살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역사속에 다시금 되살아날 수 있었다. 이에 1997년 제암리 3.1운동유적지 정비사업이 계획돼 2001년 3월 제암리 3.1운동순국기념관이 건립 개관됐다. 이후 다시 20년이 지난 2024년 4월 15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으로 확대 개관해 운영되고 있다.
한편 고주리 일가족 6명도 일제에 의해 학살당해 짚가리 옆에다 걷어 모아 쌓아 놓고 불을 질렀다. 불탄 시신들을 한데 모아 팔탄면 덕우리 공동묘지에 안장했고, 고주리 6인 열사의 무덤 3기는 작년 2024년 대전 현충원으로 이장했다. 순국 105년 만의 일이다.
100년 전의 학살사건을 우리 후손들이 예우를 갖춰 온전하게 마무리 해드리지 못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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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암리 학살사건 희생자 묘역. 한동민
◇'국립 3.1혁명기념관'을 건립해야'3·1운동'을 '3·1혁명'으로 격상해 의미와 가치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제국'을 반대하고 '민국'을 건설한 혁명으로 대한민국 수립의 기초를 만들었고, 자유·민주·인권·평화의 보편적 가치를 담은 민주혁명의 출발점이었기 때문이다. 이후 자랑스러운 4·19혁명, 87년 민주화항쟁, 2000년대 촛불혁명을 만든 정치문화적 자산이 됐다. 그러나 '3·1혁명'을 기리는 독립적 국가기관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3·1운동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시키고, 기념관을 건립해 민주·인권·평화의 가치에 기반한 차세대 역사교육 거점을 조성하고 통일 이후 '남북한 공통의 역사 자산'을 공유하며 K컬처의 정신적 뿌리, 자랑스런 '대한민국 브랜드' 가치를 향유할 필요가 있다. 프랑스대혁명과 더불어 3.1혁명을 배우는 세계인들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동학농민혁명기념관(정읍), 국채보상운동기념관(대구)이 운영되고 있고, 천안의 독립기념관과 서울의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이 운영되고 있다. 이에 화성 제암리(순국항쟁지)에 '국립 3·1혁명기념관'?건립을?강력하게 요청하는 것이다.
한동민 화성시독립운동기념관장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기금을 지원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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