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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정 김성규(1863~1938)의 <초정집>에 이런 기록이 나온다. "1915년 10월 9일 백전회에서 대작한 시와, 경학원 강사 정봉현을 백전회 시문 고시관으로 초빙했다." 이 기록은 1915년 을묘년 이전에 이미 목포에 '목포백전회'라는 시회 조직이 활동하며 백일장 및 창화(唱和)를 열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김성규는 우리나라 초대 극작가이자 시인이며 소설가이기도 했던 김우진의 아버지로 무안감리를 지낸 분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소프라노 가수 윤심덕과 현해탄에 몸을 던져 정사(情死)의 대명사로 회자되었던 그 김우진의 부친이다. 창화는 시를 서로 주고받으며 낭송하거나 노래를 부르는 것이므로 오늘날의 시문학콘서트다. 바다이야기백경
시회(詩會)는 시인이나 시 애호가들이 시를 짓거나 시에 대하여 토론하고 감상하며 또 연구하기 위해 모인 모임이다. 이들을 가객(歌客)이라 하고 이들의 모임을 가단(歌壇)이라고 한다. 조선 후기에는 시조창이 크게 발달하면서 중인 서리층 출신의 가객들이 도시의 문학과 풍류를 주도했다. 각 지역의 가단이 향유하는 정자나 누각 등이 우후죽순 건립되기도 하였다. 가릴게임다빈치
(歌)는 노래라는 뜻이지만, 노래, 가곡, 가사, 심지어 악기의 이름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따라서 시회는 노래뿐 아니라 연주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신윤복의 그림에 나타난 시회 풍경에도 기생들을 포함한 다양한 활동들이 드러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들 활동을 총괄하는 의미가 시회(詩會)인 셈이다. 김성규는 조선 말기 무안감리, 무안항(목포항)재판소릴게임 종류
판사 등을 역임하며 목포지역 사회의 지식인층을 대표했다. 1887년 25세 때 광무국 주사를 시작으로 장성군수, 전라남도 양무감리, 무안감리 겸 무안항재판소 판사 등을 거쳐 강원도 순찰사를 역임한다. 1937년 아들 형제에 의해 발간된 '초정집'은 모두 12권이다. 김성규는 '목포백전회'를 조직하여 지역 문풍을 일으켰고, 유산시사의 창립을 주도하여 초대 증권투자잭팟
시사장을 맡기도 하였다. 유산시사는 훗날에 보인시사와 합병되어 목포시사로 발전하게 된다. 김성규는 목포시사 운영은 물론 유산정 건립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인물이다. 한편 무정 정만조는 진도 금갑도에 유배되었다가 1907년 해배되어 대한제국 말기의 관료를 역임한다. 정만조 유고집인 무정전고를 포함하여 목포시사에 보관된 유산정상량문, 유산정기 등의 편액과 문헌SKC&C 주식
이 확인되는 것으로 보아 목포 시사회의 주역으로 활동했던 것은 사실로 보인다. 하지만 목포 시사회의 본래 주역은 김성규였고 정만조는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했다고 봐야 한다. 1920년 유산시사가 창립된 이후 목포백전회에 대한 기술은 초정집에 나타나지 않는다. 따라서 목포시회를 말하기 위해서는 목포백전회로부터 보인시사와 합병한 목포시사로 내력을 정리할 수 있겠다. 어쨌든 이런 일련의 목포시사 활동은 1900년대 초반의 목포 문화 르네상스의 핵심이었다. 김성규를 중심으로 관료, 유학자, 상인 등이 참여한 지식인과 경제인들의 문화공동체였다. 특히 전통적 한시 문학의 틀 안에서 신문명, 신교육을 논의하기도 한 지식 교류의 장이기도 했다. 문제는 김성규의 열린 생각들, 목포시사를 이끌었던 한시 계열 문예 활동이 아들 김우진에 의해 무참하게 좌절되는 우여곡절을 겪는다는 점이다. 어디 김우진뿐이겠나. 근대를 한마디로 말하라면 '개인의 발견'이라고 하듯이, 용광로 같은 목포의 문예 공간에서 전통을 극복하고 개인과 주체를 내세우고자 했던 이른바 수많은 김우진들이 있지 않았겠나. 한편으로는 전통을 올곧게 잇고자 하고 한편으로는 전통을 철저하게 분해하여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고자 했던 이들 말이다. 장차 싸목싸목 파헤쳐보려 하지만 근대문학과 시회 즉 시와 콘서트의 풍경들이 전해주는 아우라가 생각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해둔다.
전통과 근대의 갈등, 김성규와 김우진 그리고 윤심덕
김성규의 시적 세계는 유교적 교양과 서정적 풍류의 조화를 보여준다. 시사 활동을 통해 목포문예 운동의 제도적 기초를 닦았고 기왕의 서남해 세력과 네트워크하면서 그 위상을 공고하게 하였다. 그의 아들 김우진(1897~1926)은 이러한 가풍 속에서 자라며 문학을 공부하고 향유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아버지가 이룩한 토양 위에서 근대적 예술정신으로 전환을 시도한다. 일본 유학을 통해 서구식 근대 연극론과 심리극의 영향을 받으며 아버지 세대의 한문 시단과 유교적 질서를 뛰어넘으려 한 것이다. 김성규의 시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풍류가 김우진의 근대극으로 변주되는 지점이다. 당초에 예비 되었던 전개는 전통과 근대의 이음매 역할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김우진의 근대문학은 부친의 한문 문학이 상징하는 공동체적 문예에서 개인의 발견이라는 근대적 예술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근대기를 고뇌하던 이들이 선택한 길이었고, 한국의 근대가 걸어온 길이기도 했다. 그는 부단히 근대 한국문학의 구조적 전환을 이루려 몸부림쳤다. 하지만 당대에 그 뜻을 이루진 못했다. 윤심덕과의 비극적 동반자살(1926)은 그 단절의 극단적 표현이었다. 김우진의 작품 '산돼지'나 '이영녀' 등을 보면 전통 도덕과 근대 자아의 충돌이라는 극단적 풍경들이 묘사된다. 김성규의 문풍과는 달리, 김우진은 근대적 개인의 고독과 예술의 절대성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김성규의 시회와는 다르게 김우진 시기의 목포 시회는 요정과 다방, 극장 등의 근대 감수성의 공간으로 전환된다. 나는 이태 전 목포 문학박람회 기초용역에 책임연구원을 맡아 연구하면서 목포 초기의 시회 내력에 대해 공부할 기회가 있었다. 어쩌면 서울보다 더 치열하고 다이내믹했던 근대문학의 진풍경이 목포에서 일어났던 내력을 공부하게 된 기회이기도 했다. 윤심덕이 1926년 오사카 닛코레코드에서 <사의 찬미>를 녹음했는데, 원곡은 루마니아 작곡가 이오시프 이바노비치의 왈츠곡으로 '다뉴브강의 물결'이란 곡이었다. 번안곡이기는 하지만 우리나라 최초의 유행가라고나 할까. 뒤이어 1935년에 이난영이 <목포의 눈물>을 불러 트로트의 시원을 목포에서 열게 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의 찬미> 가사는 윤심덕이 썼다고는 하지만 김우진의 영향이 없진 않았을 것이다. '이 세상에 미련 없이'라는 구절들을 보면 자유로운 개인으로서의 근대적 탈출 혹은 식민지 조선의 허무와 좌절 그리고 탈출 욕망을 보여준다. 당시 목포는 요정과 다방, 근대극장의 설립 등으로 이런 멜랑콜리한 감수성을 뒷받침하는 공간들이 우후죽순 늘어나는 추세였고 윤심덕의 염세주의적 노래는 급속하게 퍼져나갈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김우진과의 정사(情死)가 대서특필되며 폭발적인 소비를 이루게 되었던 것이다. 차차 정리하겠지만 일제강점기 목포의 시회는 이런 분위기에서 크게 탈출하지 못했던 것 같고, 해방 이후까지 맥락을 이어간 박화성을 비롯해 분단 이후에야 김지하, 김현 등 제2의 문학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다.
남도인문학팁
시월(詩月)의 마지막 밤, 이윤선 제2시집 토크 콘서트
목포에서 열리는 크고 작은 시문학 토크콘서트들은 목포백전회에서 목포시사로 이어진 김성규의 시회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김우진으로 이어지는 극복의 서사도 포함해서 말이다. 오는 10월 31일 이윤선 제2시집 '知非, 부끄러움을 아는 경계(고요아침 운문정신 079)' 출간 토크콘서트가 열린다. '시월의 마지막 밤'을 주제로 시와 음악, 남도의 정서를 나누는 문학 축제의 장으로 마련되니 창화의 방식 시회의 형식이다. 이윤선의 시집은 민속의 풍자와 해학, 남도 특유의 입말과 정서를 바탕으로 삶의 상처, 회복, 윤리적 경계를 탐구한 작품으로, 남녘의 백석을 연상케 하는 시 세계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행사는 이난영과 김시스터스 박물관이 주최하고 목포 화가의 집, (사)서남해안포럼, 목포문화연대 등이 후원한다.
이윤선 문화재청 문화재전문위원·전남도 문화재전문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