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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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관련 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주 쿠팡 최고경영진이 개인정보 유
바다신2 다운로드 출 사건과 관련, 국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집중적으로 비난을 샀다. 비판의 초점은 정보 유출이 아니라, 회사의 수뇌부가 한국어를 못한다는 사실에 맞춰졌다.
혹시 독자분들이 휴가를 다녀오느라 사안을 잘 모를까 봐, 해당 사건을 짚어 본다면 퇴직한 쿠팡 직원 한 명이 고객 3,370만 명의 전화번호와 배송 이력을 빼
바다이야기프로그램다운로드 돌리면서 요즘 논란이 시작됐다. 사실 그 데이터로 뭘 하려고 했는지는 하느님만이 알겠지만, 어쨌든 나쁜 일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그 문제의 규명은 상임위에서 국회의원들이 관심을 둔 목록에서 세 번째에 불과했다. 목록의 두 번째는 왜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인 김범석 대신, 신임 최고경영자 해럴드 로저스와 최고정보보안책임자(CISO) 브렛
모바일바다이야기 매티스가 출석했냐는 것이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청문회 이후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은 대한민국 국회에 대한 노골적인 무시”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말은 옳았다. 국회의원들에게 사실상 ‘엿 먹으라’는 제스처였기 때문이다. 다만 따지고 보면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국회를 무시하며 살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의원들의 머릿속을 가장 크게 지
바다이야기 배한 것은 영어 문제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박창진 대변인은 여야를 아우르는 분위기를 이렇게 요약했다. “오늘 청문회는 ‘한국어로 인사할 수 있다’, ‘의원님들이 무슨 질문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같은 말들로 채워졌습니다. 통역 뒤에 숨어 시간을 벌며 핵심을 피해 가려는 계산된 희극이었습니다.”
그는 또 “이는 시민들이 느끼는 분
한국릴게임 노를 조금도 누그러뜨리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혹시 이 말이 뭘 뜻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 국회 청문회가 사안을 규명하거나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열렸던 자리가 아니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청문회의 목적은 단지 ‘국민’의 분노를 달래는 데 있고, 그래서 의원들은 약간의 연기를 한다. 분노한 표정을 짓고 고함을 지른다.
문제는, 소리를 지르고 있는 상대가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국회의원들이 조금 우스워 보인다는 점이다. 거기에는 현실적 이유도 있었다. 국회 규정상 의원들에게 주어진 질의 시간은 7분뿐이다. 그중 절반이 통역으로 소모되면, 의원들은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야 하고, 증인들이 장황하게 말하지 않기를 바라야 한다.
그러나 이것조차 여야가 한목소리로 비판한 가장 깊은 이유는 아니었다. 진짜 목적은 시청자, 더 나아가 유권자들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데 있었다. 그렇다면 무엇으로부터 시선을 돌리려는 것일까?
생각해 보자. 한국은 세계 어디 한구석에 숨어 있는 나라가 아니다. 글로벌 무역의 주요 국가이며,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언어는 그렇지 않다(한국어를 쓰는 나라가 하나 더 있긴 하지만, 우리는 그 나라와 대화하지 않는다). 그 결과 한국인들은 모두 영어를 할 줄 안다. 영어교육은 유치원에서 시작되고 ? 사실 어떤 경우에는 엄마 뱃속부터 시작되며 ?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이면 원어민보다 영어를 더 잘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다. 수능 영어의 난이도만 봐도 알 수 있다. 연합뉴스TV의 원어민 기자 알렉스 젠슨이 최근 수능을 직접 치르고 80%대 중반 점수에 그친 영상도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의원들은 당시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공식 기록을 위해 질의는 한국어로 진행하지만, 먼 곳에서 오신 여러분께서는 편하게 영어로 답변하셔도 됩니다. 통역은 필요 없습니다.” 이 정도의 품격은 유권자들의 시각에서 볼 때 한국의 국제적 위상에 걸맞은 태도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 여기 작은 비밀이 하나 있는데 ? 의원들 스스로 영어를 그만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로저스가 미국식 억양으로 말하고, 매티스가 호주식 억양을 쓴다는 것을 알아차릴 실력도 아니었다. 그 장면을 지켜본 이들은 그 사실을 금방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국민을 대신해 분노한다’는 방식으로 우리를 속이듯 시선을 돌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궁지에 몰리면, 가장 도덕적으로 보이는 출구를 선택하는 법이다.
그 상황에서 예외는 있었다. 개혁신당 이준석이었다. 매티스에게 “G’day, mate”(호주식 표현)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그는 동료 의원들보다 앞선 실력을 보여줄 기회를 포착했으면서도, 겉으로는 그들과 같은 편인 척했다. 통역을 거치는 과정의 번거로워지자, 말을 끊고 “내가 통역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바로 거기에 우리의 다음 대통령 감이 있었다.
※이 칼럼의 시각은 필자 개인의 시각입니다. 코리아타임스 영문 칼럼 주소:
https://www.koreatimes.co.kr/opinion/columns/columnists/michaelbreen/20251225/lawmaker-anger-at-coupang-over-english-at-the-national-assembly
마이클 브린. 'The New Koreans'의 저자.
마이클 브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