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뜬구름' [열린책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황혼 무렵에는 항상 무수히 많은 작은 소리가 울려 무척이나 소란스럽고 불안했다. 이 모든 것의 뒤에 거대하고 저항할 수 없는 파멸이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매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작가이자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찬쉐의 중편소설 '오래된 뜬구름'(열린책들)이 번역 출간됐다.
찬쉐는 중국 아방가르드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녹다 남은 눈'을 뜻하는 필명 찬쉐(殘雪)는 '녹지 않고 남은 더러운 눈'과 '
바다이야기고래출현 높은 산꼭대기의 순순한 눈'을 동시에 상징한다.
'오래된 뜬구름'은 찬쉐의 초기작으로 그만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만든 초석으로 평가받는다.
1986년 출간된 이 소설은 찬쉐의 작품 가운데 가장 실험적이고 난해한 작품으로 꼽힌다.
소설은 이웃에 사는 겅산우-무란, 라오쾅·쉬루화, 두 부부를 중심으로 그로테스
릴박스 크한 분위기 속 뒤틀린 형상을 예리하게 포착해낸다.
두 부부가 살고 있는 집 앞에는 닥나무 한 그루가 우뚝 솟아 있고, 나무에는 커다랗고 하얀 꽃이 한가득 피었다.
땅에 떨어진 꽃들을 겅산우가 짓밟고, 이 모습을 이웃집 여자 쉬루화가 창살 사이로 지켜보는 것으로 소설은 시작한다.
"밤비를 맞아 떨어진
릴게임뜻 꽃들은 여전히 탐욕스럽고 생기가 넘치는 모습이었다. 있는 힘을 다해 땅 위의 빗물을 빨아들였는지 한 송이 한 송이가 전부 똑바로 서 있었다. 그는 화가 나서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작은 꽃 한송이를 밟아 버리고 발끝으로 땅바닥 위에 얕은 구멍을 만들었다. 진흙이 꽃들을 집어삼켰다."
소설 속 인물들은 심각한 염탐 욕구를 앓고 있다
릴게임한국 .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면서도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지는 않은지 불안에 떤다. 찬쉐가 그려낸 세상에는 증오와 원망, 허무와 단절뿐이다.
이는 어린 시절 작가와 그 가족들이 겪었던 문화대혁명에 대한 은유로도 읽힌다. 극단적 감시와 비이성의 시대는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
소설을 옮긴 김태
골드몽사이트 성 번역가는 "찬쉐의 초기 작품에서는 후기 작품과 달리 인성의 따스함과 아름다움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며 "작가는 부부와 이웃, 부자와 모녀, 정부, 직장 동료와 친구 등 우리의 일상을 구성하는 다양한 인간관계를 통해 거대하면서도 보편적인 악을 부각시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의 일상은 절대로 평온하거나 안전하지 않다. 이미 질투와 원한, 의심과 분노, 냉담과 억압의 그물에 빠져있기 때문"이라며 "이것이 인간의 조건"이라고 짚었다.
추악한 인간의 본성과 삶의 부조리를 녹여 낸 수작으로 '시적 언어로 쓴 지구 종말의 풍경화'라 할만하다.
19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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