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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연동의 한 골목길에서 노형지구대 김경태 순경이 외국인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있다. ⓒ제주의소리


"경찰입니다. 여권이나 외국인등록증 보여주시겠어요?"
지난 14일 오후 3시께 제주시 연동의 한?골목길. 순찰차가 좁은 길목을 천천히 지나가던 순간, 앞치마를 멘 외국인 여성 A씨가 쓰레기봉투를 담은 카트를 끌며 모습을 드러냈다. 이를 유심히 지켜보던 노형지구대 김현웅 경위와 김경태 순경은 차에서 내려 A씨에게 다가갔다.
A씨는 잠시 당황했 황금성오락실 지만 휴대전화에 저장된 외국인등록증 사진을 내밀었다. 김 순경이 PDA(휴대용 정보 단말기)로 체류 정보를 조회하자, 그는 단기 체류 자격을 가진 중국 국적 20대였다. 확인을 마친 경찰은 "협조 감사하다"고 인사하며 다시 순찰차에 올랐다.
순찰차는 이어 중국어 간판이 빽빽한 식료품점과 오래된 빌라, 작은 음식점들이 뒤섞인 외국인 밀집 지 바다이야기고래 역을 천천히 돌았다. 몇 분 지나지 않아 상·하의 모두 검은 옷차림의 외국인 남성 B씨가 눈에 들어왔다.
순찰차가 다가가자 그는 갓길 차량 뒤로 몸을 숨겼다. 김 순경은 다시 차에서 내려 신분증을 요구했고, 조회 결과 그는 제주에서 베트남 식당을 운영하는 합법 체류자였다.

이날 단속 현장에서는 이런 릴게임갓 '확인→탑승→재확인'의 과정이 끊임없이 반복됐다. 그만큼 신분 확인이 필요한 외국인이 많고, 그중 상당수가 미등록 상태로 숨어 지내기 때문이다.




중국어 간판이 즐비한 제주시 연동의 한 골목을 순찰하고 있는 김현웅 경위. ⓒ제주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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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과에서 오랜 경험을 쌓아 '단속 전문팀'으로 불리는 두 경찰은 "지나치게 경계하거나, 눈이 마주친 순간 갑자기 방향을 틀면 열에 아홉은 무등록 외국인"이라고 설명했다.
단속되는 국적은 중국이 가장 많지만, 필리핀·인도네시아 출신도 있다. 연령대는 대체로 30~50대, 성별은 남성이 8할을 차지한다고 바다이야기예시 한다.
단속은 거주환경에도 영향을 미쳤다. 연동의 한 빌라는 "10개 호실이 전부 빠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등록 외국인 세입자가 한꺼번에 이탈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단속 중 위험한 상황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김경태 순경은 "10명 중 3~4명은 잡히면 추방될 게 뻔하니까 무조건 도망부터 간다"고 했다.
김경태 순경은 "한 번은 풀숲으로 뛰어든 외국인을 뒤쫓다가 바로 옆이 낭떠러지라 떨어질 뻔한 적도 있다"며 "흉기를 든 경우는 없지만 몸싸움은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무등록 외국인임이 확인되면 신병을 안전하게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단속 과정에서 드러나는 사연은 다양하다. 김현웅 경위는 무려 8년간 제주에서 무등록으로 생활한 중국인 사례를 잊지 못한다.
김현웅 경위는 "고향에서는 월 40만원 정도 버는데 한국에서는 못해도 200만원은 벌 수 있어 가족들이 계속 남아 있으라고 했다고 한다"며 "단속된 뒤 '이제야 집에 갈 수 있게 됐다'며 오히려 고맙다고 한 중국인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미등록 신분을 악용하는 고용주에게 월급을 떼인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PDA로 조회한 미등록 외국인 체류 정보. ⓒ제주의소리


제주경찰청은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외국인범죄특별치안 활동을 벌였고, 관광객이 많은 번화가를 중심으로 가시적 순찰과 단속을 강화했다.
그중 노형지구대는 10월 말까지 총 171명의 무등록 외국인을 단속했다. 특히 관광 성수기였던 7~9월 석 달 동안에만 120명을 적발했다. 연동 관할에서만 하루 한 명 이상 단속된 셈이다.
집중 단속 이후 거리에서 보이던 무등록 외국인은 눈에 띄게 줄었다는 게 현장의 체감이다. 김현웅 경위는 "전부 사라진 건 아니지만 경찰이 보이면 범죄 예방 효과는 확실히 크다"고 말했다.

단속을 바라보는 지역 외국인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이날 만난 40대 중국 국적의 식당 점주는 "처음에는 왜 이렇게 단속이 많지 싶었지만, 안전을 위한 거라면 이해는 한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제주시 연동의 한 골목에 순찰차를 세워 거점 순찰하고 있는 김현웅 경위(사진 오른쪽)와 김경태 순경. ⓒ제주의소리


한편, 제주 무사증 미등록 외국인은?코로나19 이후 다시 증가세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 9972명 ▲2022년 8569명으로 잠시 줄었다가 ▲2023년 1만826명 ▲2024년 1만1426명 ▲올해 8월 기준 1만738명으로 다시 증가했다. 최근 몇 년간 제주에 상주하는 미등록 외국인은 꾸준히 1만명 내외라는 의미다.
이날 두 경찰은 골목 순찰을 마친 뒤 주요 사거리에 순찰차를 세워 거점 순찰을 이어갔다.? 눈에 잘 띄는 순찰?자체가 큰 예방 효과를 갖는다는 설명이다.
김현웅 경위는 "단속은 검거보다도 범죄를 예방하고 안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더 큰 목적이 있다"며 "앞으로도 제주를 찾는 누구든?'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도록 현장을?지키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