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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전 설악산 산행을 다녀오는 길, 고속버스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의 추천으로 강원도 산촌에 땅을 샀다. 퇴직 후 귀촌할 요량이었다. 5년 전 귀촌했으나 모든 것은 생각대로 되지 않았다. 우울증이 올 만큼 산촌에서 살기는 쉽지 않았으나 지금은 하루하루가 만족스럽다.


5년 전 귀촌했다. 정년퇴직 후 강원도에 자리를 잡았다. 몇 십 년을 사무실에서 컴퓨터나 두드리고,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일을 하다가, 강원도 골짜기로 내려와 터를 잡자 당황스러운 게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장마가 덮친 여름에는 온종일 숲으로 둘러싸인 집안에서 야마토게임예시 의도하지 않은 수행을 하는 꼴이 되었다. 겨울은 더 심했다. 눈이 50~60cm까지 쌓이면 농막이 불교 선방이나 마찬가지였다. 다 때려치우고 도시로 돌아가고 싶었다. 오죽하면 우울증까지 생겼다.
이듬해 봄부터 흔들리는 마음이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뭐든 경작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곡괭이를 들고 묵정밭으로 나갔다. 땅을 일구기 시작했다. 릴게임하는법 곡괭이 쇳날이 돌에 부딪치는 소리가 메아리로 돌아오고, 잎눈과 꽃눈을 내기 시작하는 숲에 초목을 바라보며 허리를 펴다 보면 아주 조금씩 마음이 편안해졌다.
일이 지루하다 싶으면 돌아가신 아버지가 부르던 노래를 흥얼거리기도 했다. 지난 시절의 경험과 인간관계를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봤다.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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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은 오래도록 방치된 탓에 농사를 짓기가 어려웠다. 밭이지만, 밭이 아니었다. 돌밭을 일구는 것부터 시작했다.


땅 파다가 힘들면 곡괭이를 내려놨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가 관념을 얽는 것이 지루하거나 끊어지면, 다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시 곡괭이를 잡았다. 때 되면 밥하고 국을 끓이고, 멀리 가고 싶으면 자전거로 도로를 달렸다. 그렇게 하루가 가고 일주일이 지나자 일군 밭은 점점 넓어졌다. 이런 일과를 하루도 거르지 않으니 4월이 되면서 300평 넘는 밭이 만들어졌다.
트랙터나 기계의 도움 없이 순전히 곡괭이와 철장鐵杖으로만 만든 밭이었다. 잘 다듬어진 밭을 보고 나도 사이다쿨바다이야기게임 놀랐다. 그 사이에 매화는 피고 지고, 습지에 둑버들과 밭 가장자리에 도화가 만개했다. 어느새 벚꽃이 땅을 뒤덮기 시작했다. 계절은 분침과 시침이 조화롭게 돌아가듯 낮 길이를 조금씩 늘리더니 하지에 이르러 절정이 되었다. 일은 아침 일찍부터 저녁까지 온종일 하는 것보다 조금씩, 그러나 매일 하는 게 몸과 마음에 좋다는 걸 알았다.
"우리 마을 반장을 좀 해주시오."
마을 어르신들의 요청으로 뜻하지 않게 반장도 2년을 했다. 공무라면 공무인 반장 일을 하다 보니 마을에 누가 사는지 속속들이 알게 되었다. 이장을 도와 마을 소식지까지 만들면서 정신없이 2년을 보냈다. 면과 농협을 왔다 갔다 하다 보니 주민들이 뭐가 필요하고, 나라에서, 지자체에서 시골 분들에게 어떤 혜택을 주는지도 배웠다.



혼자만의 땀으로 묵정밭을 일군 모습.


더불어 귀동냥을 통해 농작물은 언제 심고 어떻게 가꾸는지 배우게 되니 자연스럽게 농사가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경사가 누그러지는 언덕을 오르는 기분이었다.
집에서 가축을 키우지 않으니 퇴비로 가축분을 얻는 게 힘들었다. 작년 가을에 작정하고 숲에 쌓인 낙엽을 발효해 거름으로 쓰기로 했다.
땅바닥에 비닐을 깔고 매일 아침 주변 숲에서 낙엽을 긁어모아 쌓았다. 쌓은 낙엽 위에는 효소와 오줌, 물을 뿌려 숙성했다. 이듬해 봄이 되니 이렇게 만든 퇴비는 원래 4분의 1로 줄었다.
"이런 박토에서 고추가 많이 달린 까닭이 뭐요?"
"거름 때문인 것 같습니다."
같은 밴드에서 활동 중인 분들이 우리 집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나는 시골에서 음악 연주 밴드 활동을 취미로 하고 있다. 노지에 심은 고추가 엄청나게 많은 열매를 매달고 있는 게 신기했는지 계속 질문했다. 고추 품종은 뭐고, 거름은 뭘 줬으며 농약은 몇 번이나 쳤는지 등이었다.



작물을 파종하기 전 비닐 멀칭 작업. 산골에서는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짐승들이 많다. 따라서 작물을 선택할 때도 야생동물 피해가 적은 걸 선택해야 한다. 대표적인 작물이 고추나 들깨다. 고구마나 옥수수 같은 작물은 십중팔구 피해를 본다.


생각해 보면 낙엽으로 만든 퇴비를 내고 그 위에 고추를 파종한 게 이유라면 이유였다. 고추 묘 이식 초기에는 몸살이 심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썩힌 낙엽이 있는 곳에 뿌리가 닿자 마치 환자가 소생하듯 건강하게 자라기 시작했다.
방황하는 청춘 같은 여름이 지나고
여름이 더워서 싫다는 사람도 있지만, 더워야 농작물이 잘 자란다. 고추도 마찬가지다. 덥고 습해야 열매가 붉은색으로 변하는 속도가 빠르다. 하지만 절기가 바뀌고 건조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익는 속도가 느려지고 생육도 더뎌지다가 결국 멈춘다.
반대인 작물도 있다. 배추나 들깨는 해가 짧아지고 찬바람이 나기 시작해야 건강하고 빠르게 자란다. 여름내 잦은 비로 탁하던 계곡물도 수량이 일정해지면서 맑아진다. 비바람이 칠 때마다 방황하는 청춘처럼 요란하게 몸부림치던 숲도 가을이 다가오면서 새로 난 가지는 단단해지고 잎은 두껍고 무거워져 센 바람에도 먼 바다에서 온 파도처럼 완만하게 일렁인다.



산골의 겨울 풍경. 산골에서 겨울을 나는 게 쉽지 않다.


여름은 풀과의 줄다리기다. 귀촌해서 농사를 짓는 사람들은 누구나 공감한다. 그리고 피해 갈 수 없는 게임이다. 텃밭 정도의 크기라면 호미나 다른 간편한 농기구로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300평이 넘어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물론 호미나 농기구로도 풀을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다 뽑고 나면 처음 시작한 곳의 풀이 한 뼘 이상 자라 있다. 밭뿐 아니라 마당이나 길가의 풀도 마찬가지다. 7~8월 잡초는 마치 100일 지난 아이가 자라듯 하루가 다르다. 그러니 적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예초기를 짊어지고 나가야 한다.
대개 두 가지 방법으로 잡초와 맞서는데, 첫 번째는 밭을 고르고 거름을 낸 후 작물을 심을 자리에 아예 검정 비닐을 덮는, 소위 비닐 멀칭을 통해 잡초가 올라오는 걸 근원적으로 차단한다.
그 다음은 비닐 멀칭 대신 작물 사이사이에 때맞추어 제초제를 뿌리는 방법이 있다. 어느 것도 환경론자들의 담론에서 피해 가기 힘든 토양 훼손 행위이다. 그러나 오늘날 농촌에서 이 방법을 쓰지 않고서는 결과물을 얻기 힘들다.



산골의 봄 풍경. 봄이면 농사 준비로 할 일이 많아진다. 하루도 쉴 날이 없다.


올해 1,000평이 넘는 땅에 고추와 콩을 심었다. 내가 어렸을 적만 하더라도 밭농사보다는 논농사가 더 번거롭고 힘들었다. 주곡인 쌀을 생산하기 위해서 쏟는 농민들의 수고로움은 이루 말하기 힘들었다.
가장 먼저 모판을 만들고 볍씨를 뿌려 어린 모를 키웠다. 모를 심기 위해서 쟁기로 논을 갈아엎고 물을 댄 후 단단하게 두렁을 개수했다. 이것이 끝나면 써레질을 해서 논을 판판하게 골랐다. 이렇게 고른 논에 모판에서 기른 모를 심었다.
모내기가 끝나도 할 일은 끝이 없다. 비료가 부족했던 시절에는 소나 돼지를 기르면서 나오는 거름, 소위 말해서 두엄을 주로 사용했다. 소가 없는 사람들은 우분 대신 산에서 갈(떡갈나무잎)을 꺾어다가 거름으로 썼다. 제초제가 없기에 풀이 나면 사람들이 호미로 김을 맸다. 최종적으로 추수가 끝날 때까지 논농사는 온 가족이 들러붙어 쉬지 않고 돌보고 관리해야 일 년 먹을 양식인 쌀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논농사가 가장 쉬운 농사가 되었다. 모내기부터 수확까지, 심지어 농약을 주거나 비료를 뿌리는 일까지 기계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농부는 물에 발 한 번 담그지 않고 트랙터나 드론, 그리고 콤바인 같은 농기계로 논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니 지금은 사람 손이 많이 가는 밭농사가 훨씬 힘들다.



고추를 수확한다. 농약 뿌려 키운 것이다. 농약을 주지 않으면 벌레에 의해 피해가 많아져 수확이 어렵다. 요즘 농약은 친환경이 많아 뿌려도 3일이 지나면 효력이 없어진다.


감자 풍년이나, 너무 헐값
한번은 마트에 진열된 감자 가격을 보고 놀란 적이 있었다. 집으로 돌아와 감자를 파종하기로 마음먹었다. 심을 자리는 작년까지 여러 번 고추를 심었던 밭을 선택했다. 보통 '해거리'라고 해서 한 장소에 한 작물을 여러 번 파종하면 지력이 쇠진해 병에 잘 걸리고 수확량도 줄어든다.
3년 동안 고추를 심었던 자리에 올해는 고추 대신 감자를 심기로 했다. 감자 종자협회에서 배분하는 수미 씨감자 25kg을 사서 심었다. 지난봄 적당한 가뭄과 알맞은 비가 감자 생육에는 최적의 조건이었는지 280kg 가까이 수확했다.
먹을 만큼만 심는다고 했던 감자 수확량이 너무 많았다. 감자는 특성상 저온에서 습도와 온도를 맞추어 보관해야 한다. 잘못해서 습기가 차면 금방 썩는다. 감자 하나가 썩으면 옆에도 바로 영향을 줘 순식간에 전체가 썩는다. 그래서 감자 재배 농가들은 캔 감자를 판매망을 통해 즉시 판다. 내가 먹을 40kg만 남기고 나머지는 처분해야 하는데 그것도 만만치 않았다. 더군다나 올해는 감자가 대풍이라 값이 너무 헐했다.
별수 없이 원하는 지인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아름아름 팔기는 했는데, 정말이지 헛웃음만 나왔다. 감자 10kg을 1만 원씩 팔고 난 후 박스비와 택배비 빼니 손에 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래도 내 손으로 농사지은 감자를 다른 사람들과 나눠 먹는다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았다. 귀촌 후 새로운 일터라고 할 수 있는 흙과 더불어 사는 것은 내게는 큰 행운이었다. 살아온 날들 전체를 놓고 행복지수를 매긴다면 귀촌해서 지금까지가 가장 높다.
현직에서 은퇴한 후 어디에서 어떻게 사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도시에 거주하든, 귀촌해서 농촌에 거주하든 각자의 취향이다. 더 나은 곳은 없다. 최종 목표인 행복을 얻을 수 있다면 그곳이 정착지이다. 처음 농촌에 내려와 부딪힌 정신적 육체적인 걸림돌은 상상외로 많았다. 이때마다 만약 내가 도시 생활을 하고 있다면 한순간 한순간을 어떤 방식으로 지내고 있을까, 상상하고 결과를 유추하는 것으로 극복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다. 친구와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며 담론을 펼치거나, 기회가 되면 여행도 떠날 것이다. 건강을 위해 헬스장에 가거나 동호회에서 자전거도 즐길 것이다. 문화적 감각과 코드를 유지하기 위해 유명인의 강연회에 나가거나 음악회에 참석해 식견을 넓히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 와서 자리에 눕는다. 호흡을 가다듬고 오늘 한 말과 행동과 금전적 지출과 나도 모르게 나온 실수들을 정신의 거울에 반영해 본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는 없으나 이런 활동으로 얻은 이득도 있으나 손실도 있다. 한정된 육체적 정신적 공간에 너무 많은 걸 넣으려는 시도는 아이러니하게도 육체와 정신이 이익보다는 손상을 입는 일도 있다.
관계의 그물에서 빠져나오다
농촌이나 산골짜기로 오면 잃는 것부터 경험하게 된다. 가깝게 지내던 친구나 활동하던 커뮤니티에서 멀어진다. 문화 활동도, 강연회도, 여행도 뜸해지거나 아예 접어야 한다. 외로움과 고독함은 큰 허들이다. 친숙했던 높은 건물도 거리도 없고, 인파도 없다. 물론 외모를 가꾸거나 말쑥한 옷차림도 포기해야 한다.
그렇게 최소한 1년 이상을 참고 견디면 조금씩 얻는 게 있다. 글을 쓰거나 사색하는 시간이 길어지며 고독함이나 외로움은 스스로 만든 것임을 깨닫는다. 육체적 일을 하는 시간이 일과가 되기 시작한다. 관계의 그물에서 완전히 빠져나올 수 있다.
필요에 따라서 지역에서의 커뮤니티와 관계를 맺더라도 불가원불가근不可遠不可近, 즉 멀리도 가까이도 하지 않을 수 있다. 건강도 얻는 것에 포함된다. 퇴직 후 산골에서 적당한 육체노동에 집중했고, 얽매였던 관계의 울타리에서 빠져나왔다. 지금 내 몸과 정신은 건강하다.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