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김하늬 미국 통신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집권 2기 출범 1년도 채 되지 않아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다. 민생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선거에서는 잇따라 패배하며 정치적 상징이 하나씩 무너지고 있다. 한때 트럼프를 떠받치던 공화당 내부와 군·안보 관료 집단, 심지어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까지 미묘한 균열이 감지된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됐지만, 과거처럼 모두가 그의 눈치를 보지는 않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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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2월2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위치한 자신의 마러라고 사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연합


"마이애미 시장 선거 결과가 상징적"
미국 주요 언론은 최근 트럼프를 두고 "권력의 정점에서 릴게임가입머니 내려오고 있다"(파이낸셜타임스), "정치적 감각을 잃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조기 레임덕 징후가 이미 나타나고 있다"(폴리티코)고 평가한다. 트럼프가 다시 권력을 잡았음에도 그를 둘러싼 정치적 환경은 1기 집권기나 선거 국면과는 확연히 달라졌다는 분석이다.
이번 위기의 출발점으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사건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시장 선 백경게임랜드 거다. 민주당 후보가 공화당 후보를 19%포인트 차로 압도한 이 선거는 단순한 지방선거 이상의 의미를 가졌다. 마이애미는 트럼프의 사저 마러라고 인근의 상징적 공간이며, 공화당이 수십 년간 장악해온 지역이다.
외신들은 공통적으로 마이애미 선거를 "트럼프 정치 브랜드의 균열이 처음으로 뚜렷하게 드러난 사건"으로 해석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야마토게임연타 선거 결과를 두고 "트럼프의 정치적 권력 중심지가 그에게 경고를 보냈다"고 분석했다. 영국 가디언은 "이는 단순한 반(反)트럼프 정서가 아니라 정치 지형의 '지각변동'"이라고 평가했다.
문제는 이 패배가 단발성 사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같은 날 조지아주 주 하원의원 보궐선거에서도 공화당은 패했다. 뉴욕시장 선거, 뉴저지·버지니아 주지사 선 알라딘게임 거까지 포함하면 최근 주요 선거에서 트럼프 진영은 끊임없이 지고 있다. 이는 새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공화당에 치명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이 같은 선거 패배는 공화당 내부의 분위기도 바꾸고 있다. 언론들은 최근 공화당 의원들 사이에서 "트럼프식 메시지가 더 이상 확장성을 갖지 못한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교외 지역과 중도층에서 트럼프의 강경한 언사가 오히려 표를 잃게 만든다는 판단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공화당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전략과 정책 추진 방향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부 공화당 중진 의원이 "공식적으로 대통령에게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 수는 없지만, 다가오는 선거와 당의 미래를 위해 정책 방향을 조정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취지를 전했다고 밝혔다.
인디애나주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선거구 조정안이 같은 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로 무산된 사건은 이러한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공화당을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지만, 당 전체를 예전처럼 절대적으로 장악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화당이 트럼프 개인의 정치 브랜드와는 일정한 거리를 두며 독자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화당이 트럼프와 '운명 공동체'로 묶여 있던 시기가 지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정치적 입지를 흔드는 가장 큰 요인은 여전히 경제다. 최근 AP통신과 시카고대 NORC 조사에 따르면 트럼프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36%로 집권 2기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경제 정책 지지율은 31%에 불과해, 이민이나 외교·무역 정책보다도 낮았다. 이는 트럼프에게 치명적이다. 그는 선거 기간 내내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후보'임을 자임해 왔다. 그러나 실제 유권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다르다. 식료품 가격은 여전히 높고, 임대료와 의료비 부담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바마케어 보조금 연장 법안이 좌절되면서 수천만 명의 의료비 부담이 급증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AP통신은 미국 국민이 경제를 바라보는 기준이 거시지표보다 생활비·물가 등 체감 지표에 더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인의 경제 인식과 공식 통계 사이의 괴리에 주목했다. 이 매체는 "미국 경제에 대한 사람들의 느낌은 트럼프 재집권 이후 통계 지표와는 달리 크게 엇갈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더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 진영 내부에서도 이탈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NBC뉴스가 최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자신을 '마가 공화당원'이라고 밝힌 응답자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매우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70%로 나타났다. 이는 2025년 4월 조사 때 기록된 78%에서 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더힐은 이를 두고 "마가 진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장악력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2025년 4월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시간주 워런에 있는 매콤 커뮤니티 칼리지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을 가리키고 있다. ⓒUPI 연합


군과 안보 관료 집단에서도 변화 조짐
최근 마가 진영은 트럼프 대통령과 친분이 있었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수사 기록 공개 문제를 둘러싸고 내부적으로 분열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마가 진영을 대표해온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조지아)이 트럼프 대통령과 결별을 선언하고 정계 은퇴를 밝힌 점은 상징적인 장면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변화는 군과 안보 관료 집단의 태도다. 뉴욕타임스와 AFP통신은 최근 국방·안보 라인에서 트럼프의 발언과 정책에 대해 공개적 비판은 아니더라도 '불편한 침묵'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재를 둘러싼 발언, 나토 동맹에 대한 압박, 주한미군·주일미군 관련 언급 등은 군 내부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군 고위 인사는 AFP에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동맹과 현장 지휘관에게 어떤 신호를 주는지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새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리더십'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12월17일(현지시간) 백악관 대국민 연설을 통해 국면 전환에 나섰다. 그는 연설에서 "바이든 행정부로부터 물려받은 엉망인 나라를 11개월 만에 바로잡았다"며 지난 1년간의 성과를 강조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군인 145만 명에게 1776달러(약 230만원)의 '전사 배당금'을 지급하고, 오는 봄에 역대 최대 규모의 세금 환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문제는 공화당이 더 이상 '트럼프 효과'를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한때 '선거의 왕'으로 불렸던 트럼프는 이제 공화당의 '선거 리스크'가 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폴리티코는 "트럼프의 문제는 반대편이 강해서가 아니라, 지지층 외연을 넓히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고 분석했다. 선거는 점점 가까워지고, 민심은 냉정하다. 트럼프가 다시 국면을 뒤집을 수 있을지, 아니면 '사면초가'가 현실이 될지 시간은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