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지고 보면 세계적으로 싸움 실력을 가장 인정받는 ‘부산 사나이’는 UFC 파이터 강경호선수다. 그는 부산 토박이이고, 깔끔한 격투기 실력으로 옥타곤(팔각형 링)에서 ‘미스터 퍼펙트’로 불렸다. 올해 강경호 선수는 만 12년의 UFC 생활을 끝내고, 최근 부산 수영교차로 인근에서 MMA(종합격투기) 체육관을 열고 관장으로 돌아왔다.
“치열한 경쟁에서 빠져 나온다는 기분에 홀가분했습니다. 그런데 요즘 다시 몸이 근질근질하네요.”
강 관장이 UFC를 떠나며 홀가분할 수 있었던 건 이미 그곳에서 많은 것을 이뤘기 때문일 것이다. 올
1월 UFC 계약을 종료할 당시 그의 기록은 14전 8승 5패 1무. 진입도, 생존도 어려운 UFC 무대에선 경이로운 기록이다. 김동현 선수에 이어 한국인 파이터 중 역대 2위의 최다 경기, 최다승이었다.
그럼에도 강 관장은 “UFC를 떠났다고 완전히 은퇴한 건 아니다. 지금도 스파링하고 몸을 만들고 있다”며 “기회가 되면 링 위에 오를
수 있다”고 밝혔다. 여전히 그의 파이터 본능은 식지 않고 있다.
강 관장의 파이터 재능은 늦은 나이에 우연히 발견됐다. 영도에서 태어나 2006년 동의대학교 신입생이 된 강 관장은 주짓수를 배우고 싶은 마음으로 가까운 체육관에 등록했다. 그곳이 지금은 한국 MMA 명가로 성장한, 서구 팀매드 본관이었다. 강 관장은 “3주 주짓수랑 킥복싱
을 배웠는데 시합을 나가라고 해서 출전했고 우승했다. 한 달 뒤에 또 시합에서 우승했다”며 “아마추어 선수로 TV 격투기 프로그램에 나가고 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이 시작됐다”고 회상했다. 그전까지는 격투기 선수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국내에서 입지를 다진 파이터 강경호는 2013년 3월 UFC 데뷔전을 치렀다. 마지막 경
기는 지난해 6월이었다. 12년 동안 그는 주짓수부터 타격까지 다양하면서도 완성도 높은 기술을 보여줬다. ‘천재 파이터’ ‘미스터 퍼펙트’ 외에도 선명한 이목구비 덕에 ‘미남 파이터’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강 관장은 “미남 파이터는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라고 속내를 털어났다.
절제된 생활을 할 수 있었던 ‘자기 컨트롤’도 큰 장점이다.
30대 중후반이라는 노장의 나이에도 옥타곤에 설 수 있었던 건, 철저한 체력 관리와 꾸준한 기술 개발이 있어 가능했다. 추문에 휩싸인 적도 없고, 늘 밝고 유쾌한 모습을 보였다. 강 관장은 “술, 담배는 전혀 하지 않는다”며 “일찍 자고, 운동하고, 집과 체육관만 오가며 생활했으니 사고 칠 일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실한 파이터인 만큼, 지도자이자 체육관 관장의 역할도 빠르게 적응할 것 같다. 강 관장은 “체육관을 연 지 6개월 정도 됐는데, 최근에도 지도하는 선수 2명이 시합에 나가 둘 다 KO로 이겼다”며 “잘하는 분야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게 재밌고, 뿌듯하다”고 말했다.
사실 강 관장의 인지도라면 더 많은 관원을 모을 수 있는 서울에서 체육관을 열 법도 했지만, 그는 부산을 지켰다. 강 관장은 “마음속에 토박이로서 부산을 대표해 싸운다는 자부심이 있었다”며 “UFC에서도 국적과 출신 도시가 함께 소개되기도 하는데, MMA가 부산을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부산 사랑을 표현했다.
이어 그는 “부산은 MMA 성지이고, 선수들이 실력을 쌓으러 찾아오는 도시”라며 “내년 아시안게임에도 MMA가 정식종목이 됐는데, 부산에서 MMA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기를 기대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