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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오늘 정민경 기자]
▲2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임아영 경향신문 노동 담당 기자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정민경 기자.
“여성들이 밖으로 나온 만큼 남성들이 집 안으로 들어올수록 남성들도 더 행복해진다고 믿는다.”
임아영 경향신문 기자가 남편 황경상 경향신문 기자와 2020년 함께 쓴 책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의 저자 소개릴게임종류
중 일부다. 황경상 기자도 “육아휴직을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보다 훨씬 좁은 시야로 세상을 봤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사회 변화에 대한 바람을 썼다. 5년이 지난 2025년 상반기 전체 육아휴직자 가운데 남성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36.4%로 집계됐다. 해당 비율은 2017년 13.4%에서 2019년 21.2%, 2023년 28.9%로 오름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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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변화를 어떻게 봐야 할까. 지난 24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에서 임아영 기자를 만났다. 현재 노동 담당 기자인 임 기자는 두 아이의 엄마이며, 책 '아빠가 육아휴직을 결정했다' 외에도 책 '이런 줄도 모르고 엄마가 됐다'(2018년) 등 돌봄을 주제로 꾸준히 글을 써왔다. 2022년엔 경향신문 소통·젠더 데스크를 맡으며 <27년 꼴찌, 바다이야기주소
성별 임금 격차> 기획을, 2023년 여성 서사 아카이브 채널 '플랫'(flat) 팀장을 겸임하며 <엄마 성 빛내기 프로젝트>, <우선 나로 살기로 했다>, <우리는 서로의 증언자>, <더 이상 한 명도 잃을 수 없다> 등 굵직한 젠더 기획을 내놨다.
이제는 '육아휴직' 다음을 이야기합시다
“책을 냈을 때보다 사회가 많바다이야기모바일
이 변했다 느낀다. 그런데 '아, 참 좋아졌다' 이렇진 않다. 한국 특성상 사회 제도는 빠르게 바뀌었지만 일종의 문화 지체 현상이 있다. 실제로 사회 전반에 남성 육아휴직자가 많아진 것은 통계적으로 증명되고 경향신문 안에서도 느껴진다. 그런데 사회 전반이 '남녀가 함께 일하면서 돌보는 사회'로 기조 전환이 되었느냐고 묻는다면 여전히 비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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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의 육아휴직이 모두 늘었는데 왜 여전히 '아이 키우기 어려운 사회'로 인식되는 걸까. 임 기자는 “우리 논의 수준이 아직 육아휴직 확대 정도에 멈춰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아이는 1~2년 만에 다 크지 않는다. 10년은 지나야 한다. 10년 동안 어떻게 일하며 육아 시간을 확보할지, '유연성 확보' 이야기로 넘어가야 한다. 10년의 육아기 동안 부모의 책임을 다할 수 있게 사회가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 곧 정년이 65세로 늘어날 텐데, 20대에 취직해서 40년 일하는 동안 10년 정도는 유연 근무 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는 업계 특성에 맞는 유연 근무 확보가 중요하다고 했다. 언론계의 경우 육아휴직은 늘어났지만 '육아기 단축 근로' 사용은 매우 저조하다. “언론계에서 실제로 '단축 근무'가 가능한 지 회의적인 시선이 있다. 언론계가 워낙 보수적이기도 하고, '취재를 많이 하면 기사가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언론계 모델에서 가능한 유연 근무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예를 들어 특정 부서는 단축 근무를 활용할 수도 있고, 단축 근무가 어려운 부서는 시차출근이나 재택근무를 확대할 수 있다. 다만 언론 산업은 축소되는 산업으로 분류되기에 인력이 항상 모자라다. 그래서 현실적 한계가 크고 쉽지 않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언론계 특수성을 고려해 임 기자는 '재택근무 활성화'와 '유연한 노동 시간' 제도가 확대되면 좋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유연 근무제를 시차 출퇴근제, 선택근무제, 재택근무제, 원격근무제로 구분하는데, 이런 것들이 업계별 특성에 맞게 확대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4일 경향신문에서 만난 임아영 기자. 사진=정민경 기자.
“다양한 돌봄 정책 확대하기 위해 언론 역할 커”
다만 임 기자는 제도 변화에만 함몰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제도는 '필요조건'이다. 제도가 모든 걸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보다도 육아휴직 기간이 짧고 관련 제도도 빈약한데 아이를 많이 낳는다. 사회 전반이 '가족 중심'이 기본이고 아이 일정이 있으면 회사에서 빠지는 게 너무 당연한 문화다. 그런 문화에서는 제도가 조금 부족해도 '커버'가 된다. 사회 전반적으로 '가족 중심'의 인식이 퍼져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노동자들이 싸워서 얻어내야 한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노조가 사업주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협상해야 한다.”
그는 자신이 속한 경향신문이 상대적으로 '좋은 사업장'이라면서도 지금의 분위기를 갖게 되기까지 수많은 기자가 싸워왔다고 덧붙였다. 경향신문의 2022년 5월~2025년 5월까지 육아휴직 사용률은 전체 평균 80% 이상 수준이며 복귀 후 12개월 이상 근속은 100%다.
그의 말엔 성실한 싸움의 시간이 묻어난다. 젠더데스크로 2년 넘게 경향신문에서 출고되는 기사가 성평등한 관점으로 완성되는지 살피고 편집국 내 고충 처리를 했다. 임 기자는 후배들이 자신의 고민을 '사적인 것'으로 여길 때 그렇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전달했다고 한다.
“사적으로 느껴지는 문제를 공적인 목소리로 내기 주저할 때, '내가 아마추어인가'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럴 필요가 없다고, 그렇게 느끼는 사람이 편견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해 주고 싶다. 특히 돌봄 등에 대한 일은 여성들이 주로 해왔기 때문에 공적인 언어로 유통되지 않았다.” 그는 지금과 같은 저출생 시대에, 아이를 기르는 일은 공적인 일이라는 인식도 확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자로 일하는 것도 굉장히 소중하고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있지만, 아이를 기르는 일은 어쩌면 더 소중하다. 물론 아이는 '나의 자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 사회의 구성원을 기르는 일이다. 어떻게 공적인 일이 아닐까. 또한 회사에는 나의 대체 인력이 있을 수 있지만 아이에게 부모는 대체되기 어렵다.”
그에게 '워킹맘'이라는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일각에서는 '워킹파더'라는 말은 없기에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일하면서 육아하는 여성을 특이한 존재로 보이게 한다는 지적이 있다. '전업맘'과 구분 짓기를 한다는 시선도 있다.
“'워킹맘'이라는 말은 양가적이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쓸 수밖에 없는 상황도 있다. 해당 용어를 '쓰면 안 된다'고 접근하는 건 교조적이라 생각한다. 다만 제가 원하는 건 '워킹맘'이라는 단어가 사라진 사회다. 우리 모두 함께 일하고, 함께 돌보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직은 '워킹맘'이라는 단어를 쓸 수밖에 없는 사회이지 않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