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정부 지원 민간임대주택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A건설사는 경기 의왕과 전남 여수, 대구 등에 총 2900여 가구 주택 착공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올해 3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출자 심의가 열리고 5월께 심사를 완료한 후 착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것과 달리 심사는 5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은 일반 공공임대와 달리 전용면적 59·84㎡ 등 중산층에 수요가 많은 시세 90% 수준의 임대”라며 “내일이라도 바로 착공하면 3년 뒤 양질의 주택에 곧장 입주할 황금성포커 수 있는데 안타깝기만 하다”고 말했다. 공공이 지원하는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위기에 빠지면 직격탄은 바로 서민에게 간다. 주택도시기금 관리와 예산 집행을 하루빨리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배경이다. 18일 HUG에 따르면 국내 주택도시기금 여유 자금은 2021년 말에만 해도 무려 49조원에 달했다. 하지만 이 수치는신천지무료 2022년 말 28조8000억원, 2023년 말 18조원, 지난해 말 10조1000억원으로 점점 줄더니 올해 6월엔 한 자릿수인 9조3000억원으로 뚝 떨어졌다. 2010년 이후 15년 만에 처음 10조원 선이 붕괴됐다.
업계에선 대형 전세사기 사태와 각종판타스탁 정책자금 대출 증가로 기금이 많이 쓰이면서 정작 주택 공급에 쓰여야 할 재원은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전세사기 피해 매입을 지원하고 각종 정책 대출을 내주는 데 돈이 많이 쓰인 데다 청약저축 납입 부진, 국민주택채권 발행 감소 여파까지 더해져 기금 여윳돈이 크게 줄었다”고 진단했다.
공공지원 황금성나비 민간임대주택은 HUG의 주택도시기금과 민간 건설 사업자 자본금으로 임대리츠를 설립해 8년 이상(보통 10년) 저렴하게 임대하는 주택이다. 특히 지난해 1월 정부는 건설 경기 회복 차원에서 본프로젝트파이낸싱(본PF) 이전 브리지론 단계의 미착공 분양 사업장을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로 대거 전환했다. 무엇보다 사업 활성화를 위해 정부는 올해 초급상승주식 경제정책 방향을 설정하며 총 4500억원의 공공지원 민간임대리츠 출자금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5월에는 1차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1500억원 규모 예산도 긴급 편성했다. 총 6000억원이 상반기에 쓰여야 했지만 실제 집행은 4분의 1 정도에 그친다.
지난해 총 2만가구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둔 정부는 올해 과감한 투자로 실제 주택 공급을 이어가려 했지만 재원 부족에 막혀 이를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진 민간 건설사는 차일피일 기다리다 모든 일정이 꼬이고 있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자금 출자가 늦어지면서 고금리로 본PF 이전 브리지론을 받은 건설사들이 큰 비용 부담을 떠안고 있다”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사업장에라도 기금 출자 시기를 앞당기고 다른 재원을 보충해주는 등 지원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 출자는 HUG가 14%, 민간 건설사가 6%를 대고 나머지 80%는 대출과 임대보증금으로 조달한다. 사업 정상화를 위해 HUG의 출자 비율을 좀 줄여서라도 더 많은 건설사가 공공지원 민간임대 사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모습. [사진 = 뉴스1]
다만 이 경우 공공지원 액수가 줄어드는 만큼 민간 건설사의 대출 부담이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에 다른 일각에서는 “공공과 민간이 공동 출자하는 구조에서 공공 출자금을 줄여 더 많은 민간 건설사에 지원한다 해도 기존 정책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지게 된다”며 “HUG 출자 비율 감소가 궁극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전세사기 사태 확대로 예산 압박을 받고 있는 HUG가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도 줄이면서 민간임대 사업 중 하나인 서울시 청년안심주택 약 4만5000가구 공급도 차질을 빚고 있다. 민간임대주택특별법상 청년안심주택 사업자는 보증에 가입해야만 임대사업을 할 수 있다. 문제는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 문턱이 계속 높아져 가입이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6월부터 법 개정에 따라 임대보증금 보증 가입을 위한 주택 가격 산정 방식에 변화가 생겼다. 기존엔 사업자가 감정평가 업체를 선정해 주택 가격을 정한 뒤 보증 심사를 받는 구조였지만, 시행령이 개정되며 HUG가 직접 감정평가 업체에 의뢰해 주택 가격을 산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주택 평가액이 기존 대비 20%가량 떨어져 보증 가입이 불가능해지거나 아예 보증에 가입하지 않고 세입자를 들이는 청년안심주택도 곳곳에서 생기며 전세사기 우려까지 커지고 있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에 따르면 청년안심주택 중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하지 않은 곳은 올해 7월 기준 14곳, 3150가구에 달한다. 최근 강제 경매가 실시되며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센트럴파크’도 임대보증금 보증에 가입하지 않았다. 한 청년안심주택 사업주는 “서울 땅값이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지만 산정 방식 변화로 평가액이 크게 떨어진 건 감정평가 방식의 보수적 운영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HUG는 “법률을 토대로 공정하게 가격을 산정하고 있고 이 금액은 평가 시점과 상황을 반영해 종전 금액과 차이가 날 수는 있다”고 해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