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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가 선포한 국가비상사태의 기한이 다가온다. 그간 군부는 기한이 다가올 때마다 이를 연장하며 4년 반을 끌어왔다. 이번엔 해제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비상사태가 해제되면 6개월 안에 선거를 치러야 한다. 쿠데타와 내전으로 얼룩진 미얀마에 변화의 바람이 불어올까?
2021년 2월1일 ‘부정선거’를 이유로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는 곧바로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미얀마 헌법(제418조)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입법·행정·사법권이 군 최고사령관에게 이관된다”고 규정한다. 비상사태의 파산면책자취업 기한은 1년이다. 헌법(제421조)은 최고사령관의 요청에 따라 6개월씩 기한을 두 차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군부는 2022년 2월 이후 6개월씩 모두 일곱 차례나 비상사태 기한을 연장했다. 군부는 쿠데타 4주년을 하루 앞둔 2025년 1월31일 “총선을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 해야 할 과업이 남았다.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위해 안정과 평화를 청소년신용불량 유지해야 한다”며 7월31일까지 비상사태 연장을 선포했다.
헌법 어기며 일곱차례 연장한 비상사태, 드디어…
“2025년 12월과 2026년 1월에 걸쳐 총선을 실시하겠다.” 비상사태 선포로 전권을 틀어쥔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2025년 6월26일 이렇게 밝혔다. 그는 2025년 들어 여러 차례 ‘연말연시 총선 실 10월 스위스 시’를 공언한 바 있다. 미얀마 국영방송(MRTV)은 7월17일 “선거관리위원회가 총선에 참여할 정당에 대한 승인 절차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총선을 치르려면 군부 최고기구인 국가방위안보위원회(NDSC)가 비상사태부터 먼저 해제해야 한다. 미얀마 헌법(제429조)은 “비상사태 해제 뒤 6개월 안에 총선을 치러야 한다”고 규정한다. 군부가 밝힌 총선 일정과 금리계산기 맞아떨어진다. ‘비상사태 해제’를 예감하는 이유다.
쿠데타 이후 군부는 치밀하게 총선 준비를 해왔다. 2023년 1월26일 군부가 개정 입법한 정당등록법이 대표적이다. 주요 내용을 보면 입법의 목적을 알 수 있다. 첫째, 모든 정당이 60일 안에 재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재등록하지 않은 정당은 해산된다. 둘째, 유죄 판결을 받거나 수감 주식대출한도 이력이 있는 사람은 정당에 가입할 수 없다. 셋째, 법령에 따라 불법 또는 테러단체로 지정된 세력과 연계된 정당은 등록할 수 없다. 넷째, 총선에 후보를 내려는 정당은 등록 뒤 3개월 안에 당원 10만 명 이상, 기금 1억차트(약 6570만원) 이상을 확보해야 한다.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아웅산 수치 전 국가고문이 이끈 민족민주동맹(NLD)은 재등록을 거부했다. 같은 선거에서 군부를 등에 업은 통합연대발전당(USDP)에 이어 제3당이 된 샨민족민주동맹(SNLD)도 마찬가지다. 두 정당을 비롯해 40개 정당이 2023년 3월 말 자동 해산됐다. 쿠데타로 반군부 유력 정치인 상당수가 조작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고 복역 중이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민족민주동맹을 비롯한 반군부 진영이 임시정부 격으로 세운 민족통합정부(NUG)를 테러단체로 지정한 바 있다.
라카인주에 기반을 둔 소수정당 아라칸국민당(ANP)은 반군부 저항세력 아라칸군(AA)과 연계돼 있다는 이유로 등록을 거부당했다. 당원과 정당기금 하한선을 기존보다 대폭 높인 것도 다인종 국가인 미얀마에서 반정부 소수정당 창당을 가로막는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군부의 정당등록법 입법 직후 성명을 내어 “정당등록법의 목적은 선거 부정을 획책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아예 군부가 통제하는 국가체제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이다. 군부는 모든 정치적 반대세력을 짓밟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민간권력의 복귀 가능성 자체를 차단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미얀마의 독립 영웅을 기리는 제78차 순교자의 날을 맞은 2025년 7월19일 무장한 군병력이 비가 내리는 양곤의 거리에서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선거 통해 ‘합법적 민간 정부’ 신기루 연출”
2008년 군부 주도로 개정된 헌법의 독소조항도 민정이양의 걸림돌로 꼽힌다. 군부의 정치적 영향력을 제도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현행 헌법은 군 최고사령관에게 국방·안보내무·국경장관 등 3개 직책에 현역 군인을 임명할 권한을 부여했다. 또 하원 격인 국민의회와 상원 격인 민족의회 재적 의원의 25%를 군부가 임명하도록 했다. 톰 앤드루스 유엔 미얀마 인권 특별보고관은 2025년 6월23일 성명을 내어 이렇게 강조했다.
“군부가 선거를 통해 합법적 민간 정부가 구성될 것이란 신기루를 만들어내려 한다. 반대세력을 구금 고문하고 사형시키면서 선거를 치를 순 없다. 언론인이 진실을 보도하는 게 불법일 때, 군부에 맞서거나 비판하는 게 불법일 때 선거를 치를 순 없다.”
비상사태가 해제되고 선거가 치러지면 미얀마 정세는 달라질까? 선거로 가는 과정조차 순탄치 않을 것이란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군부는 총선 준비를 위해 2024년 10월1~15일 인구조사를 벌였다. 조사 기간은 2025년 1월까지 연장됐지만, 국토의 약 40%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끝내 조사가 불가능했다. 반군부 저항세력이 장악한 지역이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2024년 8월 군부의 북동부사령부가 자리한 샨주 주도 라시오를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MNDAA)이 장악한 것은 저항세력의 위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보여줬다.
군부가 라시오에 ‘재입성’하기까지 8개월여 걸렸다. 전투에서 이겨 탈환한 게 아니다.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주요 협력 상대인 미얀마 군부를 측면 지원해온 중국의 압박에 따라 저항세력이 자진 철수한 게다. 영국 비비시(BBC)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 쪽은 저항세력의 보급로 구실을 하는 샨주 국경지대를 차단하는 등 압박을 가했다. 2025년 1월엔 중국 사절단이 직접 현지를 방문해 군부와 협상하라고 압박했다. 미얀마민족민주동맹군은 4월21일 덩시쥔 중국 외교부 미얀마 특사가 이끈 휴전 감시단 입회하에 라시오에서 철수했다. 다국적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은 7월18일 펴낸 최신 보고서에서 이렇게 짚었다. 미얀마의 고난이 그칠 줄 모른다.
그나마 반군 장악 지역에선 선거 어려워
“중국의 지원과 서구의 무관심, 미국 외교의 혼란과 미얀마 상황에 대한 주변국의 피로도 누적에 따라 군부에 유리한 정치적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다. 선거 결과에 따라 명목상 새로운 민간정부가 구성되면 각국이 미얀마와 외교관계를 정상화하는 명분으로 삼을 수도 있다. (…) 그럼에도 근본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미얀마의 정치적 위기를 해결하지도, 무장충돌의 강도를 낮추지도 못할 것이다. 되레 정치적 분열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군부가 선거를 치르기 위해 치안 강화에 나서면 반군부 진영이 이에 반발하면서 폭력 사태가 확대될 수도 있다.”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