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참의원(상원) 선거 패배 여파로 이시바 시게루 총리 퇴진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차기 총리 후보로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전보장상이 떠오르고 있다. 매년 두 차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는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한일 관계가 급랭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시바 총리는 “사퇴하지 않는다”고 거듭 발언했지만 마이니치신문·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주요 언론은 “일·미 관세 협상을 타결한 이시바가 퇴진하기로 마음을 굳혔다”고 연일 보도하고 있다. 시급한 현안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당내 거센 반발에 직면한 이시바가 다음 달쯤 사퇴할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일본 정치권의 관심은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 공무원예상 꼽히는 다카이치에게 쏠리고 있다. 자민당 내 가장 강경한 우익으로 통하는 다카이치는 지난해 9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에게 결선 투표 끝에 패해 총리 자리를 놓쳤다. 당시 다카이치는 보수 성향 당원들의 지지로 1차 투표에서 1위를 차지했지만, 위기의식을 느낀 온건파 의원들이 이시바 지지로 결집하는 바람에 결선 투표에서 역전패했다. 국민연금 연체 다카이치는 지난 23일 자민당 보수 성향 의원 10명과 만난 뒤 당내 영향력이 강한 아소 다로 최고고문과 15분간 면담했다. 차기 총재 선거를 노리고 지지를 요청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와 함께 총리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이 현직 각료로서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이어가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보험사 담보대출 요미우리신문은 “자민당 보수파 의원들 사이에서 ‘다카이치 대망론’이 일고 있다”며 “보수 유권자의 이탈로 참의원 선거에서 패했다고 보는 의원들은 (다카이치를) ‘보수 표심을 되찾아 올 인물’로 기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카이치는 아베 신조 전 총리의 정치 노선을 이어받았다고 평가받는다. 아베 정권 시절 정부 핵심 각료인 총무상과 자민당 기능별규율체제 의 ‘당 3역’ 중 하나인 정조회장을 지냈다. 제2차 세계대전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 신사를 매년 두 차례 직접 참배한다. 지난해 자민당 총재 선거 때 “총리가 돼도 (야스쿠니를) 참배하겠다”고 했고, 독도 문제와 관련해 “한국이 더는 구조물을 못 만들게 하겠다”는 발언도 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 징용도 부정한다. 다카이치가 총 자녀교육비공제 리가 될 경우 이번 선거에서 14석을 얻으며 떠오른 우익 참정당과 차별화하기 위해 더 강한 우익 노선으로 기울 가능성도 있다. 중국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역사 수정주의 성향의 극우 인사 다카이치가 총리가 되면 (중·일 관계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