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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준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본인 제공
오랜 시간 음악과 영양귀비
상이라는 두 분야에, 동시에 천착해온 필자는 인공지능(AI) 영화 제작이라는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100% AI로만 제작된 영화 제작은 게임 영상이나 홍보 영상의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다. 서사를 담아야 하며 일관된 이야기의 흐름을 유지해야 하는 기본기는 물론 볼거리도 줘야 한다.
많은 부담이 있었지만 어떤 일이든 정확한 마감이 있어야8월추천주
진행되는 것은 전 세계 '국룰'인 시대다. 그리하여 완성한 영화를 미국 할리우드에서 열리고 있는 AI 국제영화제(aifilmfest.org)에 공모했다.
매월 열리는 이 영화제는 전 세계의 AI 영화제작자가 경쟁하는 꿈의 무대다. 그곳에서 나의 단편 영화 'Diner Date'는 '최우수 국제 단편상'(Best International CJ제일제당 주식
Short)을 수상했다.
필자의 AI 국제영화제 수상작 'Diner Date' 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비주얼에서 감정까지 모두 AI가 개입한 작품이다. 내 손에서 출발한 이 이야기가 스크린 위에서 관객의 웃음자화전자 주식
과 공감을 끌어냈을 때, 나는 기술 시연을 넘어서 진짜 '영화'를 만들었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AI를 창작 도구로 활용한다는 것은 자동화된 효율성을 얻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상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투영할 수 있는 문법을 만들어가는 여정이었다.
내 영화 'Diner Date'는 누군가에겐 그냥 유쾌한 로맨황금성갈갈이
틱 코미디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에게 이 영화는 AI를 둘러싼 편견과 싸운 기록이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AI 영화라 하면 비현실적이고 기괴한 형상, 정서 없는 캐릭터를 먼저 떠올린다.
내가 기획한 것은 그 반대였다. 촬영 없이도 카페의 창가, 노을 속 식탁, 미소 짓는 사람들, 우리가 일상에서 마주할 수 있는 풍경으로 채워진 이야기였다. 영화는 사랑을 찾아 여러 번의 소개팅에 나서는 주인공의 소소한 모험을 따라간다.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 담긴 표정 하나, 음악 한 줄기, 컵을 내려놓는 타이밍까지도 AI를 통해 무수히 실험하고 수정했다. 기계적 결과물의 틀 안에서 감성의 파동을 증명하려 했다.
영화 'Diner Date' 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물론,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이미지 생성 AI는 종종 말이 되지 않는 얼굴을 그려냈고, 타이밍을 예측하지 못한 음향은 장면의 리듬을 깨뜨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 실패가 곧 가능성이었다. 인공지능이 예측하지 못한 디테일, 기계의 의도와 다른 출력이 만들어내는 돌발적 유머는 오히려 장면의 생명력을 살리는 데 기여했다.
인간의 손에만 맡겼다면 나올 수 없던 스타일, 그 어설픈 오류가 주는 생경한 생동감. 그 점에서 AI는 단지 보조적 도구가 아니라 공동 창작자였다.
현재 AI의 진화 속도는 영화 산업을 전면적으로 뒤흔들고 있다. 이미지 생성 분야에서는 오픈AI의 Sora나 Runway의 Gen-3 Alpha가, 음성 합성에서는 ElevenLabs나 Voicemod AI가 영화 제작의 핵심 모듈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에는 구글이 발표한 VEO-3가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장면을 생성하는 것을 넘어, 감정의 뉘앙스까지 컨트롤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제 '사전 시각화'(previsualization)는 컨셉트 스케치가 아니라, 실제 배우가 연기한 것 같은 고해상도 클립으로 구체화한다. 내 영화의 경우도 초기 스토리보드는 미드저니(Midjourney)를, 애니메이션 프레임은 Pika Labs와 ControlNet을 활용해 설계했으며, 음성은 GPT 기반의 멀티보이스 툴로 실시간 변조하며 녹음했다.
이러한 제작 환경은 영화의 정의 자체를 바꾸고 있다. 과거에는 자본과 장비를 보유한 자만이 '감독'이 될 수 있었다면, 이제는 상상력과 실행력만 있다면 누구든 이야기를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변화의 중심에는 AI가 있다. 하지만 기술만으로 감동을 만들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결국, 그 기술로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그 이야기가 누구에게 닿을 수 있는가이다. 'Diner Date'의 심사평에도 그러한 내용이 있다. 심사위원단은 리뷰에서 '고전적인 서사의 은유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구성했으며, AI의 한계를 유머와 따뜻함으로 녹여낸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내가 AI를 감정의 언어로 전환하려 했던 시도가 통한 것이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열리는 AI 국제영화제 사진 출처 : 홈페이지 캡처
여전히 AI 영화는 낯설고, 오해도 많다. 때론 '이걸 사람이 만든 게 맞느냐'는 회의도 들려온다. 하지만 나는 그 질문이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언제나 새로운 도구와 함께 확장돼 왔다. 사진이 등장했을 때도, 디지털 편집이 보편화됐을 때도, 비슷한 논란은 있었다. 그리고 지금, AI가 그다음 차례일 뿐이다.
중요한 건 진심이다.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든, 그 이야기가 사람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면, 그건 분명 '영화'다.
AI와 함께하는 다음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엔 장편을 목표로, 시나리오 전체를 AI와 공동 저술하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인터랙티브한 구조로, 관객의 선택에 따라 스토리가 바뀌는 '열린 서사'의 형태다. 여기에는 AI 캐릭터가 실시간으로 대사를 생성하고, 관객과 대화하면서 감정선이 변하는 구조가 포함된다.
인간의 감정이 점차 알고리즘화되는 시대에, 나는 오히려 알고리즘이 인간을 더 잘 이해하도록 도전하고 싶다. 그리고 그 실험의 무대가 바로 영화가 될 것이다.
이 시대 영화는 더 이상 카메라와 배우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AI라는 새로운 공동 창작자와 함께, 우리는 감정과 서사의 깊이를 탐색하고 있다. AI는 아직 감정을 '느끼지' 못하지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써주는가에 따라 충분히 공감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순간, 인간과 AI는 비로소 창작의 동반자가 된다. 앞으로도 나는 이 낯설지만, 흥미로운 경계에서 계속 실험하고 넘어지고, 다시 일어설 것이다.
AI와 함께하는 이 여정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놀라운 신세계'를 향한 여정이다.
이은준 미디어아티스트·인공지능 전문가
▲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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