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미디어먼슬리' 행사에서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오른쪽)가 이희정 미디어오늘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미디어오늘
“AI 때문에 특별하게 위기가 온 게 아니라 누적된 위기가 이제 드러나는 거다.”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의 말이다. 그는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다리소극장에서 미디어오늘과 슬로우뉴스가 공동주최 면세사업자 한 '미디어먼슬리' 행사에서 을 주제로 발표했다. 미국의 신문광고시장은 2004년 대비 2022년 80% 급감한 반면 한국의 신문광고시장은 같은 기간 20%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이정환 대표는 “20% 정도 줄었지만 협찬 수익 같은 것이 있기에 거의 줄지 않았거나 오히려 늘었다”며 “한국에는 망한 언론 종합신용인증서 사가 없다. 변화할 필요가 없는 거다. 하던 대로 하면 되니까. 오래된 습관이 지금은 새로운 위협이 되고 있다”고 했다. 광고시장이 유지되는 것과 달리 언론은 외면받고 있다. 이정환 대표가 공개한 추정치 자료에 따르면 포털 뉴스 트래픽이 10년 전에 비해 6분의 1 규모로 급감했다. 사람들은 뉴스를 덜 보고 있고, 전통적 개념의 언론이 아 1600-5500 닌 유튜브 등 콘텐츠를 뉴스로 여긴다. 뉴스회피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이정환 대표는 “뉴스 신뢰의 위기이기도 하지만 뉴스의 가치나 효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라며 “'읽지 않으면 죽음이다'라는 걸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포털이라는 게이트웨이(관문)에서 뉴스를 본다고 하지만 그것이 사라지고 있다”고도 했다. 리드코프 재대출 이런 가운데 챗GPT 등 생성형AI가 등장했고 구글의 AI검색 서비스인 오버뷰의 등장으로 '제로클릭'이 화두가 됐다. 검색창에 검색을 하면 웹사이트 링크가 아닌 AI의 요약 답변을 우선 보여주기에 언론사 링크를 클릭할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참조자료로 언론 등 출처 링크를 띄우지만 주목도는 떨어진다. 네이버 역시 유사한 서비스를 선보이고 올크레딧 무료신용조회 있다. 이정환 대표는 “링크를 더 많이 보여주지만 아무것도 클릭하지 않는다. 저널리즘 비즈니스를 죽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고 했다.
▲지난 7일 미디어오늘이 주최한 '미디어먼슬리' 행사에서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오른쪽)가 이희정 미디어오늘 대표와 대담을 나누고 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대표는 AI의 답변을 '소시지 공장'에 빗댔다. “여러 가지가 들어 있지만 뭐가 들어 있는지 알 수가 없다. 한국일보와 한겨레와 조선일보와 미디어오늘과 슬로우뉴스를 짬뽕해서 답변을 내놓는데 이 답변이 어디서 온 것인지 출처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언론은 AI라는 미디어 파도에 의해 잠식되고 대체되는 걸까. 이정환 대표는 “우리는 물고기처럼 헤엄칠 수 없다. 물고기와 경쟁할 필요는 없다”며 무엇을 경쟁해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AI는 요약을 잘한다. 그건 우리가 경쟁할 게 아니다. 저널리즘은 늘 데이터에서 출발하지만 패턴과 구조를 읽는 게 우리 기자들이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기자는 늘 교차검증하고 계속 업데이트하면서 이것이 어떻게 달라졌는가 늘 현재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다시 업데이트 한다.” 이정환 대표는 AI의 정보 분석과 정리에 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질문을 던지면 그럴듯한 답변을 주지만 디테일이 다 사라져 버리고 없다”며 “기자들이 하는 업무에는 발언 하나하나, 숫자 하나하나를 파악하는 게 중요한데 그럴 듯한 줄거리를 이야기해 주지만 거기에는 기자들이 찾아야 될 디테일이 사라지고 없다”고 했다. 그는 '추론을 잘하는 AI가 통찰에 약한 이유'에 관해 “LLM(거대언어모델)은 구조적으로 주어진 맥락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유지하려 하려는 속성이 강하기 때문에 맥락의 재해석에 취약하다”며 “AI는 '지금까지 누군가 말한 것'을 종합하긴 뛰어나지만, '아무도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을 직관적으로 꿰뚫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했다. '통찰'이 가능한 인공지능이 등장할 수도 있지만 단기적으로 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정환 대표는 짐 벤더하이 악시오스 CEO가 말한 “슈퍼 저널리스트의 시대가 온다”는 발언을 소개했다. AI시대에 저널리스트의 역할이 중요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회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선 △전문성과 정보 수집 능력 △역사적 통찰 △사람들이 모르는 걸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는 요건이 필요하다. 이정환 대표는 AI가 저널리즘에 중요한 '독보성'을 확보하기 어려운 이유로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데 한계가 있고 △드물지만 현실적으로는 매우 중요한 예외나 비정상적인 연결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고 △주관적이고 능동적인 호기심을 갖지 못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정환 대표는 “AI가 잘 할 수 있는 건 결국 AI가 하게 된다. AI가 85점짜리 일을 할 수 있다면 85점 이하의 인간은 다른 일을 해야 한다”며 “저널리즘은 바둑과도 다르고 게임과도 다르다. 패턴을 읽고 패턴 밖의 질문을 해야 한다. 맥락 정보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됐다. 의미를 구성하는 건 여전히 인간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