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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과 삼각'지'의 중구난'방' 뒷이야기. 딱딱한 외교안보 이슈의 문턱을 낮춰 풀어드립니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캐비닛룸에서 한국 측 협상단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세운 채 기념촬영 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지영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트럼프 대통령,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박정성 무역투자실장,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백악관 페 유니온저축은행 이스북 캡처
도널드 트럼프 2.0 행정부와의 관세협상은 '15% 상호관세' 등으로 결론나면서 일단 급한 불은 껐습니다. 하지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당장 우리 정부 고위 당국자가 '주한미군 역할 변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습니다. '2주 내'로 예고된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무슨 무직자즉시대출 일이 일어나게 될까요?
트럼프가 거부한 '패키지딜'…한미 정상회담에서 만나게 될 '안보 청구서'
정부의 '통상-안보 패키지딜'은 통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은 미국이 상호관세를 25% 가한 순간부터 안보와 통상을 연계한 총론적인 '패키지딜'로 협상력을 확보하려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 연이자계산법 원스톱 쇼핑(One Stop Shopping)'으로 관세와 대규모 군사 보호 비용을 한꺼번에 다루겠다는 뜻을 밝혔죠. 그러나 정작 일본과 한국 모두 관세협상에서 방위비 문제는 다뤄지지 않았고, 트럼프가 일방적으로 '2주 이내' 개최될 것이라고 선언한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의 핵심인 안보 문제가 다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여전히 열린 협상으로 서울 집값 남아 있는 구체적인 대미 투자방법과 함께 말이죠.
미국이 한국에 제시할 안보 의제는 이른바 '동맹의 현대화'라는 표현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 국방비 인상에서부터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까지 미국이 요구하고 있는 안보 관련 문제들을 '그럴듯하게' 한 번에 묶은 개념이죠.
익명을 요구한 정부 소식통은 "한미 간 국방비 인상과 한부모가정 임대아파트 주한미군 태세 등 여러 현안을 얘기 나누면서 하나로 엮을 수 있는 표현이 있을까 하다 '동맹의 현대화'라는 표현이 나왔다"고 설명했습니다. 외교부가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 동맹의 능력 및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호혜적 협력 방안"을 '동맹현대화'라고 설명하면서 변화한 안보환경과 동맹의 능력 및 태세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못하는 이유를 짐작게 하는 발언입니다.
'돈'만 따지는 트럼프..."한국은 머니머신"
그렇다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투게 될 '동맹 현대화'는 무엇일까요. 사실 이 질문을 두고 정부의 고민이 깊습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미국 국방·안보 관료들가 이해하고 있는 '동맹현대화'의 정의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을 '비용' 문제로 다룹니다. 그는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이라고 부르며 미군 주둔 대가를 한국이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했죠. 1기 행정부 때는 2026년 한국의 방위비분담금을 2025년 대비 8.3% 증액한 분담금특별협정안에 서명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 때 체결된 한미 간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이 잘못됐다며 "그들은 부유한 나라인데 왜 지불하지 않으려 하느냐"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뿐인가요.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 비용을 한국이 부담해야 한다고도 주장해왔습니다. 1기 행정부 때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 "굉장한 양의 돈을 절약할 수 있는 전쟁 연습"이라며 일방적으로 중단 지시를 내리기도 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미정상회담에서는 의외로 동맹 현대화라는 표현보다 '국방비' '무기 구매' '전략자산 비용' 등 돈과 관련한 단어가 많이 쏟아질지도 모릅니다.
전쟁 시나리오 고치는 미 관료들…"주한미군, 중국 억제 기능해야"
반면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차관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말하는 동맹 현대화는 전시 전략과 관련한 역할 분담을 다루고 있습니다. 전 세계의 이른바 '경찰' 역할을 했던 미국은 더 이상 전쟁이 발생했을 때 동시다발적으로 뛰어들 여유가 없으니 동맹국으로서 국방비뿐만 아니라 전시 작전 수행에 있어 기여를 하라는 것입니다. 특히 주한미군의 경우, 북핵억제 및 대북 방어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일대의 안전과 관련한 작전 수행에 관여를 할 수 있다는 게 미국 국방 및 외교 관료들의 주장이죠.
여기서 말하는 '인도·태평양 일대의 안전'은 '대중 견제'를 뜻합니다. 콜비 차관은 2023년 본보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군사적으로 중국의 도발을 격퇴하면 북한도 억제할 수 있지만, 북한을 억제한다고 해서 중국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건 아니다"라며 "중국을 우선 억제해야 한반도 유사 상황도 빨리 끝낼 수 있다"라고 말했죠. 당시 콜비 차관은 '중국 견제'라는 목표에 맞게 주한미군도 대응력을 갖추기 위해 육군 중심의 주둔 태세를 조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또, 주한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할 때 필요한 한국의 동의 조건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습니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외 지역의 위기 상황에 투입될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노무현 정부 때 한미는 주한미군이 '한국의 의사에 반해 주한미군이 동북아 역내 분쟁에 개입해선 안 된다'고 합의했죠. 최근 미 측 국방 채널에서는 북핵문제도 기존 한미 확장 억제 태세에서 나아가 인태 권역의 '핵 위협국'으로 볼 수 있는 북한·중국·러시아를 한꺼번에 묶어 대응 전략을 짜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고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국방비와 전략자산 전개 비용이라는 천문학적 단위의 청구서를 들이밀 때, 미국의 국방·외교 관료들은 북한 중심의 한미 연합 전쟁 시나리오에 '중국 변수'를 키워야 한다고 외치고 있는 것입니다.
동맹국에 '감탄고토' 일관하는 트럼프 행정부…동맹 현대화, 전략적 자율성 확대 기회도
이재명 정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조언합니다. 당장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국들에 안보적으로 '무임승차'를 운운하며 자체 역량을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 사례에 적용해보면, 한반도 전쟁이 발발했을 때 한국군이 주도적으로 전쟁 작전을 수행하고, 북한을 제압할 수 있는 역량을 강화하라는 의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으로선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자주 국방 역량 확충'의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콜비 차관은 민간인 시절, 주한미군 역할을 조정하고 한국군이 자체 대북 방어 역량을 갖추기 위해 핵무장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었죠. 실제로 정보 소식통은 "한국의 자체 방위 역량을 강화하고, 북핵 위협 평가에서부터 전시 작전까지 한국이 주도권을 쥐는 방향으로 많은 협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떤 식으로 정상회담이 열리든, 쉽지 않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은 동맹국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는 자세로 일관했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에 대한 동맹국들의 신뢰는 바닥으로 떨어졌죠. 그런 상황에서도 동맹국들은 '뉴노멀'이 된 10%대 관세를 받아들이고 미국과 소통했습니다.
안보 문제에 있어서도, 미국은 이제 뉴노멀을 외치고 있습니다. 한국이 그 외침에 어떻게 응하든, 한반도 정세를 불안하게 하지 않는 결과를 이룰 수 있기를 바랍니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