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초가을 필자(뒷줄 왼쪽)가 양아버지인 저우하이잉(앞줄 오른쪽), 성악가 조수미(뒷줄 오른쪽)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공가 제공


루쉰(魯迅)과 쉬광핑(許廣平)의 외아들 저우하이잉(周海?)을 처음 만난 것은 한·중수교를 위한 중국 정부의 특별초청을 받아 1991년 베이징(北京)을 방문하였을 때였다. 큰이모가 소개한 루쉰 고택에 지어진 ‘루쉰박물관’에서였다. 큰이모는 애국지사 박은식이 상하이(上海)에 설립한 박달학원에서 교육을 받고 북경대학에서 경제학을 처음 접했던 1918년 ‘신청년’에 “앞으로의 세계는 분명히 적기의 세계가 될 것이다”고 사이다릴게임 선언한 스승 리다자오(李大釗) 교수와 천두슈(陳獨秀) 문과대학장을 따라 5·4 운동에 나섰다. 그러면서 ‘광인일기’를 ‘신청년’에 투고한 교육부 소속 루쉰을 만나게 돼 인연이 이어졌다.
외증조부는 청말 가경(嘉慶) ‘동방의 진주’ 상하이 장위안(張園)에 주동양행(朱童洋行)을 창업하였다. 1920년 독일로 망명을 떠나는 고향 오라비 이미륵 체리마스터pc용다운로드 을 그곳에서 송별한 큰이모는 춘제 때 상하이로 이주한 천두슈를 찾아가 사회주의 사상을 지도받았다. ‘아스터 하우스’ 동지들과 높은 습도와 30도를 웃도는 황금빛 햇살과 폭우로 변덕스러운 ‘와이탄’을 거닐면서 천두슈의 공산당 이론을 한창 토론하였다. 미국의원단 포터 외교위원장을 만나기 위해 베이징으로 떠나는 애국지사 도산 선생의 열차 편에 동승한 큰이모는 베 손오공릴게임 이징에 도착하여 삼민생(三民生) 취재를 마치고 미국의원단 취재를 위해 파견된 추송(秋松) 장덕준과 눈 맞춤을 하고 있을 때 ‘인성학교’를 세운 애국지사 몽양 선생이 환한 미소로 반겼다.
경신참변(庚申慘變) 취재에 나선 추송과 만나자고 약속한 북간도에서 큰이모는 ‘기린갑(문익환 목사의 부친 별명)’ 면회를 거부당하고 용정촌에 도착하자 추송의 사이다쿨 행방은 묘연했다. 명동촌 큰 어른 김약연과 윤영석(윤동주 시인의 부친)이 용정촌에 건너가 추송의 행방을 숨죽이며 수소문했다. 추송은 차가운 얼음 속에 잠들고 있는 해란강을 깨우려 기다란 장방형 양팔로 모아산의 새하얀 눈보라를 옮겼다. “후레이센진(不逞鮮人)을 훈장”이라고 자랑한 큰이모는 의친왕 밀지를 숨기고 파리강화회의를 가기 위해 베이징을 경유하던 넷째 황금성슬롯 모교인 이화학당 스승 하란사(河蘭史)를 밀정의 독살로 환영만찬회에서 잃었을 때의 상실감이 회복하기도 전에 또다시 추송을 빼앗긴 절망과 분노는 지옥이었다. 첸무(錢穆)가 웨이밍후(未名湖·이름 없는 호수)로 이름 짓기 전 큰이모는 이곳을 추송호(秋松湖)라 불렀다.
베이징시위원회를 떠나 원단에 중공중앙이 접수한 옌안(延安) 출발을 공공조계 동지들과 준비하던 중 옌안을 포기한 큰이모는 쑹칭링(宋慶齡)과 난징(南京), 상하이를 오고 가다 베이징에 남아 1981년 중국공산당 명예주석으로 쑹칭링이 서거할 때까지 곁을 지켰다.
큰이모는 ‘루쉰박물관’에서 실핏줄 호동(胡同)을 돌아 려가채(?家菜) 사합원(四合院) 정방에서 말을 떼었다. “저우하이잉” “네, 쑹대모” “남조선 내 장조카를 양아들로 받아 주겠나!” “네, 쑹대모. 기쁘게 받겠습니다” “고맙네, 저우하이잉” 큰이모는 중국의 영웅 덩샤오핑(鄧小平) 가문과 지센린(季羨林) 국학대사 등 수없는 인연을 맺어주시고 아흔여섯의 생을 마치셨다. 저우하이잉은 한국루쉰학회 수석부회장인 성악가 조수미와 1996년 베이징 차담회에서 ‘한국 루쉰 문학상’ 제정을 반기시면서 2년 뒤 방한하여 조수미 수석부회장과 조정래 소설가를 제1회 수상자로 선정하시고 축사로 시상식장을 더욱 빛내주셨다. 의형 저우링페이(周令飛) 루쉰 장손자는 나의 추천을 받아 2003년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 특별 초청자로 방한했으니 루쉰 가문과 이공가(李公家) 인연은 1세기를 넘어 2세기로 나아가고 있다. 늦가을 광화문광장을 산책할 때면 양아버지 저우하이잉을 처음 만난 ‘루쉰박물관’ 풍경이 떠오른다. 나의 양아버지 저우하이잉 선생이 오늘도 그립다.
양아들 이공가 찬(한국루쉰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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