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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디자인코리아 2025에서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뉴시스



12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 D홀. 문이 열리자마자 관람객의 발걸음이 빠르게 쏟아져 들어왔다. 산업통상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KIDP)이 주관한 '디자인코리아 2025' 개막 현장은 인파로 붐볐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대기업부터 스타트업, 디자인 전문기업까지 한자리에 모였다. 방문객은 대학생, 젊은 디자이너, 중년 업계 관계자 등으로 다양했다. 20대로 보이는 이들이 전시 제품 사이를 오가며 사진을 찍고 메모하는 등 현장은 젊은 세대 호기심으로 가득했다.

올해 행사 주제는 '디자인이 그리는 새로운 질서들'로, 인공지능(AI)과 기술이 만들어갈 디자인의 방향을 조명했다. 주제관에서는 디자이너와 기업, 연구기관이 협업해 AI 기반 디자인 혁신 사례를 선보였다.
박동일 산업통상부 산업정책실장은 개회사에서 "정부는 AI를 디자인 산업 기회 요인으로 삼아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겠다"며 "산업디자인진흥법을 전면 개정해 AI 디자인이 원활히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개막식에서는 조선시대 해시계 '앙부일구'가 설치된 11월 2일을 '디자인의 날'로 공식 선포했다. 한국디자인단체총연합회는 지난해 5월 제정 건의를 시작으로 후보 논의와 협·단체 의견수렴, 설문조사 등을 거쳐 올해 1월 총회에서 최종 확정했다.
민구홍 디자이너는 '문장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라는 독특한 전시물을 내놓았다. AI가 감성 언어를 분석해 시간대를 표현하는 방식으로, 기술과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을 탐구했다. 한 관람객은 "디자인이 단순한 형태의 미학을 넘어, 언어로서 감정을 전한다는 게 흥미롭다"고 평가했다.
기업들의 전시도 눈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3차원(3D) 안경 없이 입체감을 구현하는 '스페이셜사이니지'를, LG전자는 투명 OLED TV '시그니처 올레드 T'를 선보였다. 현대자동차는 초소형 모빌리티 'E3W', 'E4W'를 내세웠다. 특히 서연이화 전기 세단 콘셉트카 '오아시스'는 탑승자 감정에 따라 조명과 기능이 변화하는 감성형 모빌리티로 시선을 끌었다.
참여기업관에는 동아제약과 바디프랜드, 앳홈, 헤즈 등 46개 기업이 참여했다. 신제품 시연과 바이어 상담이 이어졌고, 일부 부스에서는 신세계 SSG닷컴과 연계한 온라인 판로 지원 상담이 한창이었다.
정부성과관에는 '디자인혁신유망기업'과 '디자인주도 제조혁신사업' 등 정부 지원사업 성과물이 전시됐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지원사업을 통해 해외 전시 참가나 디자인 리뉴얼이 가능해졌다"며 "제품 경쟁력 향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행사장 한편에서는 디자인 전공자들을 위한 '잡페어'가 열렸다. 국내외 현직 디자이너들이 포트폴리오를 직접 평가하고 일대일 멘토링을 진행했다. 현장에는 대학생들과 취업 준비생들이 줄을 서 있었고, 상담 부스마다 웃음과 긴장이 교차했다.
오는 13일에는 '생존과 진화'를 주제로 국제 콘퍼런스가 열린다. 피그마 쇼 쿠와모토 부사장, 캔바(CANVA) 김해원 크리에이티브 리드 등 국내외 연사 7인이 참여해 AI·기후위기 시대 디자인 생존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윤상흠 디자인진흥원 원장은 "디자인은 미적인 기능을 뛰어넘어 기술과 사회, 인간을 잇는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는 힘"이라며 "디자인코리아 2025가 그 변화를 보여주는 현장으로 많은 디자이너, 기업의 미래 전략 수립에 디자인이 활용되기를 바란다고"고 했다.
jimnn@fnnews.com 신지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