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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수를 앞둔 시간을 켜켜이 쌓아온 자연인 나의 엄마. 그는 외할아버지가 지어주신 ‘안무숙’이라는 이름보다는 ‘엄마’라는 고유대명사로 지금까지 명명되고 있다. 그 속에는 사단 칠정이 촘촘히 박혀 있어 처연함과 숭고함으로 내게 화인처럼 찍혀 있다. 오로지 자식만을 바라보며 평생을 키 작고 초라한 잡초로 온갖 풍파를 힘겹게 넘어 서며 살아온 엄마의 시계는 언제인가 뭉크의 화폭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속에서 준엄했던 그녀의 시간은 척추를 꺾여 항상성을 잃어버리고 제멋대로 휘어져 버렸다. 그렇게 낮과 밤의 경계를 무단으로 넘나들던 나의 엄마는 지금 혼돈의 고정이하여신비율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안타까울 따름이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오늘을 살면서 웰빙은 웰다잉으로 치환되고 말았다. 한 세대 속에서 특이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꼬리를 물고 생성된다. 나도 스스로를 정리하기도 전에 또 다른 내게 등 떠밀려 중첩되는 어제와 오늘의 기억들이 난잡하게 머리를 맴돌고 있다. 가끔 하늘을 우러러 보며 지난 시간을 돌 신용회복위원회 개인회생 아보면 쉼표를 찍어야 하는데 앞만 보고 달려왔던 사회화된 관성은 잠시의 멈춤조차 허용하지 않는다.
돌이켜보면 내 의지 없이 부양된 어린 시절, 우리는 별다른 통제 없이 제멋대로 자랐다. 어찌 보면 진정한 자유 혹은 방임 속에서 어린이다운 시간을 만끽한 것이 아닌가 한다. 손등이 갈라지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삼삼오오 좁은 골목길에 모여 구 포커카드 슬치기, 잣치기, 굴렁쇠를 굴리며 해를 서녘으로 보내고는 했다. 그때는 왜 그리도 누런 콧물이 나왔는지 옷소매는 늘 반질반질 콧물로 코팅이 되어 햇살을 튕기고는 했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던 시절, 그 단순하기 짝이 없던 놀이는 저녁 먹으라는 엄마의 부름으로 끝을 내고는 했었다.
거부할 수 없는 시간의 터널을 지나는 삶은 가정법의 틈입을 불 예금은행의기능 허한다. 예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본질적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 당시에는 의미를 몰랐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것 같은 엄마의 나지막한 한마디 “너는 나의 알맹이고, 나는 너의 껍데기다”라는 말이 기억 어느 층엔가 기약 없는 동면을 하다 언제인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깨어났다. 이제야 알게 된 그 의미를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조차 사치로 느껴지는 나이 한국장학재단 국가장학금 에 닿고서야 엄마에게 다가서려 하니, 엄마는 그간의 희로애락을 툴툴 떨어내고 내 곁을 떠날 채비를 한다.
복사하여 붙이는 행위가 문명을 진화시켰듯, 복제된 엄마가 나에게로 붙여져 이어지는 생명력의 긴밀한 연결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진화하는 시간 속에서 난 엄마처럼 아이들에게 온전한 껍데기였을까를 생각하며, 외할머니의 그곳으로 돌아가려 몸을 둥글게 말아가고 있다. 푸석한 엄마의 등을 물끄러미 바라보아야만 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아직 숙성되지 못한 나의 시선은 사랑과 연민의 경계를 서성거리며 그 어디로도 여태껏 들어서지 못하고 있다.
사랑과 연민은 다르다. 연민을 느낀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뿐 아니라, 그에 대해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다. 연민은 생각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졌을 때 진정성을 확보하게 된다. 조건이 없어야 할 사랑에 이런저런 조건이 하나둘 달라붙어 자괴감이 들고는 한다.
박주순(시인·도서출판 글담화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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