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 대선에서 연임에 도전하는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이 연단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킬리만자로와 세렝게티 국립공원으로 유명한 탄자니아에서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다. 주요 야당 후보들의 출마 자격이 박탈된 상황에서 지난 29일 치른 대선에서 사미아 술루후 하산(65)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해지자 선거 무효를 외치는 시위가 최대 도시 다르에스살람과 수도 도도마 등에서 시작돼 전국적으로 번지고 있다.
탄자니아에 앞서 최근 코트디부아르·카메룬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현직 대통령이 자신의 재집권에 유리하게끔 선거를
편파적으로 치렀다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하산의 경우 최초의 무슬림 여성 출신 아프리카 대통령으로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했던 만큼 그 역시 아프리카 남성 독재자의 권력 공식을 답습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탄자니아의 자치령인 인도양 섬 잔지바르 출신인 하산은 맨체스터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은 영국 유학파로, 고향
잔지바르 자치 정부의 유엔세계식량계획 담당자로 일하면서 관료로서의 업무 능력을 인정받았다. 여성청소년부 장관 시절에는 어린 나이에 아이를 낳은 소녀들이 학교로 돌아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며 국제적으로도 주목받았다. 2015년 대선에서 승리한 존 마구풀리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로 부통령에 취임한 뒤 2020년 재선 부통령이 됐다.
이듬해 코로나 창궐 상황에서 백신 접종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던 마구풀리가 코로나로 사망하면서 나라가 일대 혼란에 빠졌을 때 대통령직을 승계했다. 잔지바르는 탄자니아의 아프리카 본토 지역(탕가니카)과 달리 아프리카·인도계 혼혈이 많고, 이슬람 신자가 절대다수다. 그는 다양한 색채의 전통 의상과 머리에 두른 스카프로 대표되는 특유의 옷차림으로 ‘이슬람 여
성’의 정체성을 드러내 왔다.
임기 초기에는 하산을 향한 긍정적인 평가가 압도적이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 등 국제사회와 협력해 백신을 신속하게 들여와 코로나 확산세를 진정시켜 민심을 얻는 데 성공했다. ‘화해, 회복력, 개혁, 재건’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정치 집회 금지령 등 권위주의적인 정책들을 폐기했다. 독립 이래 줄곧 집권해 온 여당
혁명당(CCM) 소속임에도 야당과 자주 소통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권좌에 오른 기간이 길어질수록 독선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모습으로 변해갔고, 정권에 비판적인 야당 인사나 언론인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거나 살해되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하산에 대한 규탄 목소리가 커졌다. 이번 대선에서도 국민적 지지가 높은 야권 후보 두 명의 출마가 봉쇄돼 사실상 하산의 대관식이라는 비판이 나왔고, 유럽연합 의원들은 ‘사기 선거’라고 비난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최근 탄자니아 상황 보고서에서 “시민사회와 언론에 납치·괴롭힘·공격 등의 각종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30일 탄자니아 다르에스살람의 한 도로를 타이어 더미로 가로막고 불태워 발생한 까만 연기가 하늘로 치솟고 있다. 대선 과정에 분노한 시위대가 방화 등 폭력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연임이 확실시된 사미아 술루후 하산 대통령의 선거 광고가 연기 뒤쪽으로 보인다. /로이터 연합뉴스 기자 admin@slotnara.inf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