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인간 존재를 대표하는 시민들이 국내 첫 '사물의 의회'를 열고 '기후생태헌법' 제정 등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제안했다. 사물의의회조직위원회와 경희대 기후-몸연구소 등은 이달 1, 2일 서울시청에서 사물의 의회를 열고 기후생태헌법 제정과 '기후정의기금' 설치 등을 포함한 10대 요구안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사물의 의회(Parliament of Things)는 프랑스 철학자 브뤼노 라투르가 제안한 개념으로, 인간과 동물·숲·바다 등 비인간 존재가 동등하게 모여 협상하는 숙의 기구다. 현재의 기후·생태 위기가 인간 중심적 자 우체국보험 연 착취에서 비롯됐다는 인식 아래, 인간과 비인간의 상호 의존성을 인식하고 정책 결정 과정에서 배제됐던 비인간 존재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번 회의에는 기업가·노동자·농민 등 인간 그룹과 숲·해양·동물 등 비인간 그룹을 대표한 약 100명이 참여했다.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요구안은 ①기후생태헌법 제정이었다. 기후생태헌법은 "지구의 생태적 한계를 고려해 구성원들의 번영을 이루기 위한 것"으로 △기후위기 대응 및 생태계 보호 의무 △미래세대 및 지구에 거주하는 모든 회사내규 존재의 존엄한 권리 인정 등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뒤이어 ②기후·생태 위기를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마련하는 기금 설치안이 꼽혔다. 의원들은 "생태계 회복, 기후 피해 보상, 정의로운 전환, 미래세대 지원에 (기금을) 우선 사용해 불평등을 해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 번째로는 ③기후 재난에 취약한 이들을 위한 '맞춤형 신한스피드론 재난 대응 매뉴얼 보급'과 '기후정의 및 생태 전환을 담은 의무 교육 체계 구축안'이 꼽혔다.
사물의 의회에 참여한 모든 참여자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물의의회조직위원회 제공
이어 ④기후·생태 정책을 숙의하고 대부중개협회 결정하는 기후시민의회 설치안 ⑤비인간 존재와의 공존을 위해 구체적인 불편을 감수할 '불편할 의무' 법제화 ⑥비인간 동물과 자연에 '법적 사람(legal person)'의 지위를 부여해 권리를 보장하는 '생태 법인'의 제도화 제안도 채택됐다. 이 외에도 ⑦기후정의 실현을 위한 공공 돌봄 확대 ⑧농민의 권리와 식량주권 실현, 농업·농촌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농민기본법 제정 ⑨산림의 생태적 회복을 보장하기 위한 산불특별법 개정 ⑩영역별·연도별 탄소예산 설정 등이 제안됐다. 김환석 위원장은 "기후위기 시대 인간과 비인간은 운명공동체"라며 "사물의 의회는 비인간에도 발언권을 부여한 새로운 민주주의 실험"이라고 말했다. 고은경 동물복지 전문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