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프레소-173] 영화 ‘로맨틱 홀리데이’

*주의: 영화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 류의 프로그램은 늘 유사한 패턴으로 진행된다. ‘나쁜 개’로 보이는 개를 등장시킨다. 아무 때나 물어뜯고 짖고 질주하는 개의 행동에 고통받는 견주의 표정을 담는다. 그런데 제작진이 카메라를 켜놓고 오래 관찰했더니 이 개의 ‘나쁜 습관’은 다 견주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원래 착했던 개를 인간의 무지와 무관심 때문에 나쁘게 만들고 있었단 것이다.
어떤 로맨스 영화들도 ‘세나개’와 같은 통찰을 보여준다. 백경게임 물론 ‘세나개’에 나쁜 개가 없었던 것과 달리 로맨스 영화엔 분명히 나쁜 연인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 나쁜 연인들이 주인공의 인생에 계속해서 꼬이게 된 데는 주인공이 원인을 제공했다는 데서 공통점이 있다. 연말에 가볍게 보기 좋은 로맨스 영화의 대표작인 ‘로맨틱 홀리데이’(2006)도 그렇다.


오션파라다이스사이트
좋은 사람인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는 왜 빌런 같은 남자친구를 만나게 된 것일까. 이 영화가 던지는 주요 질문이다. [유니버설 픽처스]




오랜 기간 만난 연인의 약혼 발표…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다
이 영화는 미국에 쿨사이다릴게임 사는 아만다(카메론 디아즈)와 영국에 거주하는 아이리스(케이트 윈슬렛)가 휴가를 맞아 집을 바꿔 생활하게 되면서 생기는 이야기다. 두 여자는 최근 연애 때문에 모두 큰 상처를 받았다. 영화예고편 제작사 사장으로 성공한 아만다는 자기 회사 직원인 남자친구가 회사 안내 데스크 직원과 바람을 피운 사실을 발견했다. 남자는 자신이 외도한 이유를 아만다의 일 중독 바다이야기부활 성향에서 찾는 뻔뻔함까지 보였다.

아이리스는 같은 회사 동료인 남자친구가 직원들 다 모인 장소에서 깜짝 약혼 발표를 하면서 충격받는다. 약혼 상대는 자신이 아니었다. 오랜 기간 사귄 자신에게 미안해하는 기색이 드러나지 않을 정도로 남자친구의 행동은 기이했다. 애초부터 그의 인생에 아이리스는 그렇게 비중 있는 사람이 아 바다이야기무료머니 니었던 것이다.



아이리스의 연인은 많은 직원 앞에서 느닷없이 약혼을 발표했다. 상대는 자신이 아니었다. 이 남자가 아이리스를 얼마나 쉽게 생각했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IMDb]




안전지대에서 벗어난 그녀, 연애를 돌아볼 기회를 얻다
‘나쁜 연인’들 때문에 마음 고생을 한 두 여자는 휴가 기간에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홈 익스체인지’라는 집 교환 서비스를 통해 일면식도 없는 두 여성은 서로 집을 바꿔 생활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새로운 남자를 만난다. 아만다는 그레엄(주드 로)과 가까워지고, 아이리스는 마일스(잭 블랙)를 알게 되면서 설레는 감정을 느낀다. 이 남자들은 달랐다. 여기저기 감정을 흩뿌리고 다녔던 옛 연인들과는 달리 자신이 감정을 교류하고 있는 여성에게 충실했다.




작곡가인 마일스는 아이리스를 즐겁게 해주려 애쓴다. 곁에 있을 뿐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았던 옛 연인과는 달랐다. [IMDb]



다른 대륙에서 감정을 정리하며 새롭게 출발하려는 아이리스에게 뜻밖의 전화가 걸려 온다. 다른 여자와 약혼을 선언하며 자기 마음에 생채기를 낸 옛 남자친구였다. 배려 없는 행동에 대해 사과라도 하려는 것일까. 아니었다. 남자는 자기 잘못에 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자기가 새 책을 쓰려는데 원고를 좀 검토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직업인으로서 아이리스가 지닌 전문성을 이용하려는 것이었다.

욕 한번 시원하게 해주고 끊어야 할 전화였다. 그러나 아이리스는 “안 될 건 없지”라고 답한다. 관객은 알게 된다. 아이리스의 곁에 나쁜 연인이 그토록 오랫동안 머물게 된 이유를 말이다. 아이리스 본인이 그의 존재를 내버려뒀던 것이다. 자기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라고 애써 믿어왔으리라. 혹시라도 불만을 제기하면 자신을 싫어하게 될까 봐 꼭 필요한 항의도 참아왔을 것이다. 아마도 이런 관계에 능했을 옛 연인은 아이리스가 완전히 지쳐 나가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감정적 보상을 제공한다. 미국에서 휴식 중인 아이리스를 서프라이즈로 찾아 “지구 반 바퀴를 돌아왔다”며 생색을 내는 부분이 그렇다.



미국에서 만난 노인과 재활 운동을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는 아이리스. 기본적으로 남에게 베풀고자 하는 마음이 많은 사람이다. 옛 남자친구가 이용하려 드는 지점은 바로 그 부분이었다. [IMDb]




거리두기를 통해 알게 된 자신의 실수…우리에겐 여행과 독서, 영화 감상이 필요하다
미국에서 아이리스를 만난 사람들은 그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를 발견한다. 그는 우연히 만난 노인에게 길을 안내해주고, 그의 재활을 위해 시간을 보내주는 사람이다. 그들은 아이리스에게 진심을 담아 조언해준다. “아이리스, 인생에는 주연이 있고 조연이 있어. 당신은 여주인공이야. 그런데 왜 자신을 조연 취급해?” 그건 자신을 좀 더 소중하게 여겨주는 사람과 연애하는 게 좋겠다는 말이다. 자기를 막 대하는 사람에게도 잘해주는 건 착한 게 아니라 무책임한 행위라는 의미다.

아이리스가 자기 연애의 잘못된 점을 발견하는 곳이 집에서 멀리 떨어진 미국이라는 점이 새겨볼 만하다. 우리는 이따금 자신을 정확히 보기 위해서 거리두기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 계속 봐서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찾아내기가 어렵다. 이미 자신이 그 잘못된 풍경의 일부로 스며들어버렸기 때문이다.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고 영화를 감상하는 행위는 재충전이라는 면에서도 중요하지만, 본인을 정확하게 보기 위해 필요하다는 메시지다.



‘로맨틱 홀리데이’ 포스터 [유니버설 픽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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