쫓겨 와 세 든 집에/ 나보다 몇 해 먼저 세 들어 살고 있었던가/ 복숭아 한 그루/ 슬픈 마당에 내리는 별들의 발자국같이/ 시린 연분홍 자국/ 자욱, 자욱 번지네// 번지네…// 번지다가 오늘밤 환하네/ 여러 해 홀로 환하였을/ 저것이 지는 날/ 꽃 진 자리마다 열리게 될 천도(天桃)/ 혹은, 천도(天道)// 내일조차 깜깜한 나도/ 무작정 환해지네
『잠시 위탁했다』(2018, 문예미학사)
"복숭아 한 그루"를 보고 있으면, 그녀의 은유가 환(幻)처럼 붉다. 어떤 균열과 긴장이 불화한다. 독특한 리듬과 예민한 시어의 감성은 분홍빛이다. 그녀의 시에는, 짙은 페이소스 바다이야기꽁머니 (pathos)가 어룽져 있다. 시간이 생겨나기 이전의 중얼거리는 이야기가 들린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시의 진실은 이면에 숨어 있기 마련이다.
그녀의 시는 삼생(三生)을 번뇌하다 지쳐 깊은 고뇌에 빠진 작품이다. 천지간(天地間)은 인간의 셋방이다. 잠시 들러 생사를 구경하다 가는 무량한 것이다. 그녀의 시는 공(空)과 색(色)을 온라인릴게임 밟고 건너온다. 그녀의 리얼리티는 신비로운 세계이며, 추상으로 가는 계단이다.
좋은 시는 누구나 한눈에 알아본다. 그 '무엇'도, 그 '어떤' 것도, 시인은 추종하지 않는다. 오직 자신만의 진실한 '울림과 떨림'으로 시어의 무늬를 짠다. 때로는 디테일하게, 때로는 느슨하게, 행과 연의 갈등과 긴장은 필수조건이다.
그 카카오야마토 녀는 세계를 관성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행간 속엔 "쫓겨 와 세 든" 사무친 전생이 있다. 이승과 저승 사이 그 알 수 없는 여인의 곡절이 있다. 아득한 그녀의 비밀의 문을 열면, 그곳엔 '복사꽃'이 피어 흐드러져 있다. 몽유도원도(夢遊桃園圖) 속의 그 신비로운 이야기처럼, 모호한 시의 창(窓)은 물안개에 쌓여있다.
어떻게 생각하면, 바다이야기다운로드 지구는 맨날 꽃핀 과수원이다. 여자도 피고, 남자도 피고, 복사도 피고, 노을도 핀다. 이런 은유적 묘사 이미지는, 시의 마음을 그리는 멋진 장치다. 그녀의 시는 낙화처럼 외롭고도 곱다. 무위를 허공에 새기고, 그 흐름의 끝에서 갈등한다. 젖은 감정이 시어와 시어의 색실을 풀었다 짰다 한다.
김은령(1961~, 경북 고령 출생)의 「복 오션릴게임 사꽃을 빌리다」는, "슬픈 마당에 내리는 별들의 발자국같이/ 시린 연분홍 자국"이 아프다. 그 꽃물은 수묵화처럼 "자욱, 자욱" 가슴에 번진다. 아, 누구에게나 삶은 "깜깜"하다. 하여, 그녀는 사랑의 피멍을, 그 덧없음을 복사꽃 몸을 빌려, 봄날 잠깐 붉게 번졌나 보다. 몸도 꽃이요, 꽃도 몸인 것을, 그녀는 어떻게 알아챘을까. 잠시 피었다 지는 인간사의 헛된 존재들처럼, 우리는 다음 생에 어떤 "천도(天桃), 혹은, 천도(天道)"로 필지,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김은령은, 허무한 이승에서 그냥, "무장정 환해지"기로 했나 보다.
김동원(시인·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