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 시장 상가 2층의 대안 전시공간 더 윌로에 차린 ‘더 뉴트럴’ 전시 현장. 축 늘어진 청동관과 그 아래 매달린 구리선과 구리덩어리로 구성된 정희민 작가의 조형물 ‘당신의 젊고 활기찬 밤에’와 멸종동물 토끼 캥거루의 몸체 겉과 내부를 투시한 일본 작가 레히 하야마의 대형 스크린 영상이 보인다. 노형석 기자


연말 미술판의 젊은 기획자와 작가들이 서울 청량리 시장과 양평동 공단 구석에 들어가 공들인 작업을 펼쳐놓았다. 상실한 것에 얽혀 지속되는 기억과 감각, 사각형 평면 틀에 갇힌 회화의 공간을 벗어난 이미지, 이런 감각과 이미지를 물질과 형 바다신게임 상, 영상으로 모두어 보여주려는 시도들이 여실하다. 소박하면서도 깊은 울림을 지닌 평면, 입체 작품들의 난장이다.
23일까지 서울 양평동 공단 지역의 옛 공장 창고 전시장 홀원에서 열리고 있는 임희재 작가의 개인전 ‘정원의 뱀’은 얼개와 배치의 모양새가 특이하다. 내부에 들어가서 보면 들머리는 천장 높은 통공간인데 더 안쪽은 다락처럼 계단 바다이야기오리지널 이 딸린 2층 공간과 1층으로 분절된다. 전시공간 들머리에 분할된 두 화폭을 이어붙인 대형회화 ‘봉제 벌새의 매력’을 시작으로 옆벽에는 유리판으로 정면을 덮은 특제 캐비넷에 표범, 산양, 물새 등의 움직이는 이미지들이 화폭에 박제되듯 안치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안쪽 1, 2층 공간엔 나뭇가지에 매달린 새들의 유동적 이미지를 보여주는 ‘새 낙원의 디오라마’ 릴게임추천 등이 내걸렸다. 작가는 박제본 얼개처럼 살아 움직이는 곤충과 날짐승, 들짐승 등의 생명체들 실루엣을 일종의 이미지 모델로 삼아 이들을 화폭 속에 흐르게 하려는 의도를 보여준다. 평면 그림의 액자 프레임 제약을 딛고 그 안의 이미지들이 흘러서 이어지는 가능성을 모색한 것이라고 작가는 설명한다. 1, 2층에 연극의 크고 작은 무대 미장센 소품처럼 설치된 작품 무료릴게임 들의 모양새와 배치가 감상의 쾌감을 안겨다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조형예술과 출신의 작가는 자연 이미지를 가공하는 과정에서 느낀 소유의 욕망과 재현의 딜레마를 탐구해왔다고 한다.



임희재전이 열리고 있는 양평동 홀원 전시장 안쪽 모습. 왼쪽에 투명창 달린 캐비넷 얼개의 그림 진 황금성게임랜드 열장이 있고 정면 1, 2층 난간 위아래로 ‘새 천국의 디오라마’ 연작 2점이 내걸려있다. 노형석 기자


가게들의 떠들썩한 흥정 소리가 울려퍼지는 청량리종합시장 상가 한켠에는 한국과 일본, 중국의 청년 예술가들이 내놓은 속내 깊은 조각과 사진, 영상, 그림들이 자리 잡았다. 추성아 독립 큐레이터의 기획으로 이곳 상가 2층의 대안 전시공간 더 윌로에서 20일까지 진행되는 ‘더 뉴트럴’(The Neutral)전이다. ‘중립적인’이란 뜻으로 해석되는 제목은 무언가 사멸하거나 사라진 뒤 갖게 되는 상실감, 슬픔의 감정들이 오랫동안 은은하고 먹먹하게 지속되는 상태 자체를 물질 혹은 이미지로 형상화하려는 의도를 암시한 것처럼 비친다. 난해하게 느껴지지만, 전시장을 거닐면서 제목의 맥락을 서서히 짐작하게 된다.
과거 창고와 식당으로 쓰였던 공간을 리모델링한 전시장 벽면 곳곳에는 볼트 박고 개칠한 흔적이 흉터처럼 남아있다. 들머리 공간에는 그 벽체 틈새의 여백으로 가족의 삶과 죽음의 과정을 경험하며 지나간 안초롱 작가의 크고 작은 사진들이 붙어있다. 그 아래 바닥에는 선인장 가시가 심겨지거나 죽은 선인장의 쭈그러진 조각들이 반짝이는 구리 덩어리로 고정물처럼 재현되어 널린 중국 작가 장 루이의 설치물들이 눈을 간지럽힌다.
안쪽 큰 방으로 들어가면 존재와 부재, 감정과 시간의 관계를 담은 일본 작가 레히 하야마의 영상과 정희민 작가의 그림, 조형물이 놓여있다. 가장 구석진 곳에 인공 꽃들을 펴고 정리하는 손의 움직임이 되풀이되는 10년 전 레이의 영상이 눕혀진 채 상영되고, 멸종동물 토끼 캥거루의 몸체 겉과 내부를 투시하는 그의 대형 스크린 영상은 다른 쪽 구석에서 빛을 내뿜으며 부재를 되뇐다. 정희민 작가는 감정의 가시성과 촉각성을 천착한다. 유화, 아크릴 물감과 화산석, 젤, 레진 등의 매체재료를 두껍게 화폭에 짓쳐바르면서 흐릿한 도시 나방의 이미지를 비쳐 보여주는 평면회화를 내걸었다. 축 늘어진 청동관과 그 아래 매달린 구리선과 구리 덩어리로 구성된 작가의 조형물은 움직이는 조각(모빌) 같지만, 붙박이일뿐이다. 거동 불편한 할아버지의 생전 모습을 떠올리며 만든 것으로 ‘당신의 젊고 활기찬 밤에’란 제목과 다르게 침울하고 가라앉은 감정의 결이 느껴진다.



더 윌로 전시장 들머리에 설치된 중국 작가 장 루이의 설치작품 ‘살갗’(Skin). 죽은 선인장의 쪼그라든 몸체 조각들을 본뜬 구리 덩어리들을 늘어놓았다. 노형석 기자


기획의 개념은 난삽하고 정리되지 않았지만, 연출력이 돋보인다. 모든 이미지를 전형화, 획일화하는 디지털 시각문화의 속성에 대한 염증을 은연중 드러내면서 감정, 감각의 미세한 결들을 물질과 형상에서 찾으려는 의지 또한 세련된 구성으로 풀어냈다. 추성아 기획자는 프랑스 해체주의 사상가 롤랑 바르트(1915~1980)가 모친의 사망 뒤 느낀 감정을 기록한 책 ‘애도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바르트의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모든 감정이 어느 것도 완전히 확정되지 못한 채 부유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면서 “상실 이후 감정이나 판단이 모호한 상태를 중립적인 것으로 보고 이를 살아있는 감각으로 성찰한 네 작가의 작품들을 통해 우리 삶의 상처를 회복할 예술 실천의 가능성을 살피려 했다”고 말했다.



더 윌로 전시장 모습. 안쪽 정면 벽 앞에 정희민 작가의 혼합매체 회화 ‘표류’가 내걸렸고, 오른쪽 기둥 아래에 안초롱 작가의 사진 ‘덕주사에서’가 붙어있다. 노형석 기자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