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 아니, 기적소리가 듣고 싶다/ 가을비에 젖어 다소 처량하게/ 비극적 음색으로 나를 때리는/ 그 새벽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방문을 열면 바로 눈앞에 있던/ 단풍이 비에 젖은 채로 이마에 달라붙는/ 시골 역전 싸구려 여인숙에서/ 낡은 카시밀론 이불 밑에 발을 파묻고/ 밤새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던/ 20대의 어느 날 바로 그날 밤/ 양철 지붕을 쉬지 않고 두들기던 바람/ 아, 그 바람소리와 빗줄기를 다시 안아보고 싶다/ 인생에 대하여, 혹은 문학에 대하여/ 내용조차 불분명하던/ 거대 담론으로 불을 밝히기라도 할 양이면/ 다음날의 태양은 얼마나 찬란하게/ 우리를 축복하던가/ 그날 릴게임온라인 은 가고 기적을 울리며 낯선 곳을 향해/ 이미 떠난 기차처럼 청춘은 가고/ 낯선 플랫폼에 덩그러니 선 나무처럼/ 빈 들판에 혼자 서서/ 아아 나는 오늘밤 슬픈 기적소리를 듣고 싶다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1996, 창작과비평사)
그의 중요한 시적 주제는 '민중과 삶'으로 집약된다. 시집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속 바다이야기슬롯 의 시편들 역시, 그의 젊은 날의 '풍경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창이다. 그의 시는 개인의 체험을 바탕한 공동체의 아픈 삶을 이야기한다. 이런 시적 세계는 개인적 서사에서 역사적 서사로 귀결된다. 리얼리즘(realism)이야말로 그의 문학의 본령인 셈이다. 현상을 통해 내면화하였으며, 하층민의 핍진한 그늘을 관통해 민중시의 흐름까지 포획하였다.
릴짱릴게임그의 시는 에둘러서 말하거나 수사를 넣어 비틀지 않는다. 김용락(1959~, 경북 의성 출생)의 「기차 소리를 듣고 싶다」는, 청년 시절의 시작(詩作) 형성과정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역사 속의 개인을 그리면서도, 당대 현실의 고통과 비루한 삶의 정경이, 거대 담론과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 첫 시집 『푸른 별』에 이어 10년 만에 나온 이 역작은 릴짱 , "흙의 마음을 진솔하게 표현한"(김종철 시평) 시집으로 문단에 상당한 주목을 받았다. "문학은 삶의 흔적일 뿐", 시인이 살아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문학의 본령을 앞설 수 없다는 그의 말은, 김용락의 일관된 문학적 테제 같다.
중앙선 단촌역을 중심으로 펼쳐진 '기차 소리'의 청각적 이미지는, 그의 시학을 이해하는 독특한 상징이 된다 한국릴게임 . 문청 시절 풍찬노숙한 문학적 장소인 "시골 역전 싸구려 여인숙"은, 얼마나 적확한 이미지인가. 80년대 젊은 시인들이 그랬듯, 그 역시 "밤새 안주도 없이 깡소주를 마시"며 시국을 논하고, 문학을 논하고, 인생의 덧없음을 이야기한다.
어둠 속 "양철 지붕을 쉬지 않고 두들기던 바람" 소리는, 당대의 삼엄한 장면과 겹쳐 쓸쓸한 실루엣이 된다. 가을비에 젖은 '기적 소리'와 거리에 떨어져 밟힌 "단풍"은, 고달픈 민초의 삶의 뒷면을 암시한다. 누구에게나 돌아보면, 청춘은 아름다운 법이다. 어디로 흘러가는지도 모르고, '자유와 평등'을 외치며 '칙칙푹푹' 달려가는 그 기차의 기적소리는, 김용락의 영원한 문학적 모태가 되었다.
김동원(시인·평론가) 기자 admin@119sh.inf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