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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18일 강원도 동해시 서호책방에서 열세 번째 <시사IN> ‘찾아가는 독자위원회’가 열렸다. ⓒ시사IN 이명익



〈시사IN〉은 2024년 7월부터 전국의 작은 ‘동네 책방’으로 찾아가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사이다쿨 이른바 ‘찾아가는 독자위원회(찾독위)’다. 지금까지 울산·순천·대전·경주·속초·안성·포항·춘천·여수·대구·제주·인천의 책방에서 독자들을 만나 〈시사IN〉을 읽고 소감을 나눴다. 열세 번째 ‘찾독위’는 강원도 동해시 ‘서호책방(인스타그램 @seohobooks)’에서 10월18일 열렸다.


2019년 바다이야기게임사이트 문을 연 서호책방은 ‘글 서(書), 좋아할 호(好)’의 의미이기도 하고, 책방지기 첫째 아이 이름의 ‘서’, 둘째 아이 이름의 ‘호’를 딴 이름이기도 하다. 이날은 책방지기 류지혜씨의 첫째 아이 김예서씨(중학교 2학년)도 찾독위 모임에 참여했다. 요가·명상을 공부하는 김유나씨, 전직 간호사이자 ‘가정 경영자’ 남미영씨, 의료원에서 일하는 손정순씨, 도자기 골드몽 공방을 운영하는 심재화씨, 울산 출신으로 동해에 산 지 8년 된 여창진씨, 이 책방 독서모임에 나오고 있는 이소영씨, 삼척에서 차로 20분 달려온 이자영씨도 함께 마주 앉았다. 모임은 오후 5시부터 2시간 30분간 이어졌다.


‘통일교는 왜?’라는 제목의 제936호부터 미국 조지아주 단속 기사를 릴게임골드몽 커버로 다룬 제940호까지, 커버스토리 이미지가 어떻게 결정되는지 이날 동행한 사진팀 이명익 기자가 설명했다. 제939호에는 김동인 기자가 강릉 가뭄 현장을 취재한 기사가 실렸는데, 같은 강원도에서 벌어진 일이라 여러 이야기가 나왔다. 남미영씨는 “가뭄이 끝나갈 무렵 강릉에 갔는데 도로에 반 이상이 살수차와 군부대 차량이었다. 물을 갖다주는 도움의 손길이 감사했다. 지금은 페트병에 담긴 물 500㏄를 필요한 만큼 가져가라고 나눠주고 있더라. 다만 아프거나 소외된 사람은 집을 잘 나서지 못해 그런 도움도 받지 못했을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강릉 인근에 있는 동해시 역시 강수량이 적었는데도, 오봉저수지에서 대부분의 생활용수를 얻는 강릉과 달리 지하수 등으로 취수원을 다변화해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삼척에 사는 이자영씨는 “다음 순서는 삼척이라는 말이 있다. 댐 설치 때문에 곳곳에 현수막이 붙고 이해관계가 첨예하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의료원에서 근무하는 손정순씨는 “병원 투석실에서 물을 많이 쓴다.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게 그만큼 중요한 문제다”라고 말했다.

활자매체 읽는 일 버겁긴 하지만

이날 모인 독자들은 공통적으로 ‘기사 읽기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심재화씨는 “가끔 일하면서 유튜브 뉴스를 들으면 아직도 계엄이 끝나지 않은 게 느껴진다. 법원 상황도 그렇고, 윤석열이 다시 나올 수도 있겠구나 걱정도 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검 수사나 내란 재판 뉴스를 챙겨 보기가 쉽지 않다. 김유나씨는 “탄핵심판이 진행되는 동안은 ‘적어도 이날까지는 시위를 열심히 나가서 어떤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데드라인(마감시간)’이 있었다면, 지금은 이 모든 게 언제 끝나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니까 (계엄 관련 뉴스가) 더 피로하게 느껴진다”라고 말했다. 이소영씨는 “일하면서 라디오를 주로 듣는데, 그 뒤에 따로 기사를 찾아보지 못하니 어느 순간부터는 내용을 따라가지 못하겠더라. 그래도 나와 내 아이가 살아갈 ‘공동체’의 미래를 위해 조금 더 관심 갖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이날 대화에서는 ‘한국 사회’라는 단어 대신 ‘공동체’라는 단어가 많이 나왔다. 우리 공동체를 어떻게 더 나은 곳으로 가꿔갈지에 대한 고민이 대화의 주를 이뤘다. 예컨대 이종태 기자가 주식 관련 세금에 ‘개미 투자자들’이 분노하는 것은 정당한지 의문을 제기한 제937호 기사를 두고 이야기하다가, ‘당장의 이익을 생각하다가 더 큰 것을 놓치는’ 다양한 사례들 이야기로 이어졌다. 동해시 삼화동에 사는 김유나씨는 “쌍용시멘트(쌍용C&E) 공장 인근에 사는 주민들의 암 발병률이 높다고 해서 걱정이 되지만, 가구당 1년에 40만~50만원 되는 지원금이 나오고 각종 혜택도 누리다 보니 마음이 찜찜해도 문제 제기하기가 어렵다. 이런 기업들이 없으면 지역 경제가 무너지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이상원 기자가 제938호에서 고교학점제를 둘러싼 논쟁을 다뤘는데, 이와 관련해 유일한 청소년 참가자인 김예서씨는 “고등학생 선배들 이야길 들어보면, 192학점을 이수하지 못할 경우 졸업 자체를 못하다 보니 공부에 너무 얽매이게 되어 답답해하고 힘들어하더라”고 전했다. 공부를 싫어하거나 잘 못하더라도 일반고에 다니고 싶어 할 수 있는데, 고교학점제 시행 이후 그런 선택이 점점 힘들어지는 분위기라고 한다. 여창진씨는 “비수도권에서는 전문 지식을 가진 강사를 확보하기가 힘든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말했다. 고향이 울산이고 석유화학 회사에 다닌 경험이 있는 여창진씨는 석유화학 업계 위기를 맞은 여수 안에서도 정규직이 아니라 하청업체에 고용불안이 집중되는 점을 짚은 제940호 기사를 관심 있게 봤다고 말했다.




10월18일 ‘찾아가는 독자위원회’를 위해 동해 서호책방에 모인 시민들은 지역 현안도 함께 나눴다. ⓒ시사IN 이명익



휴대전화로 영상을 보는 데 익숙해진 독자들은 활자매체인 시사주간지를 읽기 버겁다면서도, “세상에 더 관심 갖고 싶은 의욕이 생겼다(김유나씨)”라는 소감을 공통적으로 들려주었다. 김유나씨는 〈시사IN〉 홈페이지에서 AI 음성으로 기사를 읽어주는 서비스가 도움이 된다고 했다. 여창진씨는 “등산·골프·마라톤 외의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라고 말해 좌중을 웃게 했다. 남미영씨는 “서호책방 사장님이 세월호 참사 때 ‘기억의 힘은 세지’라는 문구를 자주 썼다. 저 역시 제 주변 일들을 지나치지 말고 관심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딸과 함께 〈시사IN〉을 읽은 책방지기 류지혜씨는 “이러려고 책방 했지’ 새삼 느낀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기사 제목에 ‘낚시’를 당해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시사IN〉 읽기는 내가 사람과 사회를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아이들도 같이 읽을 수 있도록, 남녀노소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단어로 써주었으면 한다.”


심재화씨는 “70대 어머니가 ‘우리나라가 미국의 한 주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하셔서 깜짝 놀랐는데, 20대인 아들이 공감하는 걸 보고 충격을 받았다. 요즘 특히 남자 아이들의 생각이 우리와 너무 달라지는 것 같아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자리를 함께한 장일호 기자는 “사람이 변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면 우리가 읽고 쓸 필요도 없지 않을까. 변할 거라고 믿으니까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눈다고 생각한다. 얼굴 보고 대화하는 기회가 소중한 이유다. 그런 점에서 책방을 해주셔서 사장님께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2025년 마지막 찾아가는 독자위원회는 독자들과 함께 계엄 1주년을 되짚어보는 자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 11월 중 대구 ‘책빵 고스란히(@gosranhi_breadbook)’와 광주 ‘소년의서(@girlsbookshop)’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2026년 〈시사IN〉 독자 모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동네 서점, 혹은 이미 〈시사IN〉 읽기 모임을 하고 있는 단체의 신청도 환영합니다(문의: ilhostyle@sisain.co.kr).

동해·전혜원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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