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모르게 '정의선 장남' 음주운전 기사 제목 변경..."독자에 사과" SBS·YTN·연합뉴스·서울신문도 수정…경향신문은 수정 요청 거절
[미디어오늘 김예리, 정민경 기자]



▲음주운전을 연상시키는 이미지와 현대차 로고. 사진=Gettyimages.



SBS·YTN·연합뉴스와 한겨레 등 주요 언론사들이 현대자동차 측 요구로 4년 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장남의 음주운전 사고 기사를 삭제하거나 본문·제목을 익명으로 수정한 것으 릴게임갓 로 나타났다. 현대차 요구를 받은 다수 언론사가 취재기자나 데스크 동의 없이 기사를 삭제 및 수정한 사실이 잇달아 드러나 자본에 의한 '편집권 침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지난 2021년 7월 정의선 회장 장남 정아무개 씨가 혈중 알콜농도 0.165% 만취 상태로 운전하고 교통사고를 낸 사건의 검찰 송치와 벌금 온라인릴게임 형 선고를 전한 기사 두 건의 제목에서 '정의선' 이름을 빼고 '장남'을 '자녀'로 지난 9월 말 변경했다고 지난 28일 밝혔다. 한겨레는 이 과정이 편집국장 결정으로 이뤄졌으며 기사를 작성한 기자들과 데스크와의 협의는 거치지 않았다고 했다. 한겨레는 29일 여론미디어부의 지면과 온라인 기사 <'정의선 장남' 음주운전 기사 제목변경·삭제…'편집권 침해' 논 신천지릴게임 란>으로 이를 보도했다.
한겨레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
이주현 한겨레 뉴스룸국장은 지난 28일 아침 편집회의에서 “현대차의 기사 삭제 요청을 광고담당 임원이 거절하자, 현대차에서 거듭 기사 제목 및 본문 수정이 가능한지 문의해왔다”며 “(김영희) 편집인으로부터 이런 내용을 전달받고 본문은 손대지 않되 (온라인) 제목만 릴게임무료 수정하기로 하고 '정의선' 이름을 빼고 '장남'을 '자녀'로 바꿨다”고 했다. 이 국장은 “당시엔 현대차 회장이 누군지 알 수 있고, 아들이 한 명뿐이어서 특정할 수 있다고 생각했으나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는 게 옳았다”며 “독자들에게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수헌 한겨레 디지털부국장은 26~29일 기사 삭제·수정을 요구한 현대차 측 인사를 묻는 질의엔 “홍 바다이야기룰 보 담당 최고위급 임원으로 알고 있으나 누구인지 모른다”고 했다.



▲2021년 10월5일치 한겨레 온라인 기사 원제목과 올해 9월 말 변경한 제목. 한겨레는 12월28일 해당 제목을 원상 복구했다. 29일 한겨레 관련 보도 갈무리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지부는 29일 성명을 내고 “언론노조 민실위는 기사가 살아남은 매체로 한국방송(KBS), 문화방송(MBC), 경향신문, 노컷뉴스, 그리고 한겨레를 꼽았다”며 “그러나 한겨레 역시 떳떳할 수 없음이 드러났다”고 했다. 이들은 “4년도 지난 기사에서 갑자기 '회장님 이름'과 '회장님 자제분'을 특정할 수 있는 성별 정보를 빼달라는 대기업 민원에서 정당한 사유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물며 그 결정 과정에 취재 기자, 데스크와 논의가 일절 없었다는 점은 더 충격적”이라며 “광고주의 요청으로 기사 제목을 고치면서 양심에 거리낌이 없었는가. 제목을 바꿀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면 취재기자에게 알리지 못할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들은 “한겨레는 8년 전에도 엘지(LG)그룹 임원이 다녀간 뒤 한겨레 경영진이 앞장서서 한겨레21 표지 기사 교체를 강요하는 편집권 침해 파동을 겪은 바 있다”며 “편집권 침해 논란이 언제까지고 반복된다면 자본 권력으로부터의 독립 언론 한겨레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 관련 기사 3건도 현대차 대신 'H그룹'
서울신문의 관련 기사 3건도 '정의선 현대차' 대신 'H그룹'이라는 표기가 있고, 지난 9월23일 기사를 수정한 이력이 남아있다. 타 언론사들이 현대차 요구로 기사를 삭제·수정한 시기와 겹친다. 검색 포털 구글에 남아 있는 2021년 8월12일자 <정의선 현대차 회장 아들, GV80 타고 만취 운전…가드레일 들이받았다> 기사를 클릭하면 로 익명화된 기사가 나타난다.
기사가 수정된 시기 편집국 책임자였던 김상연 전 편집국장은 기사 수정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태균 서울신문 콘텐츠본부장은 사실 확인을 위한 전화와 메시지 질의에 응하지 않았다.



▲서울신문의 관련 보도도 현재 제목과 본문에 '정의선 현대차'를 명기하지 않고 'H그룹'이라고 익명 보도하고 있다. 기사 상단엔 지난 9월23일기사를 수정했다는 이력이 남아있다.



2021년 8월12일 정씨의 음주 추돌사고 사실을 '단독'을 달고 보도했던 CBS노컷뉴스의 경우 제목의 '현대차 정의선 장남' 가운데 '정의선' 이름을 뺐다. 언론노조 CBS지부에 따르면 현대차가 기사 삭제를 요구했으나 받아들이지 않았고, 각 기사 작성자의 사전 동의를 거쳐 수정이 이뤄졌다. 언론노조 CBS지부는 “최초 보도가 CBS 단독이기도 하고, 오랜 과거에 유사한 내홍을 한 번 겪어서 기사 삭제나 수정을 위해서는 공정방송위원회를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확인 결과 수정을 결정하기 전에 기사를 쓴 기자들에게 확인해 동의를 얻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같은 날 <[단독]아빠 차 GV80 몰다 '쾅'···현대차 정의선 장남 '만취 교통사고'>를 보도한 경향신문은 이후 정씨의 검찰 송치와 벌금형 선고 등에 관한 기사 모두 수정하지 않았다. 언론노조 경향신문지부 관계자는 미디어오늘에 “경향신문에도 현대 측 접촉이 있었지만 수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대차 측 요구에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한 언론사들과는 대비되는 지점이다.
앞서 지난 9월 SBS는 3건, YTN은 2건의 정 회장 아들 음주운전 사고 관련 기사들을 해당 기자와 논의 없이 삭제했다. 이 사실이 최근 알려지자 언론노조 SBS본부는 지난 23일 성명에서 “'권력과 자본을 비롯한 모든 부당한 외압으로부터 독립한다'는 SBS 보도 준칙은 처참히 짓밟혔다”고 했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도 지난 10월7일, 현대차 측 요구로 해당 기사들의 제목과 본문에서 '정의선'과 '현대차'를 빼고 'H그룹'으로 고친 사실이 확인됐다. 언론노조 연합뉴스지부 공정보도위원회는 지난 26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은 물론, 편집권 독립을 훼손한 결정과 그 과정에 대해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이들이 응분의 책임을 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사를 삭제하거나 수정한 것으로 드러나 내부 비판이 나온 언론사 가운데 SBS와 연합뉴스, 한겨레만 기사를 원상 복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