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 길의 이승우 기획실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다석일지'를 소개하고 있다. '다석일지'는 제66회 한국출판문화상 편집 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임지훈 인턴기자
"별종이에요. 다른 사람들이 보면 이상하다 생각할 거예요."
30년 차 편집인. 도서출판 길의 이승우(57) 기획실장이 스스로를 가리킨 말이지만, 길에서 펴낸 '다석일지'의 저자 다석 류영모(1890~1981) 또한 생전 그러한 시선을 받았을 것이란 상상은 그리 어색하지 않다. 다석은 독립운동가 함석헌 선생의 스승으로, 개신교 철학에 한국적 사유를 입
바다신2다운로드 힌 '우리나라 최초의 사상가'로 평가받는다. 정통 신앙과 거리를 둔 독창적 신학자이기도 하다.
본래 다석일지는 다석이 1955년부터 20년간 종교적 성찰의 결과를 기록한 묵상일기다. 그가 친필로 남긴 유일한 문헌이란 점에서 연구 가치가 높지만, 올해 3월 정양모 신부가 주해를 단 '다석일지'가 출간되기 전까진 그 의미를 제대로 풀이한 자료
릴게임바다이야기사이트 가 없었다. 다석이 직접 만든 글자를 한글·한자와 뒤섞어 쓴 데다가 우리말마저 암호문처럼 축약·변형해 독해조차 쉽지 않은 탓이다.
책깨나 읽는다는 이 실장도 정 신부를 처음 만난 2022년엔 다석에 대해 아는 바가 많지 않았다. 직원 세 명을 둔 출판사에서 시도하기엔 편집의 양과 난도가 만만치 않았다. 머뭇거리던 이 실장의 마음을 움직인
사아다쿨 건 당시 망백(望百)을 바라보던 노신부의 간청이었다. "이미 다른 출판사에서 '돈이 안 된다'며 거절당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얼마간 제작비를 댈 테니 꼭 해달라고 하셨어요."
이승우 기획실장이 22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사에서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지훈 인턴기자
바다이야기오리지널 고민은 길지 않았다. 이 실장은 "저희가 최고로 만들어 보겠다"고 약속했다. '대중서와 거리가 먼 서적을 내기로 한 이유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책을 기획하며 몇 부가 팔리게 될지는 고려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당장의 흥행에 연연하기보다는 학술적 성과가 뛰어난 학자와 자료를 발굴해 100년 뒤 지
릴게임꽁머니 식사회에 이바지하자는 게 자신의 철칙이자 길이 추구하는 목표라는 설명이다.
2005년 다석학회를 조직해 20년간 연구에 매진해 온 정 신부의 학문적 식견이 이 실장의 호기심을 건드린 측면도 있었다. "편집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저자들과 정신적 교류'라고 생각해요. 책의 세계가 저와 맞지 않을 것 같으면 딱 거절을 합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책 만들 시간이 많지 않아서인지, 우리 사회에 정말 필요한 책이 무엇일지 신중히 고르게 되더라고요"
편집 과정은 역시 지난했다. 우선 원문-윤문-풀이 순으로 글을 싣기로 결정하고, 기존 한글 자판으로 입력되지 않는 다석만의 표기법을 전산화했다. 맞춤법 검사도 의미가 없어 일일이 원본과 원고를 대조하며 교정을 봤다. 그 사이 정 신부의 건강이 악화돼 조마조마한 순간들도 있었지만, 그럴 때일수록 이 실장은 "두 번 다시 낼 수 있는 책이 아니니 완벽하게 하자"며 더욱 공을 들였다.
그렇게 3년이 걸려 탄생한 게 총 3권으로 이뤄진 2,186쪽 분량의 '다석일지'. 읽기도 들기도 가벼운 책을 선호하는 시대에 나온 고집스러운 결과물이다. 이 실장은 "전자책과 오디오북이 종이를 대체해도 편집의 본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출판업계에선 사양산업인 인문학술 분야지만, 앞으로도 좋은 성과를 내서 후배들에게 '이승우의 길을 걸어도 된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최다원 기자 da1@hankookilb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