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장 등 일상 속 익숙한 공예 상품을 넘어 현대적 조형 언어로 확장된 옻칠 예술의 오늘을 만날 수 있는 전시가 경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특별 기획전 '현대옻칠예술:겹겹의 시간'을 내년 2월 22일까지 1·2층 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전시는 전통 공예 기법인 옻칠이 회화와 설치 등 현대미술 매체로 확장되는 현상을 집중적으로 탐구한다. 국내외에서 한국옻칠예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성파스님, 구은경, 김미숙, 신정은, 유남권, 이수진, 이영실, 정직성
게임몰릴게임 등 8명의 작가가 전시에 참여한다.
성파 作 '유동하는'. 백지영기자
전시의 배경에는 한국 옻칠문화의 역사성을 지닌 창원 다호리가
사이다릴게임 있다. 기원전 2세기께 세형동검과 원통형 칠기, 칠기 배, 칠기 부채, 옻칠 신발 등 다양한 칠기 유물이 출토됐다. 이를 통해 당시 옻칠이 장식에 그치지 않고 방수·보존·광택을 위한 실용적 기술이었으며, 옻칠 문화가 한반도 남부에서 자생적으로 발전했음을 알 수 있다.옻은 옻나무 수액을 정제해 얻는 천연 재료로, 공기 중의 습기와 산소에 반응해 단단히 굳는
바다이야기릴게임2 다. 강한 접착력과 내구성, 시간이 흐를수록 깊어지는 색과 광택으로 생활용품과 예술품 제작의 핵심 재료로 자리매김해 왔다.전시를 기획한 김재환 학예팀장은 "경남은 옻칠로 중요한 예술적 성과가 있는 만큼, 오랫동안 이를 전시로 조명하고 싶었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열게 됐다"며 "공예로 인식되던 옻이 현대 예술의 조형 언어로 자리 잡는 변화 과정을 확인하는 자리
야마토무료게임 "라고 소개했다.
유남권 作 '담의 조율'을 감상하는 관람객. 벽 너머로 구은경 작가의 작품들이 보인다. 백지영기자
1층 1전시실
바다이야기pc버전다운 은 대한불교 조계종 제15대 종정이자 통도사 방장인 성파 스님의 예술 세계를 집중 조명한다. 성파는 옻이라는 전통 재료를 통해 예술이 곧 수행이자 깨달음의 과정임을 증명해 온 옻칠 공예의 거장이자 불교예술의 대가다.'유동하는' 연작은 옻과 물의 반발성이 만들어 내는 흔적을 통해 생명과 에너지의 흐름을 화면 위에 시각화하고, 전시장 안쪽 '태초에'는 검은 옻 기둥으로 우주의 근원을 상징하며 관람자를 사유의 공간으로 이끈다. '물속의 달'은 옻의 투명성과 빛의 반사를 활용해 물질과 정신, 실재와 비실재의 경계를 넘어서는 명상적 체험을 완성한다.2층 2전시실과 특별전시실에는 옻칠 예술의 다층적 확장을 보여주는 세 작가가 참여한다.
이영실 作 '영축산일월오봉도'(왼쪽)와 '책가-寶'. 백지영기자
성파의 개인전에 매료돼 10년 전부터 그의 문하에서 옻칠을 배우고 자신의 미술 작업에 이를 접목해 온 이영실 작가는 민화가 지닌 한국적 미의식을 현대 옻칠 회화로 선보인다. 이 작가는 "작업실 인근 통도사와 영축산을 산책하며 마주한 기억을 작품에 녹여냈다"며 "일월오봉도에는 통도사를 의미하는 사리탑과 자장암 금와보살(금개구리), 책가도에는 학부 시절 약학을 전공했다는 정체성을 담은 약병 등 다양한 상징을 심었다"고 귀띔했다.김미숙 작가는 옻의 깊고 투명한 질감을 통해 인간 내면과 감정의 층위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김 작가는 "피부에 상처가 나면 딱지가 지듯, 나무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분비하는 수액을 겹겹이 쌓고 갈아낸 결과 단단해지는 옻칠의 특성이 인간의 삶과 닮았다"며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여성의 단단한 내면에 깃든 이상향을 작품으로 표현했다"고 했다.
정직성 作 '202224, 202225, 202226, 202227, 202228, 202229'. 백지영기자
신정은 作. 백지영기자
정직성 작가는 자개와 옻의 물성을 결합해 추상회화의 경계를 확장하고, 빛과 물질, 실재와 환영이 교차하는 새로운 회화적 공간을 창출한다.3전시실은 4명 작가의 작업으로 옻칠화의 범주를 넓힌다.신정은 작가는 신앙적 사유를 바탕으로 상처와 치유, 내면의 평화와 구원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신 작가는 "고통으로 가득했던 시기, 마치 살풀이처럼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질감이나 색감, 옻의 물성으로 토해냈던 옻칠 회화 연작을 선보인다"며 "고통, 좌절, 연민, 미어짐, 위로 등 다양한 감정을 각기 다른 질감으로 표현하고자 했다"고 전했다.이수진 작가는 삼베 위에 옻칠을 더해 옻의 물성을 확장해 실험적인 옻칠화의 공간을 만들어 낸다. 그는 "옻칠과 찹쌀 풀을 섞어 붙인 삼베를 7~8겹 붙여 고려 불상처럼 단단한 덩어리가 되는 단면을 강조하기 위해서 가장자리를 자개로 강조하거나 주름을 그대로 살리고, 오목·볼록하게 작업하는 등 다양하게 변주했다"고 설명했다.유남권 작가는 지태칠 기법을 회화로 발전시켜 반복적 행위 속에서 드러나는 시간성과 재료의 감각을 탐색한다. 구은경 작가는 '문'과 '문 너머의 세계'를 주제로 현실과 비현실, 안과 밖의 경계를 사유하고 옻의 깊은 색으로 감각적 통로를 연다.
입체감이 도드라지는 이수진 作 '지속의 시간(change3)'을 살펴보는 관람객. 백지영기자
각 작업은 전통 기술과 현대적 감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옻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작품 속에 쌓인 수많은 층은 작가의 시간과 자연의 변화가 공존한 흔적이며, 느린 생성의 과정 자체가 미학적 가치가 됨을 말해준다. 전시명 '겹겹의 시간'은 결국 옻 층이 쌓이는 과정이 곧 시간의 흔적이자 예술의 미덕임을 드러낸다.한편 지난 13일 열린 전시 개막식에는 박완수 도지사도 취임 3년 5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참석하는 등 평상시 미술관에서 보기 힘든 인사들이 대거 찾아 눈길을 끌었다. 박 지사는 "옻칠 문화는 경남에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전통 공예, 전통 예술로서 이어 내려와 의미가 크다"며 "성파 스님의 작품뿐 아니라 전시에 참여한 모든 작가의 작품이 더 훌륭한 작품으로 나아가는데 경남도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입장 오후 5시 30분 마감).백지영기자 bjy@g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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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作 '불완전한 존재의 완전한 순간'을 감상하는 관람객. 백지영기자
